정식으로글쓰는걸배워본적도없고,그래서배워야할게너무도많지만그럼에도오랜시간블러그
를하다보니제소식을알고제가쓴소설을궁금해하시는분들이계셔서부끄러운마음을무릅쓰고
캐나다한인문인협회에올려진걸그대로옮겨봅니다.캐나다한인문인협회에들어가시면글을보실수
있지만절차가번거로우실것같아서라는걸이유로,또제글을읽으시고조언을주시면제자신피드
백도되고좋을거라는기대로말입니다.관심가져주신모든분들께감사드립니다.
2013년신춘문예입선소설
인생은도가니(MeltingPot)/이정생
(이전회에서계속)
5.유진
오늘현이내게했던말을곰곰이되씹어본다.정말어쩌면나와현의엄마사이에는어떤모종의연관이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을해본다.
상상으로도,차마입밖에내놓기에도두려운그런관계가실제로존재할수있는걸까?정말현의엄마가내생모일수도있을까?
내방에서이런저런궁리에궁리를더하며손톱끝을잘근잘근씹어대던나는드디어결심을하고내방을나섰다.그리고엄마의서재문을조용히두드렸다.그러자안에서“쎄–끼”(누구)하는소리가들렸다.나라고응답한후난서재안으로들어갔다.
“엄마!뭐좀여쭤보려고하는데,시간되세요?”
책상에서뭔가를펼쳐놓고읽고있던엄마가내쪽으로돌아앉으며의외라는듯날쳐다봤다.
내가엄마서재로엄마를찾아오는일은좀처럼없기에얼마나급한일이면하지않던행동까지하느냐는듯엄마는놀라움을감추지않으면서도내가질문하길차분하게기다려줬다.그리고난어린시절어느날집으로돌아온엄마에게질문을던졌던바로그날처럼단도직입적으로이렇게질문했다.
“엄마,내생모의이름을알수있을까요?”
엄마는그질문에는별로놀라는듯보이지않았다.하지만잠시머리를들어올려천장을올려보다가곧날바라보며이렇게물었다.
“그런데왜갑자기네생모의이름이궁금해진건지그이유를내게말해줄수있겠니?”
그런질문을예상하지못했던건아니지만그래도뭐라고대답을해야좋을지몰라난조금더듬거리며이렇게말했다.
“그냥좀궁금해서요.이름정도는지금쯤알아둬도될것같아서요.”
내답변에엄마는고개를끄덕이더니책상서랍을열고뭔가를찾기시작했다.그리고잠시후,엄마가내게말했다.
“응.여기있구나.네생모의이름이여기적혀있어.넌서울동대문구에있는이화여자대학부속병원에서1996년7월29일오후2시58분에태어났고,네한국이름은서유진.그리고네엄마이름은서유경이라고되어있구나.”
서유경?이건물론생전처음들어보는낯선이름이다.현의엄마이름과도다르다.하지만이이름은내한국이름이서유진이라는걸들었던어린시절만큼이나내게아무런느낌을주지못했다.
어떻게내이름과그렇게비슷한이름이내엄마이름일수있는걸까?난엄마에게감사하단인사를하고서재를나와곧장내방으로돌아왔다.컴퓨터를켜자메신저에메시지가있다는표시가떴고,난그게현에게서온메시지라는걸단박에알아챘다.그래서조심스럽게그메시지를클릭했다.
6.혜린
저녁을준비하고있는내게현이다가오더니갑자기평소하지않던행동을했다.날한번안아주더니내귀에대고이런말을했다.
“엄마,나뭐좀물어봐도돼?”
현은평소엔내게꼬박꼬박존댓말을사용하는데뭔가부탁할거리가있다거나날달래야할필요가있다고느낄땐존댓말사용을멈추는버릇이있다.
그래서즉각난현이내게뭔가요구할게있다는걸알아챘지만모른척하고그대로그아이가날안고있게내버려두었는데,요며칠새현의팔힘이더단단해졌다는걸느낄수있었다.
“그럼.뭐든물어보렴.엄마가현을얼마나사랑하느냐뭐그런건물을필요도없을테니그건아니겠고.”
“엄마,혹시말이야.아주오래전에엄마나말고또다른자식낳아던적있어?그러니까,가령내전에자식이있었는데죽었다든지뭐그런적?아니면,혹시그자식을기를수없는여건이라어디로….”
현의이말에놀란나는순간현을밀쳐냈고,역시많이놀라는표정을짓는그앨똑바로쳐다봤다.
“너,지금…,혹시유진이얘기하고있는거야?내가설마유진이생모라고생각하고이런얘기하고있는건아니겠지?어머,그런거야?너정말,어떻게나와유진이를그렇게연결지을수있니?이게무슨소설이니?아니요즘그렇게뻔하고뻔한소설은너무나유치해서나올수도없는거아니니?너정말별생각을다하고있었구나?”
난많이놀라거나화가나면속사포처럼말을쏟아내는경향이있는데,정말너무놀라워서이런말들을단몇초만에다쏟아낸것같았다.
이렇게까지놀라움을표시하는날보더니현은그동안날의심했던게너무나많이미안한듯내게다가와다시한번날꼭껴안았다.
“엄마,그래도사람일은아무도모르는거라혹시그런일이있을수도있지않을까해서물어본거야.워낙유진이가엄마를따르고좋아하니까,내가생각해도너무나도뻔한삼류소설감이지만확실히짚고넘어가는게좋을것같아서말이야.
유진이는은근그걸기대하는것같기도하고,나역시말이안된다싶으면서도유진에게요즘이상하게피붙이같은감정이느껴지기도해서말이야.
아무래도우리가너무짧은시간안에가까워지다보니까이런말도안되는생각을하게된것같아.미안해요,엄마.”
현은내게계속사과를했고,또얼마나유진이절박해보였으면이아이가그런생각까지해봤을까싶어난현을이해하기로했다.그러고보니그동안유진이가절박해보였던이유도어렴풋하게이해되기시작했고,아무튼난두아이모두를,또여러상황들을이해하려고노력했다.
내방으로돌아온나는침대에누워유진을만났던첫날부터모든일의정황을맞춰보기시작했다.
그아이에게서감지되었던절박한눈동자,그후로도한인학교에나올때마다나를바라보는눈빛에서뭔가를갈구하는듯한느낌을받았던것,한인학교에나오고얼마되지않아서우리집에매일같이드나들기시작하면서처음볼때보다훨씬밝게변한그아이의표정등,그동안무심히넘겼던일들을하나하나떠올려보았다.
그리고현이가내게방금전했던질문을떠올리면서무슨이유로그아이가날유진과그런관계로연결짓게되었을까를생각해봤다.
난외형적으로도그아이와닮은데가전혀없고,한인학교에서도유진에게만특별하게대해줬던기억조차없는데도대체어떤이유로그런유추를하게된건지그게좀당황스럽긴했지만그럼에도처음부터꼼꼼하게되짚어봤다.
그러다아주오래전기억하나가떠올랐다.그건지금으로부터16년남짓한세월을거슬러올라가야하는,현이가태어나기전내가막결혼하고얼마되지않은어느혹독하게무더운여름날의아픈기억이었다.
7.유진
메시지엔이렇게쓰여있었다.
<유진,우리엄마는확실히네엄마는아닌것같아.네생모의이름을내게알려주면확인시켜줄게있다고엄마께서말씀하셨어.지금바로우리집으로올수있니?>
순간힘이빠지면서난아무런생각도할수가없었다.
그리고얼마지나고나서야이런생각들이서서히들기시작했다.내가데자뷰까지경험하면서현의엄마에게서느꼈던그모든감정의정체는도대체뭐란말인가?
분명난얼마전의일들이너무도생생한과거의한장면이라는확신을가지고있고,현의엄마와는아주오래전부터알아온게맞고,그녀의눈빛은내게너무도익숙해서뭔가가우릴연결하고있다는느낌을떨쳐버릴수없는데.설혹그녀가나의생모가아니라해도나와뭔가연관이있다는그느낌만은절대지울수가없다.
그래!현의엄마가뭔가확인시켜줄게있다고하셨다니지금당장현의집으로가보자!라고난맘을정했다.거기서현의엄마와현앞에서내생모의이름을말하고모든결과를지켜보기로한거다.가슴이쿵쾅거리면서도당연히해결해야할일을목전에앞둔난스스로가차분해짐을느꼈다.그리고여전히떨리긴하지만이전보다는훨씬편안해진맘으로현의집으로향했다.
문을열어주면서현은내표정을살폈고,현의엄마는거실소파에앉아있다가내가들어서자일어나반갑게날맞으며내게다가왔다.
“유진아,숙제와프로젝트때문에한동안네가바쁠것같다고현이그러더구나.그런데숙제하구프로젝트어느정도끝낸거니?참,너내가만든바나나케이크좋아하지?우유에바나나케이크한쪽먹어라.현,너도먹을래?”
평소에도내가집에들어서면먼저먹을것부터챙겨주시는현의엄마의행동이오늘따라유별나보이는건아니었지만난다른때와는공기가조금다르다는걸감지했다.그리고되도록이면결과를늦추고싶단생각에난차분한어조로이렇게대답했다.
“네.주세요.사실지금배가많이고프긴해요.”
“그래.현이도유진이랑같이먹어.방금전에막구운거야.다른때보다도더맛있을거야.”
내옆에앉은현의표정도뭔가의연해보이고,무거운공기의입자가거실전체를꽉메우고있단느낌에난그자리를벗어나고싶어졌다.그래서현의엄마를따라주방으로들어갔고,현의엄마를도와컵에우유를따르면서현의엄마의표정을살폈다.역시그녀에게서도평소와는다른결연한의지가엿보였다.
도대체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걸까?앞으로또무슨일이일어날까?난침착함을유지하려고사력을다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