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속물근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대는 듯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정성주작가와안판석연출가가아내의자격,밀회를거쳐세번째호흡을맞춰내놓은드라마
‘풍문으로들었소’가전작들에이어또한번호평을받고있는듯하다.나역시이세드라
마를다감상했고감상하고있는데,개인적으로난아내의자격과이작품이묘하게오버랩되는
점이무척마음에든다.두드라마의접점은아무래도우리인간안에내재한속물근성을때론
은근하게,때론대놓고풍자하는그점인데이게때론나를찔리게하기도하고,또때론내
속을시원하게뚫어주기도해여간묘한감정이들게만드는게아니다.

내자신특별하게마조히스트라고생각하진않지만이드라마를보면서간혹내자신움찔하게
되더라도그게큰대수로다가오진않고오히려약간의희열이느껴진다.그건유독나만그런
게아니라대부분의인간이면어느정도의속물근성은다가지고있을거라는나의착각에서
비롯된것일수도있겠지만어쨌든이드라마가보여주는풍자는날반성과찔림에허우적거리
하기보단통쾌함으로더이끌고있는게사실이다.

또하나이드라마를보면서기분이좋아지는이유는드라마에등장하는모든인물들이개성만
발이라는점때문인데,분명히주인공이이사람들이란건알겠는데그외조연과단역들이라고
해서전혀연기력이나우리들에게시사하는바가주인공들에비해밀리지않으니이또한보는
재미를더욱고조시키고있다.늘보던그얼굴이아닌점도드라마에신선한바람을불러일으
켜현실감을드높이고있다여겨지고말이다.

아무튼이드라마는꽤나매력적으로우리들에게여러가지생각거리를던져주는데,제일먼저
떠오르는건과연진정한자존심이란뭘까에대해심각한고민에휩싸이게만든다는그것을들
수있겠다.어린나이에한번의불장난으로임신에이른소녀가배경,학벌그런거하나없이
도오로지실력과똑부러진성정만으로자신의자존심을지켜내는장면장면은놀라움을넘어
감탄을자아내게만든다.반면을의처지를순순히인정하면서딸덕을보려고작정한소녀의아
버지나동생이오른나무를쳐다보며똑같은높이의나무에오르려발버둥치는소녀의언니는
안타까움을넘어비루한모습에고개를떨구게만든다.

그리고한인상의아버지한정호가내뱉은대사들에서우린또이런생각을할수도있다.일생
을갑으로만살아온사람들이을의처지를이해하지못하는건어쩜너무도당연한결과일수
있겠지만과연그걸깨우쳐줄사람은누구여야하는가란문제.대를이어부를축적하고상류에
진입한이들이그렇지못한이들에게되돌려주어야하는건전혀없는것일까라는문제.가장
정점을보여주는한정호뿐만아니라이드라마에등장하는소위말하는잘나가는모든이들의
위선과허위의식이과연이들만의잘못일까라는문제등등.

그렇다면이들과대척점에있다고볼수있는서봄의친정가족,그리고한정호를신처럼모시는
로펌식구를비롯한집사와그아내,개인비서등은무조건적인을이맞는걸까에서부터그들사
이에도제2의제3의갑질이존재하고있다라는문제에이르면말그대로이드라마는우리인
간의속물근성을현미경으로면밀히보여주는현실감단연최고인드라마가확실해보인다.

우리속담에도있듯이’뭐묻은뭐가재묻은뭐를나무란다’는비유가이처럼딱들어맞을수가
없으니총체적으로이드라마는우리안에내재한속물근성과인간적인,너무나도인간적인우리
들의흉허물을그대로보여주고있다.상류층은상류층대로상류가아닌사람들은또그들대로
머리굴리고계산때리고저마다자기딴에는심히열심히살아내는비루한현실을마치현미경을
들여다대듯밀도있게매회매회드러내며우리로하여금자신을돌아보라고넌지시외치는건아
닐는지.

마지막으로이드라마에대한내개인적견해하나를덧붙이자면,이드라마는제목도영화’범죄
와의전쟁’의OST로쓰였던장기하와얼굴들의’풍문으로들었소’를그대로따왔고,풍자를일삼
는방식에서부터주제역시영화’범죄와의전쟁’의그것과많이유사해보이니아무래도작가가
그영화를보고영감을받지않았을까란짐작을,거기에더해어쩜그영화의오마쥐가아닐까란
추측까지가능하게만든다.아니면말고가아니라그냥나의오버쯤으로이해하면되겠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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