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젊은 날의 초상화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폴 오스터의 이 책을 읽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다보니 무한한 기대감을 갖고 말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내게 나의 어린 시절, 젊은 날을 떠오르게 했던 내 내면의 탐구로의
초대장쯤으로 여길만한 가치와 함께 세상의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추억과 상처
와 아픔과 기쁨이 있다는 건 어쩜 전적으로 옳지 않은 추측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내게 불어넣었다.
가령, 그가 추억하는 과거는 이전 내가 다른 책에서 많이 읽어본 그런 것들과
유사점을 많이 보였다. 프로스트의 그 유명한 ‘마들렌 이야기’만큼이나 폴 오스터
의 과거 추억은 내게 폭신폭신 하면서도 달콤한 과거의 여러 자락들을 내보였으니
말이다. 카프카였던가? 그의 부모 역시 유대인 출신으로노상 바빠 자식들을 돌
볼 틈이 없었고, 어쩌면 그런 부모 덕에 카프카는 자기본연으로의 탐구를 일찌
감치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예감이 있는데, 그런 점이 폴 오스터 역시
많이 닮아 있었다.
그 밖에 폴 오스터는 그가 성장해온 시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사건들 혹은 사고들,
그의 사유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물론 그가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거대담론
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학창시절, 첫 댄스의 추억, 소녀들을 향해
가슴뛰었던 풋풋했던 순간들 또한 소박한 눈과 사유로 우리들에게 안도감을 전
한다. 무릇 위대한 작가 역시 어쩔 수 없는 어리버리한 시절이 있었음을, 미숙하고
불완전함으로 가슴 졸였던 순간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상기시키
며 미묘한 동류의식을 전하면서 말이다.
또한 영화와 시나리오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음 증명하듯 그의 과거 이야기엔
영화에 대한 추억 역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그가 관심을 가졌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언급, 철학자들의 철학과 그 당시의 사회상에 관한 보고 역시
빠지지 않고 빽빽히 촘촘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요즘의 내 일상이 번잡하다 보니 이 책 또한 충실히 읽어냈다곤 절대 말할 수 없겠
다. 고로 난 폴 오스터가 한때 머물었던 내 집 몬트리올로 돌아가 다시 이 책을 읽
을 것이다. 그땐 아주 깊이 침잠하여 좀 더 그의 내면에 가까워지길 소망하며 그렇게
충실하게 읽어낼 것이다. 그날이 몹시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