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사온 거라곤 온통 먹을 것 뿐! 사실 그거 아님 뭐 다른 게 필요하랴?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오로지 달달하고 맛난 식도락이었다는 걸
다시금 상기해볼 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우린 다음
여정인 호텔 체크인을 위해 네비게이션을 따라 시내에 위치한 ‘푸요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 보니 일단 위치는 합격점! 친절한 리셉션니스트의 안내로 차를 주차
한 후 우린 방으로 올라가 ‘시미즈료칸’과 비교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방을 살펴본
결과 큰 방에 에어컨 하나 달린 료칸보다는 일단 호텔 쪽에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그 외 간단한취사가 가능한 주방이 달려 있고, 화장실과 욕실도 더 넓고, 여러 모로
이 호텔이 맘에 들었는데 여전히 몸이 안 좋은 내 조카들 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원래 우리 계획은 호텔 체크인 후 지하철로 텐진 시내로 나가 맛난 것을 이것 저것
맛 보고 후쿠오카 시내구경도 하려고 했기 때문. 그런데 조카들은 호텔에 남겠단다.
편히 쉬고 싶다고. 그래서 우리 세모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우린 우리끼리
라도 시내에 나가 남은 하루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신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모녀는 지하철(실은 지상철도)을 타고 한 정거장 떨어진 텐진역에서
하차, 파르코 백화점을 찾았다.
우리가 파르코 백화점을 찾은 이유는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후쿠오카 함바그’를 맛
보기 위함이었는데, 유명하다는 두 곳 중 우리는 ‘키와미야 함바그’집으로 향했고,
저녁식사로 붐비기 조금 전이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곧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함바그를 맛본 순간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데, 무엇보다 음식에 관해 관대
하지 않으신 우리 어머니께서 맛있다고 하시는 걸 보면 확실히 맛난 곳이 맞구나~
싶었다. ㅎ
식사 후 디저트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까지 맛나게 먹은 우리는 파르코 백화점과
붙어 있는 솔라 스테이지라는 또 다른 쇼핑센터를 두루두루 구경하다가 역시 마켓에서
또 다른 디저트류를 구입했고 곧 그 유명하다는 ‘효탄 스시’집을 찾았는데, 주소만으로
는 도무지 찾을 길이 없는 거였다.
할 수 없이 주변에 영어를 함직한 사람을 찾아 영어로 물어볼 도리 밖에 없었고 그래도
좀 영어를 할만하게(?) 생긴 혹은 느낌을 주는 젊은이들에게 말을 건네도 대부분은 고
개만 설레설레 흔들며 도망치듯 사라지는데, 그 중에 한 명 곱상하게 생긴 젊은 여자분
(대학생으로 보이기도 했는데)이 자기가 그곳을 안다고 직접 우릴 그곳으로 안내해
주겠다지 않는가?
아주 고마운 마음으로 그녀를 따라가보니 방금 전 우리가 나온 솔라스테이지의 지하
에 ‘효탄 스시 분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린 그녀에게 고맙단 인사를 건넨 후 다시 대기
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참, 여기서 우리가 왜 저녁을 또 먹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 해 덧붙이자면, 애초 우리가 호텔을 나서기 전 이미 우리는 함바그와 스시
두 가지 중 하나도 포기할 수가 없으니 조금씩 시켜 두 가지 다를 맛 보기로 합의했었고,
그 결과 함바그 집에서는 2인분을 주문 나눠 먹었고 이제 스시집에서는 아무런 부담
없이 회전초밥 중 마음이 동하는 걸 골라 먹기로 한 것이었다.
순서가 돼 그 유명하다는 ‘효탄 스시’ 회전초밥 앞에 자리를 잡고 앉긴 했는데, 정작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초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아직
맛을 보긴 전이니 속단은 금물!이라 생각하고 일단은 초밥 맛부터 보기로 하곤, 맘에
드는 초밥 몇 개를 내려다 놓고 맛을 봤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그럼 회전초밥이 그렇지 뭘 그리 기대했느냐고 누군가 말하신다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한국에서 우리가 즐겨 가 먹던 일식집의 그것과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었던 것이다.
암튼 다소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계획한대로 함바그도 스시도 맛 봤고 거기다
맛난 디저트와 내일 먹을 아침용 삼각김밥도 샀고 해서 우린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을 단잠으로 보내고 우린 이른 아침 눈을
떠 녹차를 끓여 마시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물론 공항가기 전
차에 주차하고 렌터카센터에 차를 돌려준 후에 말이다.
후쿠오카 공항은 아담했다. 사실 도착해서는 잘 살펴볼 기회도, 심적 여유도 없었지만
갈 때가 되니 눈에 이것저것 들어오는데, 역시 다른 일본과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잘
정리돼 있었고 특히 화장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비데는 무척 부러웠던 점이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명란파스타와 생선케익, 그리고
장어덮밥도 맛있었고 전체적으로 2박 3일 여정으로 후쿠오카에서 보냈던 시간들, 후쿠
오카에 대한 이미지는 참 좋았다.
그렇게 흡족함을 안고 우린 서울로 돌아왔다. 언젠가 또 세 모녀가 함께 할 일본여행을
벌써부터 기대하면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