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초등학교동창송년회를가졌습니다.가는날이장날이라고하필올겨울들어가장추운날을잡았습니다.몇이나올까걱정들을했는데그래도40명가까이모였습니다.그런데처음참석하는한친구가주위의눈치(?)를살피며어색하게들어오는데,지가아무리어색해도저는한눈에알아보겠더군요.6학년때제짝꿍이었습니다.
50년만의재상봉이라반가웠지만거리가멀어(사실은그친구와그리좋은기억만있는게아니라….)참았습니다.술이몇순배돌고또그중에친한年놈끼리끼리모여앉아좌중이시끄러울쯤녀석에게다가가반갑게이름을불렀지요.
그런데실망스럽게도“니누꼬?”하며소닭보듯하는겁니다.“나야!임마!오병규!우리짝꿍이었잖아!”,“아!그랬드나?몰라!기억이안나는데…!”,“차아식!우리무지하게많이싸웠잖아!”,“글씨…??내는기억이잘안난다야!”그때서야저는속으로이자식이벌써치매가왔나?하고의심이들었습니다.
그녀석은기억이안날지모르지만,저는기억이또렷했습니다.그시절누구라할것없이모두가난한시절,도시락을싸가지고오는것도호사일만큼어려울때놈의도시락반찬은어김없이새우젓아니면황새기젓이었습니다.지난날양은도시락이라는게밥을담은뒤한쪽구석에반찬통이자리를할때이니국물이있는반찬은따끈따끈한밥쪽으로새어들어와곤죽을만들기십상이었습니다.점심시간이되어도시락뚜껑을열때마다,‘아!그견딜수없는역함이여…..’
제가전생에아주유명한스님은아니더라도불목하니정도는되었던모양입니다.그때나지금이나젓갈을먹지못합니다.젓국얻어먹을일이없으니눈치도없습니다.그래서눈치없이그녀석에게“이누마야!그벤또반찬젓국좀싸오지마라!”라며시비를걸고티격태격하다가드디어는곧장주먹다짐을벌인게한두번이아니었습니다.쌍코피터치고그녀석의어머니가학교로달려오시고…..
너!임마!도시락반찬으로매일새우젓싸왔잖아!?그때서야놈은“그래!맞다!우리엄마그때새우젓장사했걸랑!”,“그봐임마!…ㅎㅎㅎㅎ…”그때서야우리둘은다시한번손을더잡았습니다.50년전저편,자동차정비업을한다는녀석의기억일부를회생(回生)시켜준게더기분좋았습니다.이런게우정아니겠습니까?
오늘은사실어제마신술이좀과했나봅니다.머리가무겁고속이좀아립니다.벗님여러분께썰을계속풀어드려야겠는데정신이맑지못한관계로썰이제대로나올것같지않습니다.그래서어차피‘인터넷인연’이라는썰을풀면서,새삼스레연일악연(惡緣)만가지고악악거릴필요는없겠다는생각에순서를바꾸어좀색다른기연(奇緣)을얘기해야겠습니다.
지금제가살고있는집은정말기연(奇緣)이아니었다면살(買)수없었거나지금같이계속살(거주)수없었을겁니다.이집의전주인양반은누구라고함자만대면알만한공인이셨습니다.그분과의기이한인연으로이집을사고바로‘시대유감’카페에올렸던것을다시올립니다.또이썰이또다른악연과연결이되기때문입니다.
기막힌인연(죄짓지맙시다.)2005/05/2912:20
세상을살아가노라면이런저런인연을엮고겪으며살아갑니다.그런가운데자신도모르는,자신이아직겪어보지못한별스럽고이상한인연도만들어가기도합니다.그런데이런인연이있습니까?이런인연은대한민국전체인구를4500만으로치고그분과제가양분해나누어가져도2400여만분의1인것입니다.이토록극히이루어지기어려운인연이기도하지만,달리생각하면세상이너른듯하지만생각보다좁아터진게또한세상인것입니다.
아래이야기는저와맺어진인연의그분께서는비밀로하자고당부를하셨지만,제입이새털같이가벼워서가아니라그인연의신비로움이저로하여이썰을올리게하였고또한제목과서두에서말씀드렸듯유감방만큼은서로간죄짓지말고착하고좋은인연으로만들어나가자는취지로이썰을올리기로작심합니다.그분과저는이미유감방이라는공간에서인연을맺고있었지만,어떤계기로보다각별한인연을만들었기에기쁨보다는놀라움이큽니다.그런각별한인연으로이어지기전,만약제가그분께어떤비인간적잘못을저질렀으면어땠을까를생각하면지금도모골이송연해옴을느낍니다.어쨌든좋은인연으로만났고,보다각별한인연으로이어져나갈것을다짐하며나머지여생을살아가렵니다.각설하고…..
왠지근자에들어비둘기장같은나의집에서탈피하고싶었다.
굳이변명을하라면‘수구초심(首丘初心)’같은기분일것이다.
여우가죽을때제가태어난굴(고향)쪽으로머리를두고죽는다고하지않던가.
사람이태어나도.농을막론하고고향을지키고사는사람,이방(異邦)으로흘러가
사는사람,그런곳에서이런저런구조의가옥에서평생을살기도자주옮기기도
하는것이다.시골분들이야간간이도시를동경하시겠지만,
보편적인도시사람들은여건이나형편만된다면말년,그이전이라도
시골에서전원생활을하는것을꿈꾸고희망한다.며칠전어떤설문조사에서도
그런비슷한기사를본것같기도하다.
인간은땅에서태어나땅에
묻히는게인간사섭리(攝理)인것이다.이런게이른바수구초심의섭리라고할것이다.
그러한섭리에순응하고자연으로돌아가고파지금살고있는집에서벗어나맨땅에
헤딩하자는게아니라정원이나마당이있는집에서맨땅을밟으며살고싶다는심정이
드는것은,내가나이가먹는다는것즉,늙어간다는(선배제현께는참으로송구한말씀이나…)
증표이며수구초심의수순을밟고있다고보면틀림없을것이다.하긴한열흘
전말로만이아닌진짜외손녀를보았으니늙었다해도틀린말은아니리라.
동네에있는부동산중개소를통하여쓸만한정원이나마당이있을만한집을소개
받고여러곳을가보았지만성미에차지않았다.그과정에서유독내게필이꽂히며
어쩌면전생에내집이었을것같은야리꾸리한감이잡히는집을보았다.
아~!내가찾던집이바로이거다.중개인의전언에따르면그집주인양반은
번잡한도시가싫어某지방에가계신단다.
정원은온통나로선이름모를수목과기화요초의숲으로이루어져있어,그주인의
정성쏟았음이역력히묻어난다.지금살고있는집도창문만열면바로숲이요
북한산자락이긴하나,내발로그곳을밟을수없고그저바라보고만있어야하는
안타까움에그런집을구하러다녔었고,지성이면감천이라그런집을발견했던것이다.
솔직히이자리에서밝히지만그렇게쉽게그런집이나타나리라곤생각지도않았을뿐,
전혀준비가되어있지도않은상태에나의(?)집을찾아냈던것이다.순간혹시다른
이가먼저그집을사갈까두려움(?)과초조감에여러가지편법을써가며일부
금액을맞추고잔금은은행대출을받기로은행과는약속을하고집주인양반과계약을
하기위해서둘러중개소에부탁을했다.
그런그날저녁,저녁잘먹고후식으로과일을먹어가며‘해신장보고’연속극을함께보던
우리회장님(나는모든경제권을쥐고있는마누라를평소에회장님으로부른다.^^*)께서
땅이꺼져라긴한숨을쉬시더니갑자기스트레스받는다며양미간에내川자를그리며
인상을팍쓰시는거다.가끔일어나는일이지만그런회장님의의사표현은거의진노(震怒)에
가까운것이다.그를때면난찬물에들지않았지만거시기가뻔데기처럼쫄아들고가슴은
100마력이상으로콩닥이며펌프질하는소리가회장님귀에까지들리지않을까
걱정을해야한다.왜냐?들키면쪽팔리니까.아무리부부지간이지만나도프라이드가있고
프라이버시가있지….^^*
아내의얘기는이렇다.‘당신이서두니까엉겁결에부화뇌동했지만은행융자받아가며집을급히사야하느냐?그리고순서가이집이팔리고난뒤집을구해도구해야지난도저히이해가가지를않는다.’라는취지였고,덧붙여‘난그리못해!’라며갑작스런배신때리기와변절을하는것이다.물론아내의그런표현은전혀잘못된것이아니었고,나또한생각해보니아내의그러한태도가무리가아니라는것이다.다음날회장님은일어나자말자‘당장전화해서그집주인양반못올라오게하시오!’라는엄포섞인명령하달을하신다.힘없고경제력없는쫄따구방법이없지않는가?
중개소로급전을쳤다.나좀살려달라고….그런데중개소사장의답변은,그분께서이미다른일도있고겸사로엊저녁올라와아드님댁에계신다는통보다.이런걸낭패라고하는것이리라.어쨌든본적도없지만집주인양반도중개소사장도볼낯이없다.궁여지책으로‘내마누라를한번더설득을시켜볼요량이니시간을달라.’며시간벌기에나섰고,다행히그양반께서기왕올라오신김에다른볼일도있고하루를더묵어가신단다.
그날저녁,내몸도추스르기힘들지만회장님팔다리를주물러드리고안마를해드리며갖은아양을다떨고보채도보았지만….회장님의한결같으신대답은“NO"라는냉혹한답변이고‘당신나이가몇인데알라처럼구느냐?”며빈정거림까지마다하지않으신다.아~!방법이나이데쓰~~중국말로는’메이유팡파!‘다.^^*
운명의그날비장한각오로수화기를들고중개소로전화를했다.위에서이미밝혔듯방법이없다따라서극존칭을붙여가며“사장님께서그분께잘말씀드려주십시오.”라며엎드려부탁을하고전화를끊고‘휴~!상황끝~!’면피했다는심정으로수화기를내려놓고,,,,,그런데잠시후전화벨이울린다.중개소다.
상황끝인줄알았는대아직뭔볼일이…??근데알고보면중개소사장님인들그리호락호락할까?지방에서일부러올라오신주인양반에게전말을고하기가무척이나난감했던모양이다.오히려내게부탁하기를전후좌우사정얘기를주인양반께직접하란다.그렇게하는것이인간적이고인사가아니겠느냐며훈계조로들고나온다.따는조금도틀린얘기가아니다.무쟈게결례는했지만맞아죽을일을한것도아니고,정히원하시면왕복비행기삯도드리겠다는심산도있고,설마때려죽이기야할라고..??하는심정으로,좋다!내가간다!생즉사,사즉생하는심정으로각오를단디하고정확하게시간을맞추어중계소로갔다.
난사실내가생각해도자유분방하지만,어떤경우허접스런(?)禮를무척중요시하는사람이다.때로는그예를가지고상대방의인격이나됨됨이를저울질하고판단하기도한다.내기준으로판단하면거의실수를않을뿐만아니라그분들은검증된진정한인격의소유자라는것이다.우리가이곳에글을올리고있지만,그글속에자신들의인격이묻어나는것은숨길수없다.첫인사를나누고몇마디의대화를나누다보면이미나는상대방을어떻게대해야할지호불호가분명히선다.
중개소가보이는저만큼에서어떤사나이가밖으로나온다.그리곤담뱃불을붙이고담배를핀다.직감적으로그분이집주인양반이라는생각이든다.내가중개소에들어갈때그분은뒤돌아서있었기에나를보지못했다.그러나속으로그양반이범인(凡人)이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좁아터진중개소안에서혹시나담배연기를싫어할사람이있을까싶어,타인을배려하는그분의자세에이미나는그분이젠틀하시고범상치않음을느낀것이다.
아무튼중개소장의권유가아니더라도집주인과계약위반자인나의만남은자연스럽게이루어져이런저런얘기를나누게되었고,자초지종나의변명과계약위반에대한죄스러움을표하기전그분은오히려내게‘부담절대느끼지마시라,순리대로하시라,사모님말씀이백번지당하다’는덕담으로만이어져나가며황송하게도나로하여더몸둘바를모르게만드는것이다.지금까지의얘기는보통사람들이한번쯤은경험할수도또누구든겪을수있는과정의얘기다.놀라지들마시라!!!^^*
그렇게그분과이런저런정담을나누고이런저런인생살이얘기를나누며막헤어지려는찰라,갑자기그분이나를한번더자세히보시더니‘왠지낯이익고어디서본듯합니다.’라는것이다.‘글쎄요?’라며부정적반응을보이자그분께서‘혹시…?시대유감방오병규님…?’하시며말씀잇지못하신다.오~!이놀라움,이경이로움,믿어지지않는사실에손발이떨려오며어찌할바를모르고,‘네,제가오병귭니다,실례지만어떻게되시는지요?’라고반문을드리자“나~유감방XXX요~!”세~상에~~이럴수가~이런걸무엇으로어떻게표현해야하는가?
소설이아닌현실로이런인연이가능이나한것일까?그분이나를알아보신것도작년겨울엄동설한때중국의만리장성등정기라는썰을올리며곁들여중공군복장을한내사진을보셨다는것이다.그얇(超薄)은그찰나적표현들을보셨고기억해내시며,이런가공스런(?)인연을만들어내신것이다.지금이썰을만들면서도흥분이가라앉지않은상태이다.아무튼여기서얘기의마무리를지어야할것같다.그러나,,,,
우리모두는유감방에서만들어진소중한인연을헛되이하지맙시다.유감방식구만이라도서로간에죄짓지말고언제어디서어떻게만나도떳떳한,부끄럽지않은그런소중한인연으로만들어나갑시다.놀랍지않습니까?제경험담이….신나고멋진나머지휴일되십시오들.감사합니다.
에필로그,
그분은보통사람들이상상할수없는조건으로제게그집을
물려주기로하셨습니다.저나아내가조금도불편하거나부담느끼지않는
조건으로말입니다.이제그집은제집입니다.혹시이썰을보시는그분께
진심으로감사의말씀을올립니다.
덧붙임(사신),
선배님감사합니다.사모님께도감사드립니다.
정원을아름답게꾸며주셔서제건강찾기에도크게보탬이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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