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요란하게전화가울린다.잠결에들은즉,
전화받는마누라역시졸린목소리가분명하다.그리고몇마디나누더니
“응!계셔…”하지만,잠시어쩔줄몰라하는게어둠속에도역력하다.
잠자는놈깨우는걸제일싫어하는것을아는마누라의목소리는이미
주눅이들어있다.그래도비몽사몽간의나를흔들며“전화좀받아요~!”란다.
그런중에나는이미짜증이목구멍까지밀고올라왔다.
“여보세요.”하자마자저쪽에서얼큰한목소리로,
“아따~!형님주무시는게라~!저김서방이어라~!”
투박한전라도사투리가흘러나온다.
잠이확달아나며짜증을넘어울컥화가치민다.
“이런!제길할!그말하려고이밤에자는사람을깨워~!?,
새해복많이받으라고전화했지?그러니까됐네.
자네도받고나도복많이받자고,사람이말이야설지난지가
며칠이됐나?나잠자야겠으니전화끊어!!!”
치민화밑으로약간의독침이섞인말들을
숨도안쉬고뱉아냈다.머쓱해지는목소리로
“네,알것써라~!”라는답변(?)을듣자말자일방적으로
전화를끊어버렸다.
순간칠흑같이어두운가운데방안의공기가
싸늘함을느낄수있었다.저만큼‘쿡TV의세트박스’에달린
디지털시계가12:이십몇분을가리킨다.
"c팔놈!"입에서저절로욕이튀어나온다.
그리고다시깊은잠으로빠졌던게어제밤의일이다.
처제는이혼을하고아들하나를데리고막막해하고있었다.
이혼전의동서는某보험사영업소장이었는데IMF를맞으며
쫓겨나지않으려무리하게회사에충성을하려다제집은물론
친인척과지인들까지곤란에빠트리고결국경제사범으로
교도소까지가게되었고,그끝에이혼까지하고말았다.
내개인적으로는착하고성실하고열심히사는그런모습들이
정말괜찮은사람이었는데,그놈의돈이뭔지있는것없는것
다말아먹고종래자신의마누라인처제까지
신용불량자로만든뒤갈라서고말았던것이다.
그통에마누라역시얼마간물렸다는데금액을얘기않으니
모르겠고(이부분에선,나는그당시중국에상주하고있었기에
전개되는상황들을전혀몰랐음.),아무튼그런게중요한것이아니라
문제는오갈데없는처제와딸린아들하나다.
얼마뒤그사실이내귀에들어왔을때잠시혼돈에빠지긴
했지만,혼자된처제를모른채할수가없었다.
그래서강구한것이고교생조카놈은혼자계시는
장모님께잠시맡겨두고처제의일자리를잡아주는것이었다.
‘따이공’이라는게있다.정식수출입절차를받지않고
한국에서중국으로또중국에서한국으로약식세관검사를
받으며짐을날라주거나관세법이허용하는한도내에서
한.중간의운송이나교역을하는사람들을‘따이공’이라고한다.
일명보따리장사라고하는이직업이수년전까지만하더라도
성황을이룰때가있었다.보따리의부피가점점커지고
다루어서는안될품목,심지어는마약밀매까지하다가
드디어는당국의단속이심해지면요즘은명목만있다는소문이지만,
한참성업을이룰때,처제를중국으로불러들였다.
당시나는한‘따이공’에게내공장의원부자재(공장에소요되는
국산원부자재)반출입을모두맡겼고,중국에진출해있는지인들의
물량도그친구에게소개해주기도했었다.그러한사이였기때문에
전혀부담없이그친구에게처제를좀데리고일하라며
부탁을했고,그친구역시보조가필요한참이었기에시쳇말로
연대가맞아처제는그렇게‘따이공’이된것이다.
‘따이공’들은물동량에따라아주드물게는항공을
이용하는경우도있지만,거의가페리여객선을이용한다.
선박이라는특수성이있어일주일에한국에서하루,중국에서
하루를쉴뿐한.중을오가는여객선의선상생활을해야하는
육체적고달픔이따르기는하지만,그래도고정물량이있으면
월수입최소한수백에서천여만원이넘는재벌(?)따이공도있었단다.
아무튼처제는그생활을약4년간하면서
전남편이자신에게지어놓은수천만원의빚도갚고,
따이공을하기좋은인천의아파트를전세얻어장모님슬하에맡겨둔
조카녀석도(세월이흘러대학생이된)함께생활할정도로안정되었다.
그러던어느날,중국에도착(부두)했다며형부(나)에게
꼭할말이있다는것이다.마침그때는마누라도중국에있었기에
처제와약속된장소를나가보니처제와함께일하는,
더정확히얘기하면처제를좀돌봐달라고부탁했던그친구와
함께나와있는것이다.인사를나누고식사를하며술이
한두어순배돌았을즈음,뜻밖에처제의입에서
“형부!저이사람과결혼할거예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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