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기 싸움(2부)
‘기싸움’2부.

그런데그는막무가네다.“이양반아!차를이런데세우면그림자때문에농사가안되는거몰라요?”,“어쨌든죄송합니다.두번다시이곳에차를세우지않겠습니다.”,여전히그는봄농사걱정을앞세워나를몰아세운다.“선생님!보시다시피저희집마당이꽤넓습니다.이제는이런데차를세울이유가하나도없습니다.죄송합니다.”그리곤황급히차를빼려는데뒤꼭지로부터“첨부터차를왜대는거야!다른데도공터가많은데…!”찰나적순간속으로….“저새끼가기싸움하자는게지?”그만참고참았던꼭지의뚜껑이열리며화산이폭발하고말았다.“아니!이양반아!당신눈에지금공사하는게안보여?공사하는동안잠시차를세웠고,봄이고여름이고간에내가왜내차를이곳에다시대겠어?저느른내마당을두고원시비할걸가지고시비를해야지..”

산골우리집에도봄을알리는꽃들이피어나기시작한다.

사실마누라는세상에서내목소리가제일큰것으로알고있다.나도화가나면목소리하나는남못지않게내지른다.화통같은목소리로일갈해대자상대의눈동자가풀리며(나중알고보니이양반약간사시였다)주춤한다.“아!글쎄내말좀들어봐요!”,“아!글쎄듣기는뭘들어!?들어보나마나똑같은얘기아뇨?”그리곤차를쏜살같이몰고집으로돌아왔다.뒤에서소리를지르거나GR을하거나말거나.

연산홍도만개하였고….

세월은유수같이흘러한달가까이지난정월대보름날이었다.원래는이런생활을먼저경험하신사돈께서동네잔치를한번하라시며쌀두말을보내주신게있었다.마침보름날이고하여그쌀로떡을찌고고기근과음료(술은마을회관에남아돈다기에…)등등을장만하여동네분들을모셨다.장만한음식들이배달되고기별이온뒤마을회관으로내려가보니꽤많으신분들이상차림을기다리며한담을나누다가우리부부가입장하자반겨주셨다.대충일반적인사를나누고남자노인실로들어서자회장님과어떤분이장기를두고있다.근데얼굴이익다.아!봄농사걱정하던그양반이다.모른척하고손을내밀자그양반도손을잡아준다.좀서먹한순간이었지만,그는악수를마치자약간풀린눈동자(원래사시였음)를장기판으로돌렸고나는나대로다른분들과수인사를나누었다.

김포사돈께서지난가을분양해주신군자란도화사하다.

잠시후음식상이들어오고먹고마시며왁자지껄…포만감이느껴질즈음그가말을걸어온다.“그땐미안했수!”라고그러나나는시치미를뻑따고“무슨말씀이신지…?뉘신지잘모르겠습니다.”그러자그가“아!얼마전우리밭앞에차를댔잖소?”그때서야“아~!그때그분이십니까?아!몰라뵈서죄송합니다.그리고그날은제가잘못했는데요뭘!”속사포처럼쏟아내자,그는“우리이웃끼리잘지냅시다.”라며다시손을내민다.찜찜하던기분이순식간에풀린다.

약열흘전충주닷새장엘갔다가사온’향수선’이다.한열흘돌봤더니꽃을보인다.

그리고며칠뒤그는조용히휴식을취하고있는나의방을두드린다.커피가나오고(원두커피를내리기때문에입맛에안맞을지모르지만…)사과도깎기고….그런데요즘그이의우리집방문이너무잦다.어떨땐낮잠좀자려고누워있는데문을두드린다.

그제도이반장(형사반장이아니고우리반의반장님)은너스레를떨며우리집에와서는요즘한참철거중인쇠파이프(비닐하우스용)를몇개달란다.쓸만치(사실철거비용대신에그파이프는철거하는인부들에게준것이지만,워낙양이많아인부들과협의를거친후)주고,곁들여커피한잔까지끓여내라기에명을거역할수없어그렇게했다.솔직히할일이많은데1시간이상을노닥거리다간다.시골사람들어떨땐엉덩이가무거워불편한경우가가끔씩있다.딴에는시시콜콜한시골생활까지전수한다고나서는데야어찌할방법이없다.(이런관계로어떨땐컴에앉을시간이없다)

‘기싸움’의승자도패자도없다.그러나어쩌면외지인에게탐탁지않았던’이반장’과정다운이웃이되었다는것은나의시골생활에고무적인일이아닐수없다.낯선산골생활을그렇게극복해나가면될것이다.

덧붙임,

아무리전원생활도좋지만,목구멍에풀칠은해야하기때문에어제서울본가로올라왔습니다.

오늘은한동안산골생활준비때문에뜸했던중국으로날아가야합니다.목구멍이포도청이라어쩔수없이지겨운비행기를또타야합니다.중국에도착하는대로또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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