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소통의 부재(끝편)
서울에살며겨울철특히눈이온다음제설작업관계로이웃에대한불만을털어놓은적이몇차례있었다.눈은쌓이고북한산지류의중턱에사는관계로눈이오면차량을움직일수없는것도불만이지만,그눈을치울생각을않는이웃들이더얄미웠던적이어디한두번이었던가.그불만을토로한썰이여러개이곳에남아있다.

내가이곳에내려온것은지난1월하순이었고그날이곳은백설이난분분내리던날이었다.그런데눈쌓인도로를따라노인몇분이서리어카에모래를싣고다니며길에뿌리는것이었다.그런모습을무심코지나쳐버렸는데,2월들어이곳에또폭설이내린적이있었다.그런데그날도면소재지에볼일이있어차를몰고나가는데,이번엔동네사람이모두동원됐는지구간을나누어눈을쓸고모래를뿌리며제설작업을하고있는것이었다.

누가누군지도모르는상태였지만나보단훨씬노인분들이칼바람과맞서며제설작업을하는광경에차를몰고나가기가참으로송구하고민망해서차를세우고“수고들하십니다.저는앞으로저쪽농기구창고가있는집으로이사올사람입니다.”라고인사를드린적이있었다.그리곤정식으로이사오면저도동참하겠노라고말씀을드리며그어려운자리를피해도망치듯나오기도했었다.

그랬던내가핸즈프리로전화를받으며그광경을목격했고,그자리엔이반장형님도있었는데통화를끝내며이반장형님께목례를하며시내에볼일이있다고얘기를하자이반장형님은어서다녀오시라며격려(?)를아끼지않는다.이반장의격려를뒤로하고죄스런마음에부리나케차를몰아얼만큼내려오며생각하니,동네의모든남녀노인양반(하긴이곳도젊은이가없으니굳이노인이랄것도없이그냥주민들이다.)들이무엇인가공동작업을하고있는데,그냥도망쳐온듯하여얼굴이달아오르며뒤꼭지가간지럽기시작하는것이었다.어떻게하지?어떻게해야하나?그만깊은고민에빠지기시작했고잠시정차를아니할수가없었다.

생각다못해결국면소재지를눈앞에두고나의애마를살살달래다시공동작업장으로되돌아오고말았다.그리고이반장형님을불렀다.모든노인양반들이내게로시선이쏠리는듯했지만아랑곳않고이반장에게“아이고!참형님도…아!이런작업이있었으면기별을주셨어야지….”,“아냐!뭘~!아직본격적으로이사를온것도아닌데…괜찮아!어이일이나봐!”또이러지말라는이반장의손사래를강제로막으며어르신들께음료수나대접해올리라며하루의일당(요즘이곳성인허드렛일일당이7만원이란다)을거의반강제로맡기고내갈길을나서니마음이한결가벼웠다.(이반장은내게서받은일당을어르신들께흔들어보인다.아마도마을공동잡수입으로잡을게다)

이반장에게노력동원의대가로하루일당을안겨주고내볼일을보았지만,돌이켜생각해보면이짓이잘한것인지회의가온다.혹시라도제까짓게돈이있으면얼마나있다고남들은땀을흘려공동작업을하는데몇푼던져주며거지취급을한다고오해들은않으실지…???또한편으론정말이반장말대로아직은정식으로이사를온것도아니고지금까지의공동작업은(후일들어보니마을공동으로도라지를심었고그것을캐어파는날이었단다)나와는무관하자나??하는자위적핑계도있다.

처음동네어르신들과수인사를닦은것은지난대보름날이었다.이미밝힌바있지만,떡을두어말해서파티(?)를열었던것인데,그날흘러가는얘기를하나귀담아들은게있다.‘위쪽某선생네는입주식하고떡한시루마을회관에보내곤그이후로얼굴도안비친다는…’말씀을몇몇노인분께서나누는것이내귀에들렸던것이다.

그러고보니좀이상한(?)한데가없잖아있다.마을을들어서는입구에도그렇고천등산등산로가는길에도인기척이없는빈집이많다.하기는나와측량문제까지비화된옆집마저도한겨울엔집이비었었고설령다른계절이라도주말만이곳에내려온다니,결국인기척없는집들은그야말로주말만즐기는전원주택이나별장이아닌가?

이반장얘기로는우리동네엔1년에5-6차례의부역(賦役:이반장은꼭이렇게표현한다.어감이별로지만노력동원인관계로아주틀린얘기는아니다)이있단다.특히제설작업과도로보수란다.그런데이곳에집을짓고주말만오는사람겨울철엔발걸음도얼씬않는사람들이그부역에동참할리가없을것이고,원주민입장에서는우리가보수하고닦아놓은길을‘길닦으니똥장군이먼저지나간다.’는식으로외지인이들락거리니어찌기분이좋기만하겠는가.

결국얼굴을좀붉히고때로는설왕설래하다보면이것이곧원주민의텃새로비춰지는건아닐까?특히그런사람들때되면친인척친구까지이런저런구실로모여들고한참바쁜농번기에고기나굽고고성방가를한다면분명원주민의눈엔곱게보일턱이없을것이다.위에도언급했지만우선나부터그들곁으로들어가함께땀흘리며잠시노동을해주었다면더좋았을텐데…하는후회도들고,,,그런데이반장얘기로는문닫아건친구들은동네에서약간의추렴좀하려해도그것마저도협조가안된다니이정도면가히원주민의텃새가나올만도하다.역지사지로내가십년이십년이곳에살았고가끔씩노력동원에보탬을주고원주민화됐을때신참(?)들의비협조를그냥보아넘기지못할것같다.하다못해이반장형님처럼눈을내리깔거나백안시하지않을까?틀림없이그렇게할것이다아마도…이것이바로원주민과이주민소통부재의단면이아니겠는가?

사람사는곳어디에라도성질더런사람은있을것이고또나와는뜻이맞지않는사람이있을것이다.그렇다고그주위의모든사람을매도하고불목할수는없는것이다.원주민의입장이되어이시각부터그들의텃새라는생각보다그들이어째서텃새를부릴수밖에없는가를이해하는데노력할것이다.그렇게이들과소통하며이마을에서여생을보낼생각이다.그런게내가이곳에서살아가는방법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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