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는아닙니다마는제벗중에명종(鳴鐘)이라는놈이있습니다.오래된벗은아니고이곳산골로내려온뒤사귄놈입니다.그러니까놈은이곳본토박이(?)입니다.벗의이름을한자로표기할만큼놈과의인연은좀특이했습니다.아니한자로표기해야만이해가빠르실듯합니다.하필이면놈의이름이‘울鳴에쇠북鐘’자이겠습니까.
사실은오늘도이벗때문에새벽잠을깨어야만했습니다.그리고언제나이벗때문에잠을깨어야합니다.이놈은거의오차나편차도없이저의새벽잠을깨웁니다.조블의유명인사이신(하긴조블이아니더라도유명하시지만)‘주은택형님’은가끔제게새벽잠이없냐고하십니다마는,새벽잠이없어서가아니라저의벗이저를깨우니더잘수가없습니다.
이쯤하니까,눈치빠르신분은‘혹시모닝콜이냐?아니면명종(鳴鐘)이라고했으니자명종(自鳴鐘)즉자명종시계를두고이름이냐?’고반문하시겠지만,아닙니다.정답이전혀아닙니다.그럼명종이녀석과벗이된사연을들어보시겠습니까.
이곳에처음내려왔을때‘계씨네와압(鴨)씨네’가일가를이루고평화롭게살고있었습니다.원래는큰무리를이루고살고있었지만,주인이바뀌며전주인이일부그들을모셔가고제게도그들중일부를남기고떠났습니다.조금헷갈릴것같아다시설명을드리겠습니다.이곳에처음내려왔을때전주인은제게꽤여러마리의닭(鷄)과오리(鴨)를남겨주고떠났습니다.그중두어마리는탈출을하여어디론가멀리가버리고닭세마리와오리다섯마리만이남았습니다.언젠가(또다른벗들이나친지를위해)는놈들을잡아몸보신을하려고마음먹었습니다.그런데제가워낙소심해서닭모가지하나도비틀줄모릅니다.만약용감했다면전주인이남겨준닭들이남아나지않았을지도모르겠습니다.
계(鷄)씨네와압(鴨)씨네’일가
어쨌든제게남겨진‘계(鷄)씨네와압(鴨)씨네’일가족은저와친지또는지인들의몸보신때만되기를기다리는운명이되었습니다.그러던어느날딸아이와며느리가거의동시에임신을했다는뉴스가이곳산골까지전해져왔습니다.더불어아내는집안에새생명이태어날것인즉신라시대고승원광스님의세속오계(世俗五戒)중의한계(戒)인살생유택(殺生有擇)을명합니다.따라서어찌그계를아니따르겠습니까.
고심끝에아래동서에게‘계(鷄)씨네와압(鴨)씨네’일가족을처리해달라는부탁을했답니다.그런부탁이있고얼마뒤과연제동서는용감하게도‘계(鷄)씨네와압(鴨)씨네’연합군과의전투를승리로이끌고그들을모조리포로로잡아한양으로압송해갔답니다.
계(鷄)씨네와압(鴨)씨네’일가가평화롭게살아가는계압성(鷄鴨城)
그런데계(鷄)씨군의상장군쯤되는놈이치열한전투를벌이는가운데포위망을뚫고달아났던것입니다.놈의내공은워낙뛰어나여느계씨와는달리비상력이대단했습니다.동서는몹시아쉬운발길을돌려했고계씨네장군은멀리달아나버렸습니다.그런데다음날보니달아났던계장군께서일족이사라진계압성(鷄鴨城)을홀로지키고있는것이었습니다.저는그모습을보고한가지득도를하는기분이었습니다.
눈이오나비가오나용감무쌍하게계압성(鷄鴨城)을홀로지키고있는계장군(鷄將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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