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고추를 세우다.

며칠째장맛비가이곳산골에도어김없이잦아든다.마음같아선더내렸으면좋겠는데…일기예보상으로는다음주중까지도비가내린다니기대해봐야겠다.그런데장마철에때아닌태풍이들이닥친다하여난감하다.

이미밝혔지만내가거주하고있는청풍명월의땅이마음에든다고처형과처제도얼마간의전원주택지를사둔게있다.내년에나집을지을계획인관계로그냥놀릴수가없어농자금(종자,씨앗,모종,인건비등등)을자그마치200만원어치넘게들여옥수수,고구마,고추등을심었다.

저느른밭(약600평)을보노라니갑자기이런시조가한수생각난다.

동창이밝았느냐?

노고지리우지진다.

소치는아해놈은상기아니일었느냐

제너머사래긴밭언제갈려하나뇨?

첫경험이라두서없이짓는농사(?)라풀이어떤곳은사람키만큼(하긴내가워낙단신이라그런지모르겠지만…)이나자란곳도있고,무엇보다도고추대를어설프게세우고지지줄을잘못엮은관계로고추가모두힘없이넘어져있다.

태풍메아리탓보다는처음부터지지줄을잘못맨탓으로고추가힘없이…….

어찌할바를모르겠고혼자덤비려니엄두가나지않는다.생각다못해동업자(처형,처제와농자금을공동투자했기로…)동원령을내렸다.비가오건말건토요일에내려와자고새벽부터영농(?)에들어가자고.처형과처제내외가호응을하여엊그제토요일늦은밤내려왔고실제어제새벽5시부터작업에돌입했다.

동원령에따라처형,처제,동서,마누라가메아리가몰고온비바람속을뚫고강행군을하고있다.

태풍메아리영향으로비바람이거세게몰아쳤지만,우리는조금도굴하지않고오전네시간작업아침식사후다시오후1시까지강행군을한관계로그런대로제법밭모양이난다.

빧빧하게제대로선고추.

그런데문제는엉뚱한곳에서벌어졌다.그어떤작업보다쉬울것같아고추세우는걸내가자청을했는데이게오산이었다.풀은오히려비가내려땅이젖은관계로호미질과함께비교적쉽게뽑혔지만비바람이몰아치는관계로고추세우는것은그리용이하지않았다.

내가망령이나도단단히났지….이나이에고추를세우겠다고나섰으니…지금이순간거의만신창이다.온삭신이쑤시고결린다.고추세우는것은차라리젊은동서놈에게맡길것을…늙은놈이주책없이고추를세우겠다고덤벼들었으니…..이제두번다시고추는아니세울것이다.

덧붙인,

좀썰렁한개그(?)였죠?

우리말이때론의도와는상관없이해석되는경우가종종있습니다.

사실’고추세우다’라는표현이있긴있습지요.

문법상부사로쓰이는’고추’는곧추(구부러지지않게…)의잘못쓰임인데

무엇을똑바로세울때’고추세운다’라고하지않습니까?

어쨌든고추(명사)를똑바로고추(부사)세운것이니

제가고추세운것은맞습니다.ㅎㅎㅎㅎ……

젊은동서가첨부터"고추는제가세울께요!"했는데….

그말을무시하고고추를세웠다가지금몸살이날지경입니다.

후기:어제는이반장을만났는데,

이반장의전언에의하면태풍속에고추를세우고풀을뽑는우리를보고

"지독한사람들"지나간자리에풀한포기안날(실제풀을몽땅뽑았으니…)사람들로치부하는

주민이있는가하면,다른한쪽은"의지의한국인"으로호평해주는주민으로갈라섰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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