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적막강산(하편)
이날의불상사가있기며칠전,개울건너이PD의집에서역시경악할일이벌어졌던것이다.이PD네는장마가시작되기전늦봄부터여름철몸보신용으로약병아리14마리오리2마리도합16마리를길러오던터였는데,어느날10마리의닭이마치괴담처럼내장만없어진채죽어있더라는것이다.그리고며칠후다시4마리또다음날2마리하는식으로모조리죽어가더라는것이다.21세기에구미호가인간이되기위해닭과오리의간이필요했을리도없고내장만요절을내고죽였다니이또한경악할일이아니겠는가.

그런무시무시한소문이무성하던때에우리의‘옹군’이처참한주검으로발견됐던것인데,더경악스런것은옹군의하체그러니까뒷다리와엉치부분에산돼지나잡을만한덫이걸려있는것이었다.녀석이덫에걸릴때그고통을어찌미루어짐작을하겠는가마는어디서그런일을당했는지모르지만그런참혹한일을당하고도제집을다찾아와죽음을맞이했을것이고죽어가면서도억수같은장맛비를맞았을것인즉…차마형언이안되는고통이따르며몸부림내지는그고통을이기지못하는절규를했다고생각하니덫을놓은놈에게저주를퍼붓고싶은것이다.

어쨌든‘옹군’의사체를창고옆사과나무밑에장례를치르고,나는다짜고짜이PD에게달려가“덫놓았지요?달구새끼죽인놈잡으려고덫놓은거아닙니까?”라고따지듯대들자이PD는무슨뚱딴지같은소리를하느냐는식으로눈만멀뚱거리며절대아니란다.그리하여‘옹군’에대한자초지종을설명하자재차자신은그런짓않는다는것이다.아무튼그사건은더이상따지고알아볼필요도없이그렇게유야무야끝이나고말았고시간은흘러오늘에이르렀는데,굳이산골일기를쓴다며그것도‘적막강산’이라는부제를달아가며이이야기를이제와꺼집어내는것은,,,,,

이곳은60여호가각자의조망을찾아여기저기흩어지긴했어도그런대로작지만은않은동리다.천등산에서흘러내리는계곡을중심으로좌우로갈려고을이형성되어있기에산골이라고칭하기는하나아주심산유곡은아니다.그러나내가거주하는이집은바로옆에가옥한채가있으나,그야말로철저하게주말에만그것도다녀만갈뿐잠을자지않는농가다.한낮은개울건너이반장도,전이장네도,가끔씩은이PD네도또아래심통영감네,노인회장님의요란한경운기소리도있지만,해가지고땅거미만짙어지면그야말로적막강산이다.

더구나계절이늦가을을지나겨울의초입으로들어서면인적과함께인기척이없으니더더욱적막강산化되어간다.이럴땐그나마마누라라도옆에있으면말벗이라도하겠지만,사정상생으로홀아비신세가되었으니옆구리가시린게먼저마음부터가적막강산이다.

그러한이강산에….언제부터인지모르겠다.아니가만히유추해보면우리마을에괴기스런일이벌어지고다시‘옹군’의죽음과장례식이끝나고얼마지않은때가아닐까?우리집천장에서쥐들의유희가벌어지고있는것이다.즉놈들의광란의밤이시작되는것이다.

초저녁은그나마TV소리때문에광란의소음이묻혀덜하지만,새벽녘두세시면놈들의광기는극에달한다.도저히더이상은잠을잘수없을만큼.지금이순간에도화들짝놀라고만다.교태를부리는암쥐가있는지아니면껄떡쇠수놈인지한년은교성을지르며달아나고한놈은게섰지못하냐고고함을지른다.안되겠다.다음제천장에는고양이를꼭한마리사야겠다.마누라가뭐라든말든…..

덧붙임,

산골일기:적막강산을시작하자벗님께서아래와같은댓글을달아주시더군여.

제가무얼원하는지바로콕찝어서조언을해주셨습니다.

사실그래서고양이를한마리데려다놓으려고했답니다.감사합니다.

운정

저도궁굼증을가져봅니다.
기다리면알겠지요????ㅎㅎㅎ

개는외부인의침입을알리기위하여,
고양이는마을의쥐들을소탕하기위하여.

심지어이곳에내려온서울내기,
새집을짖고살면서도쥐때문에팔고다시서울로,,,

시골에는어디나쥐가많아요.
그래서별로안좋아해도고양이를키우는거지요.
참,고양이가뱀도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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