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싫었던건추워서만이아니었다.보다더큰이유는눈이싫었던것이다.물론나도남들처럼유.소년기를거치고군대가기전까지는눈그것도함박눈이내리기를기다릴만큼낭만적일때가있었다.
입대를하여강원도전방에(하긴군인이라면어디전방뿐이겠는가마는…사실부대의최고사령관을모시는당번병이었음에도….))배치된첫겨울,아~!!!그지겨운눈.밤새아니때론무박며칠을두고내리는눈에질려버렸다.차라리김일성군대와싸우는게더낫다싶을정도로눈은무지막지내렸다.그리고그뒤로눈은내게‘주적’보다더얄미운존재가되버렸다.
군문을마치고사바세계로돌아와서도마찬가지였다.부모님은소위‘아파트’사시는걸싫어하셨다.그영향으로북촌가회동에서청.장년기를거의다보냈다.지금도그러하지만,나중살림을나고도단독주택을선호했고,겨울날눈만내리면심통이나고불만이많다.예나지금이나나는눈을열심히눈을쓰는데반하여이웃들의협조가제대로이루어지지않는다.그럴때마다“이런!c발!것들….눈치는놈따로있나???”목구멍으로욕이막터져나온다.어쩔수없이눈맞은중이되어중얼중얼욕을퍼올리며눈을쓴다.아~!!정말눈이싫다.
언젠가마누라는눈덮인북한산을창가에서서바라보며“환상이네환상이야!”라고했다가,내게“환장했군.환장을했어”라는원망을눈이녹을때까지들어야할만큼눈은내게저주의대상이었다.
그랬던눈이이곳산골짜기에내렸다.그런데이상하다.이곳에내린눈은뭐다른게있나?쌓인눈이하나도원망스럽거나저주스럽지않다.뭐,환상일것까지야(눈의양이그다지많지않기로…)아니지만,밤새내린순백의눈이이상하리만치아름답다.이상하다.이상해….정말이상해…..어찌눈이처토록아름다웠던적이있었던가?나이탓인가?내가시방유.소년기로돌아가고있는건가?
전인미답(前人未踏),그누구도아직밟지않은….작년이맘쯤엔고양이들의발자국이라도간간이찍혀있던데…
이런순백의아름다움을느끼지못한다면어찌인간이라할수있으리오.당장은누가찾아올사람도또눈을쓸지않았다고시비걸거나욕할사람도없는이런산골이나는좋아.나는야!흙에살리라!부모님모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모님안계는게한이로다.-.-;;;;;;
눈속에묻힌나의애마.애마야!너도떨고있니..???
바둑이는아니지만…이놈들도눈밭을뛰어다니기를기대할것이다.(이장면을찍고풀어주었다)
요즘새집을짓기위해골조가한참올라가고있다.눈속의철골이더욱차갑게느껴진다.
산촌의눈덮인마을이얼마나목가적인가?이곳엔분주함도번잡함도없다.
개울건너이웃들도눈내린한겨울의망중한을즐기는듯하다.
천등산주봉은언제나그자리에의연하고….
우리집뒷산또한평화롭기그지없다.
덧붙임,
사실이눈은지난토요일내린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살짝일이있어이제야올림을양지바라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