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갈때다르고볼일다보고난뒤다르다는말이있다.지금이곳의상황이꼭그렇다.지금도그러하지만,공사가시작된3월의이곳은아침저녁으로일교차가심했다.특히하루중가장추운새벽같은아침에일하러온사람들이안쓰러워아내와나는정수기의더운물이있음에도일부러주전자로물을뜨겁게끓여커피(원두를싫어함으로…)를사람수대로내가곤했었다.몸이나녹이고일을시작하라며…그러나이런행동들이어떤대가를바라고한것은아니었으나….참으로일이묘하게흘러갔다.그렇게한보름,자신들이이용할컨테이너를가져다놓을때까지우리의선행(?)은계속되었고,그러했음에도공사장에필요한전기와물은우리집에서가져다쓴다.그거좀쓰자는데,쪼잔하게반대할수도없고…..
문전옥답이온통공사자재로쌓여있다.한달만쓰겠다고시작한것이언제끝날지….약속은이친구들이먼저어겼다.
아무튼사내가무슨선물이나주듯내민명함에는이지방某건설사의상무직함이그려져있었다.명함을살피고있는나를향해불문곡직하고“어르신!저땅의임대료는드릴테니공사기간동안임대좀해주십시오.”란다.그리고사연인즉다리를놓자면많은양의흙과돌을파내야하는데보관할장소가마땅치않으니마침너르고평탄한나의문전옥답(약500평)을빌려달라는것이었다.
전원주택의준공심사가내일인데주위가온통폐허다.준공검사나제대로해줄지…공익사업에협조했으니해주겠지????
“그래!공사기간은얼맙니까?”,“저위쪽계곡까지정비하려면3-4개월또는그것보다좀걸수있습니다.그러나어르신땅은한달이면족합니다.한달후에는원상복구해드리겠습니다.”사내는묻지도않는말까지숨가쁘게이어갔지만나의단호한얘기는딱한마디였다.“정확하게딱한달만쓰겠다면그리하시오.그러나임대료니뭐니하는쓸데없는애기는꺼내지마시오.이런게공익사업인데공익사업에힘을보태지는못할망정임대료까지챙겨서야되겠소!?”라며내가생각해도어깨가으쓱할정도로대인다운결정을내려주었든것이다.
사진상의점선부분을절개하여비닐하우스를만들고싶었다.공짜도아니고기계(중장비)이용값은주겠다고했으나정식견적서를내겠다니….처음엔"어르신무엇이든시키면도와드리겠습니다"했던놈들이돈생각이나나보다.
솔직한표현으로이PD가탄원서초안을부탁했을땐이리저리복잡한심사였지만,기왕이런공익사업이결정됐다고생각하니한편으로는불감청이나고소원이라는기분이들기도하여큰인심을썼던것이다.다음날부터이런저런중장비가들락거리고굉음을울리며공사는시작되었다.며칠이지나자이번엔우리밭을관통하는임시도로를내야겠다며보고(?)가올라온다.그런보고를접하자이젠내가아예공사현장의십장이라도된듯한기분이었으나기왕손을댄처지라거절을못하고심어놓은여러관상수와과수나무들이가지가찢겨가며다른곳으로옮겨진다.(한창물이오를봄철인데…)그래도어쩌겠는가?기왕엎질러진물이고,줄바에야발가벗고주랬다고불평한마디못하고그들이하는대로따르기만했던것이다.그러기를한달여가후딱지나갔고,이달말이면달포가지나지만약속대로딱한달만이훨씬넘어서는것이었다.
밭한가운데로저희마음대로길도내고….
천등산의봄이늦다고는하지만벌써어떤이는영농을시작했고,어떤이는비닐하우스에여름내먹을푸성귀를파종하거나모종이식을한다는소식이전해진다.그런소식에솔직히마음이급해짐을숨길수없다.하여며칠전공사장의책임자인예의그추위에속수무책이든某상무를불러금년농사를아주망칠수는없고,마침내가전부터비닐하우스할곳을정한자리가있으니그곳을굴삭기로몇삽만퍼주기를주문하고곁들여수고비는따로이드릴것이란나의말에그의반응은놀랍게도깊이생각할것도없이"며칠만기다려주십시오정식으로견적을내드리겠습니다."였다.
뿐만아니다.더약이오르는것은계곡을따라위쪽에사둔나의땅(점선부분)에도차길을내고온갖돌과자재를쌓아두었다.결국이곳에도농사를못짓는다.
순간뒤통수를맞은것같은기분이든다.내가처음부터공짜를원했던것도아니고인건비는못줘도기계사용료는주겠다고했음에도정식견적을내겠다는책임자의말이어찌그리섭섭했던지….그자리에서한마디쏘아주지못하고집으로들어와가만히생각해보니섭섭함을넘어억울하고울화가치미는것이었다.현재상황으로봐서는문전옥답에지을금년봄농사는이미시기를놓쳤다.그렇다면오늘내일이라도비닐하우스를짓고여름에먹을여러과일이나채소농사를파종하거나모종이식을해야한다.뭐보다솔직하게,시쳇말로까놓고얘기해서이정도면저희들이공짜로해줘도해주어야하는거아닌가?그렇다고내가공짜를원하는것도아니고….
이런저런남의농사지을땅을개판으로만들어놓고내게생색을내며가져다준것은옮기는도중한쪽큰가지가다부러진단풍나무다.대형느티나무는깐깐한이반장화목으로가져다주고수없이열리는대추나무는옆집문선생(그러고보니말좀많은친구들은미봉책으로….)내게는보잘것없는부러진화살아니부러진단풍나무.매실,앵두,배나무하다못해금송까지저희마음대로이곳저곳에옮겨놓았다.봄철에자주옮겨심으면다죽는건아닐지??
그런데견적을내주겠다는놈이며칠째꼴도안보인다.부소장급인사에게견적은어찌되어가냐고물으면“상무님이오늘은,오늘은..”한게일주일이넘었다.안되겠다.정말오늘아침에도아무런통지가없으면나역시최후통첩을해야겠다.기왕제공한편리를이달말까지는봐줄테니당장내문전옥답에서철수해달라고….이러는내가정말싫고,이러는내가정말밉지만,나도어쩔수없다.올여름내내비싼채소까지서울에서날라다먹을순없지않는가?내가놈들에게박절하게하더라도이썰을읽으신모든분들께서는혜량하여주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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