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신선놀음에푹빠져있던아내가갑자기정신이들었는지사바세계로하계하여서울집에가더니만내려올생각을않는다.솔직히아무리신선놀음이라도혼자는좀거시기하고외롭다.특히밤에는환기를위해아침에열어둔아래위창문과뒷문등을다시꼭꼭걸어잠그느라팔다리가다아플정도다.좀보태서….
이즈음나의채마밭엔싱싱한오이가주렁주렁이다.2-3일에한번정도위의사진만큼수확한다.옆의수박넝쿨엔핸드볼크기의수박이또한수줍게숨어있다.기특한늠들….
하긴아무리여름밤이짧아도서울에있는아내라고외롭지않고거시기않을까?그랬던아내가아침첫차로내려오겠단다.그렇다면충주터미널로마중을가기로약속을하고준비모드로들어가는데잠시뒤다시전화가온다.내용인즉,‘처형(처형과처제네도이곳에전원주택지을준비를하고있다)이마침오늘한가하여밭에풀도뽑고물을주기위해이곳에내려온다며좀전서울집으로왔다는것이다.따라서처형차편으로함께내려오겠다는것이다.한짐던기분이다.아침부터일이잘풀리려나…???
마누라와아침을함께하기위해쌈거리를수확했다.상추를아무리뜯어도넘친다.큰고무다라가벌써가득이다.아까못다한수확의오이도두개더있다.옆에는개량종쌈배추가웃자라고있고,보시다시피농약하나안주고배추벌레와공동소유로하고있다.이런게참유기농아닐까?
나스스로는괜찮지만,사실홀로이곳에있으면먹는게좀부실하다.특히요즘같은때는넘쳐나는푸성귀로거의쌈밥으로때우고있다.너무쌈에의존했음인지살갗이약간연녹색같기도하다.건너편이PD는이러는내가가련해보였는지끼니때마다함께식사하자며전화도오고직접오기도한다.(이PD의딸은주한미군이고,이댁은나와는반대로고기없인못사는집이다.그래선지그집은소시지,T-bone스테이크,양질의돼지고기,양고기가우리푸성귀만큼넘친다.)한사코사양을해보지만과공비례라가끔씩은못이기는척따라가두어점먹으며함께식사를한다.즉푸성귀만먹는나의식단에단백질과영양공급처는개울건너이PD네집이다.
맨위의’겨자채’는너무웃자라씨받이용꽃이피었다.더먹을수가없어몽땅뽑아버렸다.채마밭의푸성귀(?)중그래도더정이가고제대로물건만들고싶은것은’양배추’와’양상추’다.저놈들은제대로자라면선물을해도될법하다.애호박역시수줍어하며넝쿨속에숨어있다.
건강이나비만때문이아니라,나의이런식습관에는가난이라는애처로운과거사때문이다.어릴적명절외엔고기를먹어보지못했으니…그것도어쩌다먹는고기탓에밥통이놀랬는지대창이놀랐는지배앓이를해야했다.그러다보니자연고기를멀리하는깊은사연이있다.
천등산의여자신선인마누라신선이온다는데…상추쌈으론부족할것같아다른쌈거리를뜯었다.치커리,쑥갓,쌈배추그리고맨아래이름모를쌈거리.그런데또한다라다.뜯지않으면그대로녹아버리니아니할수도없다.일전에도표현했지만넘쳐남아돈다.
그래도그렇지아내가이른아침부터온다는데….시퍼런푸성귀만내놓고식사를하라고할수가없어아내를위한조촐한식단을위해얼른콩나물도무치고시금치도묻혔다.그래봐야또풀이지만…웬만큼준비가됐을즈음전화를했다.
그런가운데꽈리고추도첫수확했다.한끼정도는먹을수있을것같다.안되면두엇다가좀보태든지….
아내와함께할쌈거리는남겨두고나머지를어찌할방법이없어(버릴수도없고…)이놈들을생절이(경상도에선겉절이를이렇게표현한다)를하면어떨까갑자기그런아이디어가떠오른다.하여깨끗이씻은다음소금에절여보았다.이모습을보면아마도여시선께서칭찬을내려주실게다.칭찬보다맛있게먹어주면좋겠다.내용물:상추,치커리,쌈배추,쑥갓
여러차례신호가가는대도전화를받지않는다.뭐가잘못되었나?덜컥걱정이앞선다.처형에게로전화를건다.역시수차례전화를했지만신호만울리고묵묵부답이다.아니!?이여편네들이고속도로에서차가뒤집혔나?받았나?받혔나?온갖불길한예감이든다.차라리온다고하지를말지…아침밥상차리는게제사상이되나?정말온갖방정맞은생각이다든다.
천등산에서아침을아내와하기위해이렇게정성을들여식사준비했건만….전화기때문에커뮤니케이션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아나홀로꾸역꾸역…..콩나물과시금치는아침에묻혔다.
그래!한번만더해보자.다시전화를누르자‘여보세요!’란다.(이런!염병할여편네같으니라고…나저없으면하루도못사는거알면서…아침댓바람부터속을썩이고GR이야!)차마이렇게욕은못하겠고그냥막화가치민다.“도대체왜?전화를안받는거야!?응!?미쳤어!?그따위로전화안받을거면뭣하러전화기들고다녀!?처형은또왜?전화를안받아!?이것들이아침부터환장을했나!?”있는짜증없는울화몽땅털어내자“아이고!미안해요!전화기를차안에두고화장실도가고아침을먹느라고…”,“뭐야!?그기어딘데!?”나의목소리는여전히부어있고퉁명스럽다.“응!여기여주휴계손데….자기번거로울것같아언니랑아침여기서먹었어!”,“이런!염병을쌍으로하누만.나는아침같이먹으려고….”나를번거롭게하지않으려는아내의속마음에감동을먹었으니더이상울화도짜증도내지못하겠다.“알았어!언니더러차조심해서몰라고하고천천히내려와!”아침부터괜히속상해하고심장두근거리고했다.
어쨌든위쪽의소금에저려두었든쌈생저리는마누라가온뒤에직접버무렸다.고추가루,마늘,대파,매실액기스,설탕약간,소금…다른집같으면젓갈이들어갔을테지만,나는젓갈을생략했다.왜?젓갈은그어떤것도안먹으니까.뒷얘기지만,아내도감탄할만큼맛있었다.물론김치냉장고에잘보관되어조금씩먹을것이다.
어쨌든오늘아침도‘티파니에서아침을…’이아니라,천등산골짜기에서의아침은나홀로해야겠다.쌈밥으로꾸역꾸역.이모든게어제아침의일이다.
기왕먹는얘기가나왔으니보너스정보.요즘나의술안주로는’오징어삼합’이다.땅콩,오징어,슬라이스치즈이렇게세가지를함께하면정말죽여준다.앞집이PD레시피다.나는이놈에게푹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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