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자기야! 나 정말 행복 해 지금.”
BY ss8000 ON 9. 27, 2012
요즘우리부부는몇주일전에끝난주말연속극‘넝쿨째굴러온당신’버젼으로대화를나눈다.하긴그연속극이아니라도우리들?아니내가아내를부르는호칭은‘자기’아니면큰딸아이의이름을따서‘진이엄마’였다.
사실아내에대한호칭은오랜숙제이다시피했다.결혼한지30년이훨씬넘었지만,젊은시절을막론하고우리는‘여보!당신!’이라는호칭을써본적이없다.괜히쑥스럽고어색해서다.하긴장가간지얼마안되는아들과며느리가저희끼리다정하게‘여보!당신!’하는게조금도어색해하지않지만막상나와아내의입에선그리선뜻튀어나오는호칭은아니다.
장인어른살아생전어느날,조용히나를부르시더니“니들은어째호칭이그러냐?”시며꾸중하시듯하는것이었다.당시아내의호칭은그냥성을따서“백형!”이었기때문이다.그말씀에고친다고고친게“진이엄마!”였고어쩌다기분이좋으면“자기야!”였던것이니사실“자기야!”라는호칭은‘넝쿨당’이전의순수우리만의버전이었던것이다.
대문에서아래채마당까지몽땅자갈을깔아서차량이드나들때소리가난다.그것으로인기척을느낀다.대문밖에보이는차가고사장공사차량이다.
적막강산산골에차들어오는소리가들린다.얼마전어쩔수없이산골마당에대문을해달았다고했지만,거금(?)들여해달은대문이지금에는무용지물이고항시활짝개방이되어단지상징적설치물에불과하다.다만대문에서아래채마당까지자갈을깔아두었기에차량진입시에자갈마주치는소음으로강아지‘루루’가짖으면인기척을느끼고밖을내다보며사람이오가는것을감지한다.
자갈마주치는소리가들리면슈나우저종’루루’는요란하게짖어댄다.우리집지킴이다.
그제도자갈마주치는소리에서재의창문을통해보니이곳집을지어준‘고사장’의차가틀림없다.내처바라보니차에서내린‘고사장’의손에까만비닐봉지가흔들거리며현관을향한다.거실에서TV를보고있을아내에게큰소리로“자기야!고사장온다.뭘들고들어오는데…??”잠시후서재에서들으니“아유!잘먹겠어요!”라는아내의치사에그냥있을수가없어고사장과대면을하며잠시들어오라니바쁘단다.그런가운데아내는고사장이가져온까만비닐봉지를내게“송이와능이버섯”이라며보여준다.
사실호사가들입에서는’일능이,이송이’라고한다.그만큼능이의가치도높다는의미일것이다.눙이의향은송이못지않게독특하다.사실그날모두먹어치려했지만,차마아이들이눈에아른거려먹지못했다.추석전날모두모이게해서저녁식사를할참이다.그때아이들에게귀한맛을보여줄참이다.
고사장말인즉,약간은한가하여천등산지류를따라올라가다가몇뿌리캤지만마땅히먹을곳도없고내생각이나가져왔다는것이다.“이런!이렇게고마울데가…잘먹겠네!고마우이!”그리고고사장은부리나케돌아갔다.자세히살피니능이는큰뿌리하나고송이는그리크진않지만열뿌리가량된다.
사실송이(松栮)는‘마스다께’라하여젊은시절일본으로수출해본경험이있다.그때나지금이나워낙귀하고비싼것이라소위파치정도를맛본이래커진않더라도거의정상에(송이는우산처럼핀것을‘하라’라하여하품으로취급한다.)가까운것을오랜만에구경하는것이다.
고사장이돌아가자당장이놈들을어찌처리할까?고민이생긴다.양이많으면마침추석이고하니아들딸사돈어른들댁에도좀보내겠는데…도저히그건아니고…“자기야!우리이거어쩔까?”나의물음에묵묵하게있든(아니면무슨생각이들었는지..)아내가“자기야!우리이거우리둘아먹어치우자!애들이고뭐고생각할것없이..”,고뤠~~!!??OK다.
두번생각할것도없이아내의제안에동참을하며그자리에서버섯전골을끓이기로하고준비에들어갔다.냉장고에있는재료없는부재료마구꺼집어내어버섯전골은만들어지고둘만의식탁이차려졌다.뿐만이아니라분위기에젖어포도주도각자한잔씩따르며버섯찌게첫술을뜨는순간‘아~!그감동….’
어떤음식을먹으며‘정말맛있다’며감동을받아본적이없었다.그런데그버섯찌게첫술을뜨며밀려오는감동과함께갑자기눈물이쏟아지려고한다.그리고약간은젖은목소리로“자기야!나정말행복해지금.”솔직히버섯찌게의맛때문은아닐것이다.그날의그리고산골의적막함을아내와함께하는그분위기가나로하여감동을주고행복을주었을것이다.그래!바로이거야!“자기야!나정말행복해지금.”이런기분으로남은여생아내와함께하길기도하며….
덧붙임,
이썰은어제아침뉴요커이신‘주은택’형님블로그에갔다가형님의글을보고느낀바가있어푼썰입니다.내용이궁금하신분들은주은택형님의“웬만하면참고그냥사는거지,,”를읽어보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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