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곶감 만들기.
지난주는오줌누고거시기볼시간도없으리만치바빴다.이유인즉지난달말경‘산골일기:어떻게살까?’라는제하의,남은여생을무의도식않으며어떤식으로보낼까를고민하는썰을푼적이있었다.결론은‘곶감만들기’로귀결을보았고,그기에따른준비작업을결심하였는데,과연두주일가까이지나며그일을시도했으나솔직히마음만앞섰을뿐준비가너무허술했다.

창고의앞뒤문을확열어놓으니황소바람이분다.이곳은원래가바람많기로정평이나있는동네라굳이선풍기를달필요도없다.또그럴시간도없었고….

곶감을만드는과정이감,덕장(말리는장소),그리고몇몇도구만있으면충분할것으로생각했는데예상밖으로많은준비과정과도구와소위말하는노하우가필요로했다.세상무엇이든어렵지않은게어디있을까마는‘곶감’도생각보다는호락호락하지않았다.

어느제품(농.수.공산춤)이단한번의실험으로용이하게나올까?친구에게귀동냥으로듣고메모한대로하는것도좋지만약간의변화를주고싶어넘버링을해가며감을널었다.1번처리는친구의조언을무시하고(어차피상품이아니고먹을거니까)감을깎는대로걸었다.수작업이라비뚤배뚤모양이안나더라도양지하시압.

원래곶감말리기정석은깎아서얼마간의유황불을피우고그김을쏘여야된다는것이다.그래야만곰팡이가피지않고예쁘고맛좋은곶감이만들어진다는전문가들의전언이다.그래서난조금달리했다.일단건조장에40도열로24시간을건조한뒤유황을쏘이고말리는게’2번’이다.

실험도좋고나름의연구정신도좋지만선배또는전무가들의조언을싹무시할수는없는법.그래서’3번’은그들의조언대로깎자마자유황불을쏘이고걸어둔것이다.어찌보면전문가들이하는방법이가장모양이이쁜것같기도하고….이쁜떡이먹기도좋을까?두고보자.

‘4번’은건조장에서48시간을말린것을걸어보았다.약품처리를안해서그런지모양이그중미운오리새끼같다.

사실친한친구의집에세번을들려이것저것필요한요령이나기술을귀동냥하며나름메모를열심히했지만,크게보탬이되는게없었다.돌아와시도를해보면들은바와상이(相異)하여몸만바쁘고고달프다.더구나그친구집에찾아갈때마다고양이손이라도빌려야할만큼바쁜친구에게자꾸귀찮게하는것도예의도아니고,더이상은친구의신세(?)를지는것도죄스럽고송구하여전화하는것마저도더이상은못하겠다.

여러실험용곶감이가지런히널려있다.성공이든아니든우선내가손수저런것을한다는것자체가뿌듯하다.실패하면또다른방법으로도전해보면되니까…

안되겠다.기술,노하우이런것들이어디손쉽게얻어진다면누가기술이나노하우라고하겠는가.남들은수십년익힌결과물을단몇차례의귀동냥과메모질로얻어내려는내심보가걸러먹었다고대오각성을한뒤시행착오를격지않고서야어찌그런기술과노하우를습득할수있겠는가.하여….

<천등산오씨네꿀곶감>을만들어내기위해실험은계속된다.5번은유황처리후72시간째말리는실험용곶감이다.쭈글쭈글거의곶감의형태가되었다.모양이좀거시기해서그렇지.

마지막6번째실험용곶감은40도열에120시간을건조해보려고막집어넣은것이다.만약이놈이성공한다면곶감을생산하는데있어약두달의시간을획기적으로줄일수있는방법이될것이다.물론맛이있어야겠고상품성이잇어야겠지만….그러나나는왠지어떤화확물질을가미않고도될것같은기분이든다.<천등산오씨네꿀곶감>이말이다.

지난주월요일상주시장감공판장을찾았다.직접경매에참여할수는없고경매가끝난상품을얼마간의수수료를더하여약70만원어치20상자를샀다.숫자가몇개나되는지세어보지는않았지만들은얘기로는대충100여개씩들었다니2000여개?감을깎아거는도구,유황,알콜(식용주정)등등,마지막으로감을깎는기계를사러갔더니이미늦었단다.그냥손으로(수동)깎으란다.

시간이지체되어홍시가되버린감들이다.이놈은뒤곁에잘모셔다가두면한겨울땡땡얼어,이산골에손님이오시더라도겁날게없다.뜨끈뜨끈군불을때고맛나게대접해드릴수있으니….

더구나감을깎아걸대(臺)(덕장용파이프)를만들어주겠다고한‘고사장’이일이바빠서피일차일하는바람에감을사두고도사흘을보냈다.에에이~!곶감이고지랄이고홍시나만들고그것도남으면감식초나만들자.내가언제곶감으로죽고살던놈인가?하며맘을편히먹고있는데,지난목요일아침일찍고사장이무언가뚝딱거리고조이더니만임시덕장(실험용)이만들어졌다며보고를한다.그날오후부터마누라와뒤도돌아보지않고둘이서손수감을깎기시작했다.

감을깎고홍시를만들고그래도남아도는게있다.너무익어물러터진것과감껍데기말이다.이놈들을어릴때말려서한호주머니넣고간식으로했지만,요즘같이간식꺼리가넘치는세상에….하여물러터진것과감껍데기를한데모아저렇게비닐봉지에싸고단지에넣어둘요량이다.아래채창고에서한삼년가면감식초가되지않을까?하는기대감.안되면말고…

감을사는시기도늦었지만다시사나흘을방치했더니이미홍시가되다만놈이반이다.어찌어찌골라가며깎아널긴했지만저것들이과연‘곶감’이될까?순간나의잔머리가돌기시작한다.곶감은엄밀하게땡감을깎아건조시킨거아니던가.더구나요즘은옛날처럼하얀분이앉을정도로말리는것도아니고반건신지뭔지하며곶감을제조(?)하지않든가.그렇다면…..음~!!지난가을고추를말려보겠다고사둔건조기가있질않던가.그놈을한번활용해봐!?

건조기를이용한곶감말리기가성공한다면,이사업을맡아서할놈이있었으면좋겠는데…남아도는창고에시설확장을해주고저온냉장고도설치해주면좋은사업꺼리가될텐데…아들놈도좋고사위놈도좋고,,,,에효~!이런걸대갈빡써가며만들면뭣하나?자괴감이들때도있다.

성질더럽고급한게실수도많고손해도많지만,한가지좋은점은생각과동시에행동으로옮기는거다.당장두어판100여개를건조장에넣고말리기시작했다.물론비뚤배뚤깎은것은덕장에걸어놓으며.드디어필명‘막일꾼’선배님께서작명해주신<천등산오씨네꿀곶감>이만들어지게되는것이다.

마지막희소식하나.위의사진중’5번’놈을다섯개꺼냈다.한개는동서김서방이,한개는마누라가,한개는딸아이가,나머지두개는이곳에내려와있는쌍둥이손녀들이먹었다.중요한것은너무달고맛있다고극찬이다.감을깎아4일만에곶감이되는기적(?)을이룬것이다.다만안타까운것은내가감이나곶감을못먹는사실이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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