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산골의 여유(3부)
사정이그러한즉이PD네도어쩔수없다며‘조심해서빨리다녀오시라’며격려까지해준다.폭설은내려정강이까지빠지고사위는어둠에쌓여무섭기조차한데그나마라도내가그눈길을뚫고처형을구조하러간다고했던것은,약간의두려움은있었지만믿는데가있었다.이미일반차량은다니지를않고아니다닐수가없었다.

쌍둥이가이곳에내려온게벌써열흘이넘었다.쌍둥이동생’주아’의장염이언니’수아’에게옮겨아직도병원을드나든다.다행히이제그만하여내일쯤저희집으로데려다줄생각이다.

지난달아내를위해새차를한대뽑았던것이다.기왕뽑는거시골생활에걸맞는튼튼한4륜구동차량을마련한것이다.사실4륜구동의위력이어떤것인지몰랐고또한번도직접경험해보지못했던터다.이토록폭설이내린가운데4륜구동이라는게제대로실력(?기능)을발휘할까?하는두려움.4륜구동은웬만한험로도무사히간다는데…하는기대감.그런두려움과기대감을안고차에시동을걸자이정도의눈은아무것도아니라는듯폭설로덥힌전인미답의산골길을무사히달려처형과약속한장소에도착한것이다.

집에서출발할때는목적지까지1k밖에안남았다니어쩌면나보다먼저도착했을것이라는참으로착한생각을가졌다.내가도착한후10분20분이지나도소식이없다.약속장소를서로잘못이해를했나?아니면이여편네가사고가났나?별의별방정맞은생각이고개를든다.전화를걸자니이눈길에운전중전화를받다가사고라도나면…그사이얼마간취한이PD는‘왜빨리오시지않느냐?’며두차례나전화가온다.어쩔수없이처형에게전화를건다.“아니!?1k오는데몇시간걸립니까?도대체지금어딥니까?”,“아유~!죄송해요제부!차가영나가질않아요!빤히주유소가보이는데도갈수가없으니…죄송해요~!조금만더기다려주세요.”,“아아~이~!c發정말미치겠네!망할X같으니…(요건처형과전화를끊고난뒤의표현이다.)”

사정이또이랬다.처형이1k밖에안남았다고한것은사실이었다.그런데문제는폭설로주유소위쪽에서사고가난것이다.(나중에안사실이지만…)그런관계로차가전혀움직일수가없었다.물론이런불상사(?)는처형의책임은아니다.그러나1k밖에안남았다고할때그런정황을설명을했어야하는데그냥1k남았다고했으니무조건구조를나왔던것이다.

아무튼시간반을기다린끝에처형을구조하고집으로돌아왔다.그시간반을기다리는동안술이취한이PD는10여차례도더전화를한것같다.빨리오시라며…그런과정을거치는동안나의머리,나의입에서어떤반응이나왔을것이라는건이썰을읽는분들의상상에맡기겠다.솔직히차에오르면처형이고뭐고간에발길로걷어차고뺨이라도한대갈기고싶은충동을느꼈다.그렇지만처형이저만큼보이자그래도안도의한숨이조용히나오고…차에오르는처형에게“무슨놈의여자가그렇게똥고집입니까?눈올것이니가지말라고했을때안갔으면됐잖아요?”,“죄송해요~!죄송해요~!”거듭죄송하다는여편네에게더이상할말이없다.성능뛰어난4륜구동의경쾌한굉음을뒤로하고,차안은무거운침묵이흐르고…집으로돌아온즉이PD는이미돌아가고없다.죄스런마음에전화를걸자‘산까치’가받는다.“아유!죄송합니다.막도착했는데왜?가셨어요?”,“아우~!아녜요!이사람지금취해서잠들었어요.”,“아무튼정말죄송합니다.내일다시전화드리겠습니다.편히쉬십시오.”

쌍둥이들의재롱이산골의여유를더한다.세상이래서살만한거아닐까?

다음날아침.세상은눈부신은빛이다.앞집장씨네,언덕위의김씨네,천등산주봉바로아래된장공장이곳저곳에서군불때는연기가피어오른다.그야말로쾌청하고상쾌한아침이다.‘오늘오후부터또눈이온다지…?’아래채쪽을바라보니엊저녁그토록속을썩이든처형이왔다갔다한다.“쌀있어요!?”,“아~!예!며칠전1포대샀어요!근데쌀은왜요!?”,“됐어요!쌀한포대면두세달은버티겠네요!눈이아무리와도…”,“호호~하하~~”같은말을아내에게도했다.“우리쌀넉넉하지?석달열흘정도는버틸수있지?,김장도잔뜩했고,장작도10톤이나준비했고,…”그러고보니그제눈이잠깐쉬던날예비용난방기름세드럼도보충하여만탱크를준비했다.눈아니라세상이꽁꽁얼어도석달열흘버틸수있도록만반의준비를했다.누군가또다른속만썩이지않는다면나와아내는이깊은산골의여유를만끽하며기~인겨울을보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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