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2부)
산골의어둠은빨리온다.요즘은산골에도도시같지는않지만가로등이제법있다.그가로등에점등이될무렵까지도아내는연락이없다.또전화를하자니부녀회에게의처증이나조바심증(?)을앓고있는사내로오해받을것같아전화도못하고가슴앓이를하는참에전화가온다.“얘기가길어지고,가서얘기할테니대충저녁을때우시오,나는여기서저녁을먹고갈것이니…”그리고갈때는위쪽에사시는‘손선생아주머니’가집까지태워주기로했으니그리알라는통보의전화다.일방적인아내의통보였지만,이시각까지무사하다는의미의전화를받고보니좀은안심이된다.

그러구러한시간쯤더흘렀을까?강아지들이요란히짖어댄다.누군가가오고있다는신호다.어둠속을뚫고대문쪽을바라보니자동차의전조등불빛이우리집으로향하고있다.역시위쪽의‘손선생아주머니’가아내와예솔이를태워준모양이다.차에서내린아내가차문을열어둔채로얼마간대화를나누는걸보니아마도고마움의표시로차한잔하고가시라는권고를하는모양이다.그러나공손한거절이있은듯,이내차를돌려‘손선생아주머니’는빠져나갔고,현관문을들어선예솔이는제할미등에서깊은잠에빠져있다.예솔이를눕히고거실로나온아내는다짜고짜“나!오늘일저질렀어요!”란다.“일!?….무슨일을…!?”그러고보니아내가들어올때무엇인지조그만행랑같기도아니면파일박스같기도한짐을들고들어왔던것같다.

이어아내는그짐속에서몇다발인가꼭꼭묶인돈다발을꺼내는것이었다.설마!그시간동안노름을해서딴돈은아닐테고…아니아내는고스톱은커녕민화투나나이롱뽕도칠줄모른다.그런데저거금의돈다발이…??돈다발의사연에대해듣기전,누구것이되었든거금의돈다발을보니괜히신이난다.좀유치한우스개지만….

아주깊은산골에가난한부부가살았단다.하루는아내가남편에게그랬단다.

아내:여보!우리나라돈다합치면200만원될까요?

남편:이런!등신!200만원이뭐야!한500만원은더될걸?

(그래서그뒤로‘한오백년’이라는노래가나왔다나뭐라나?)너무썰렁개근가?헐!-.-;;;

어쨌든깊은산골의부부가우리나라전체의것으로짐작할만한거금의돈다발앞에나의잔소리할기회는무너지고말았다.잔소리는커녕혹시나내게떡고물이라도떨어지지않을까하는기대감에평소답지않은부드러운목소리로“그게무슨돈!?”,이런나의질문과는동떨어진대답이아내로부터흘러나왔다“나오늘‘부녀회장’됐어!”.이런!뚱딴지같은……그리고아내는신이난건지아니면감격한건지말을이어나간다.아내의얘기는계속이어진다.

그전에,이보다훨씬며칠전건축업자‘고사장’이지나는길에집에잠시들렸다.커피를한잔타오고…집에하자나불편한점은없는지…이런저런얘기가오가다가어느부분인가에서마을부녀회장이부녀회의공금을유용하고그게발각이나지금말이많다는…우리와는전혀상관없는얘기를하고간적이있었다.그리고그사실에대해들은바도없는듯까맣게잊고있었는데.

그날그러니까우리가,더정확하게는아내가마을회관점심당번날을택하여마을사람들이특히부녀회에서벼르고있었던모양이다.현임부녀회장의비리(?)를탄핵하고새로운부녀회장에아내를미리감치점찍고그날의행사를만들어나갔던모양이다.아내의극구사양이있었으나부녀회의모든회원이만장일치로추천하는바람에어쩔수없이그높은자리에취임(?)을하고말았다는것이다.그리고전임부녀회장이유용한회비는모두회수했고지난1년치의부녀회가계부(장부)를부녀회임원들과정리하느라고그밤그렇게늦게왔다는것이다.

문제는‘부녀회장’이라는자리가아무리산골짜기의조그만동네일지라도자신의시간을많이할애하는봉사직인데,그게그리쉽겠는가?이다.그런나의의구심에아내는강단있게대답한다.“동네를위해봉사하는마음으로열심히해볼테니좀도와달라!”는….저정도면말려서될일만은아닌것같다.하긴조그만동네이장출신이국회의원도됐다가도지사도됐다가하는데…이참에나도국회의원아내한번만들어봐!?

덧붙임,

많은이들이귀농또는귀촌에앞서두려워(?)하는점은배타적인산골(시골)인심을꼽습니다.물론저도처음엔그런두려움이아주없었던것은아닙니다.그러나모든일은상대적인것입니다.그들(시골사람)이나를멀리하는이유가반드시있을겁니다.우선그것부터극복하면배타적시골인심은걱정하지않아도됩니다.그리고상대가멀리한다고함께멀리하면그간격은좁혀지지않습니다.그들이멀리하면내가다가가야합니다.경우가다르지만,어떤이들은동네의궂은일을일부러찾아다니며간격을좁혔다는얘기는무수합니다.뭐솔직히저희는그런단계는지났지만,아내의‘부녀회장’수락은산골의원주민들과보다원활한소통을위한걸음이아닌가생각합니다.그래서저도아내의부녀회장일을기꺼이외조로도울것을결심했습니다.회장님!회장님!우리동네부녀회장님!만세다!^^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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