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농업에답있었다
패션디자이너꿈꾸던누나,부친권유로농수산대입학
"스펙쌓으려고헤매기보다전문지식갖춰경영하면농업만큼확실한분야없죠"
아버지의30년가업잇기로
이사인누나,재배·생산담당…사원인동생,유통·판촉맡아
"평생직업고민했지만할수록가능성크다고느껴"
전남영광군염산면파프리카농장.바깥에선영하의찬바람이불었지만1만㎡(3000여평)비닐하우스안은후끈했다.어른키만한묘목3만3000주에노랗고빨간파프리카열매가주렁주렁매달려있다.
출하준비로바쁜박민호(24)씨가방금딴열매를쓰윽닦아건넸다.
"쬐깐한게참맛나지요?아삭아삭한것이."단맛이입안가득퍼졌다.박씨누나지선(25)씨는"저게다크면5m를넘는다"면서"재배가쉽고,착과성(着果性)도뛰어나수확량이많은SC글로리품종"이라고했다.
‘프로농사꾼’을꿈꾸는남매는한국농수산대학출신이다.2009·2010년채소학과를졸업한과선후배사이.이들은30년동안시설채소를재배한아버지(박광춘·52)의가업을이어가고있다.
농장에선영양성분이혼합된액체비료를방울방울떨어뜨리는양액(養液)방식으로고품질파프리카를키운다.히트펌프로뽑아낸지열을활용하는온수파이프를고랑마다설치해공기를데우고,자동카트를이용해힘쓰는일을줄였다.작년매출은15억원.농장’이사’인지선씨는재배와생산을책임지고,’사원’인민호씨는유통과판로구축을맡았다.
전남영광군염산면파프리카비닐하우스에서‘프로농사꾼’을꿈꾸는박민호(왼쪽)·박지선남매.“할수록가능성이큰분야”라고누나가말하자“제대로농사한번지어보자”고동생이맞장구쳤다./채성진기자
인문계고교를다니며패션쪽일을꿈꿨던지선씨는아버지권유로농수산대에입학했다.그는"평생직업으로삼을수있을까고민참많이했지만,요즘은하면할수록가능성이큰분야라고느낀다"고했다.
2학년때는실습나간김제의한영농조합에서파프리카재배기법을제대로배웠다.졸업후농장일을시작했을땐학교에서배운기술로아버지의’실전영농테크닉’에맞서다여러번부딪치기도했다.
"직업을묻는사람에게’농업’이라고하면표정이묘하게변해요.’요즘같은세상에무슨농업이냐.더군다나여자가’,’밤낮삽질하는3D업종아니냐’며비웃는사람도있어요.농업현장을잘모르고하시는말씀같아요."
시설원예에인생승부를건다는민호씨는농업고교와농수산대로일찌감치진로를정했다.그는"기초부터확실히배워제대로농사한번지어보겠다"고말했다."’스펙’준비한다고일없이왔다갔다하는애들많아요.살떨리는취업난을겪으면서도농사일만은죽어도못하겠다고해요.재배부터마케팅,유통까지전문지식을갖추고제대로’경영’하면이만큼확실한분야도없어요.수확하는재미도쏠쏠하고."
남매는’젊은영농인의고민’을슬그머니비쳤다."시골이라문화생활즐기기가힘들고,애인만들기도쉽지않을것같아요.그래도앞으로뭐할까머리쥐어싸맨후배들에게우리학교를추천해요."
농수산대는농수산인재육성을내걸고1997년경기도화성에문을열었다.최근졸업생1500명을대상으로조사한농가평균소득(6620만원)이국내매출상위100대기업직원의평균연봉(5700만원)보다높아화제가됐다.억대소득을올린졸업생은236명(17.5%)이고,38명(2.5%)은소득이3억원을넘는것으로나타났다.
농수산대기획조정팀관계자는"2학년때국내외선진농장과어장에서강도높은현장실습을받고,3학년때는경영기법과유통·판로관리같은전문창업교육을받는다"고했다.학생들은입학금과수업료는물론기숙사비까지국비로지원받는다.등록금이천정부지로치솟는요즘’실속파’지원자들이몰린다.5년전만해도2대1정도였던신입생모집경쟁률이최근에는5대1에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