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와’엄마의 교훈’
BY ss8000 ON 4. 30, 2013
동절기면해짧으니점심은그르고저녁이면그마저도시커먼보리밥남은것과집에서기른콩나물과김치나시래기따위를한꺼번에집어넣고죽을끓였으니그게‘갱시기(갱식羹食)’이라는경상도일부지방의토종음식이다.언젠가TV에서그‘갱시기’를재연하며출연자들이추억의맛이라며호들갑을떨었지만,추억의맛?맛같은소리다.난그때하도질려서지금도죽이라면돌아앉는다.그게하다못해전복이니기타의갖은영양식죽이라도….
특히‘춘궁기’엔그정도가더심했다.요즘아이들이‘춘궁기’를알턱이없지만,그땐정말왜그리배가고팠던지?유소년시절우리집은그나마중농축에들었음에도배가고팠으니다른이들이야말해무엇하겠는가.초등학교6학년때516혁명이일어났고그덕분이었는지집안의형편이조금씩풀리기시작했다.
말타면말구종부리고싶다든가?어쨌든516혁명이후생활형편이나아지고비록보리밥이지만삼시세끼를꼬박꼬박먹게되는호사를누리자이번엔밥반찬이문제였다.매일김치깍두기만먹는게지겨웠던것이다.심지어학교에가지고가는도시락반찬도김치깍두기였으니지겨울만도했다.그러다보니어린시절누구나한번쯤은경험했을밥투정이라는것이있었을것이다.
초등학교6년때로기억이된다.그날도학교도시락이시커먼보리밥과시어빠진깍두기와고추장에서빼낸무짠지였다.짝꿍놈은하얀이밥에계란말이였다.아마지금같으면‘동무!하나쯤주시게!’하며넉살좋게할수있었을것같은데,나는순간그놈의도시락이부럽거나먹고싶은것보다내도시락의초라함이한없이부끄러워깍두기쉰내가풀풀나는도시락뚜껑을얼른덮고운동장으로나와버렸던것이다.
방과후집으로돌아와학교에서있었던알수없는수치심때문에저녁도그르며심통을부리기시작해서그다음날아침도먹지않고학교를갔던것이다.정확히이틀을굶고,결국속내를모르는엄마의회유와추궁으로학교에서있었던일을고백하는순간어린나의왼쪽뺨에서불이나며허기로가득한머릿속에는별똥이튄것이다.그리고엄마의일갈이“이놈이배가불러환장을했구만…처먹기싫으면그만도!”하시며차려온밥상마저가지고나가는것이었다.
솔직히그순간이라도“엄마!잘못했어요!”라며가지고나가시는밥상을막고싶었어나그어린마음에도이상한자존심(?)같은것이발동하여그리하지못했고,엄마에게반성의사죄를드린것은그다음날아침이었다.결국사흘쫄쫄굶고보니눈에보이는게없었었고반찬은커녕맨밥(비록꽁보리밥이지만)에물이라도말아먹으며허기를이기고싶었던것이다.
반백년이훨씬넘는세월을지났지만이런아픈과거사(?)가떠오르는것은남북관계에있어마지막보루(무엇을위한보루인지는잘모르지만…)라는‘개성공단철수’과정을바라보노라니문득어린시절우리엄마의교훈이생각나는것이다.그날단호했던‘엄마의교훈’이없었더라면내인생이어떻게됐을까?불이번쩍튀고별이나는아픔의교훈이없었더라면내버르장머리는지금쯤형편무인지경이었을것이다.
좌익정부든뭣이든간에‘개성공단’이조성될당시는일부이지만저들의배고픔을달래주기위한방편이요수단이었던것이다.정말그결과가좋아진다면제2,제3의‘개성공단’이조성되며남북관계에일조할수도있었을것이다.마치피죽도못먹고‘춘궁기’를맞아야했던놈들이‘개성공단’이라는보리밥이생기며삼시세끼를먹게되자반찬타령을해?배때기부르다고남이먹는이밥이랑계란말이를부러워해?말을탔다고벌써구종부터부리려해?
반찬투정을하고이밥에계란을부러워하기전,제공해주는보리밥을먹지도않은채감추었다가미사일을만들고핵을만들어배은망덕하는행태가괘씸한것이다.솔직히꽁보리밥삼시세끼를감지덕지하라는얘기가아니다.우리는516혁명이후투정부리지않고모두가열심히일하다보니이밥도생기고고깃국도먹게된것이다.하나의‘개성공단’성과가열개의‘개성공단’을만들것이라는진득한기다림을모르고배때기부르다고반찬투정을하는놈들에게는우리‘엄마의교훈’같은따끔함이있어야하는것이다.
‘개성공단철수’는반찬없는보리밥상이지만그것마저도네놈에게는과분하다며상을물리셨던내엄마의심정같은것이다.그날저녁알수없는자존심때문에상다리를붙들고매달리지는않았지만,다음날아침을맞으며반성의사죄를드렸던내마음이되기를바랄뿐이다.이제공은놈들에게로넘겨졌다.단호한‘엄마의교훈’을받아들이고말고는놈들에게있는것이다.버르장머리고치고말고는놈들스스로에달린것이다.
덧붙임,
본썰을올리고가만히생각해보니정작올리고픈말을못올렸다.다음날엄마에게속죄를한결과항상할아버지에게만올리셨던이밥의반이내밥그릇에담겨져있었고옆집에서얻어온계란하나가후라이로올라왔다.물론할아버지안보실때…..^.^;;;아무튼이젠C부럴름들이알아서하기를바란다.이밥을처먹든계란후라이를얻어처먹든지들하기나름이다.
Share the post "개성공단 철수와’엄마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