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고생한 당신 떠나라?(끝)
농촌생활을하려면이렇게또는그러하게해야한다는특정된법은없다.그러나귀촌3년차에들어서니법조문에없는농촌에서의살아가는법(불문율또는향약)과요령이자연적으로터득이된다.뭐진부한얘기지만그래서인간을사회적동물이라고하지않든가.이점은비단나뿐만아니고모든이들에게적용되는사실일것이다.

콩밭.준비완료이썰을풀고오늘중으로콩을심을참이다.

요즘은아침에일어나면제일먼저컴을켜고엊저녁늦게까지직접시청한야구결과에대한상보와기록들을세세히살핀뒤아침기사를검색하고썰을풀고싶을땐썰을풀고아니면아까본승부기록을다시한번검색(내가응원한팀이승리했을경우,요즘우리팀정말잘나간다.^^*야구경기지고있을때마누라가말을붙이면짜증을내고신경질을부리는경우가종종있어부부싸움으로번지기도한다.어울리지않지만그정도로프로야구를좋아한다.)하고나면대충5시전후가된다.주섬주섬작업복으로갈아입고밭으로나간다.

장마가끝나면배추심을곳도미리준비해두었다.사실금년농사는다른이들보다늦었다.객토와시비그리고비닐하우스가한달가까이늦게지어졌기때문이다.그래도이제오늘내일중으로심을콩밭과장마가끝난뒤김장용배추와무심을곳에풀이나지않도록비닐을깔아주면크게바쁜일은없을것같다.지금쯤표가있으면딱인데….

날씨가뜨거워지니강아지들혓바닥이점점길게늘어진다.생각끝에구수(狗首)회의열임시위장막을만들어주었다.

그런데이상하지?농촌일은해도해도끝이없다는사실이다.어제풀뽑은자리에또풀이나고….두어시간땀을흠뻑흘리고나면아침식사가그렇게맛있을수가없다.식사후커피한잔(때론호주의어떤아기씨가보내준‘冷마두라차’한잔을음미하기도…)때리고다시밭으로나가두어시간하다보면태양이강렬해진다.그리고샤워후낮잠1시간과휴식오후5시반쯤에다시무엇이되었든(풀을뽑든무엇이든…)한두시간움직이는게거의일상화되어있다.체질이다.원래농사꾼이되었어야하는건데.다람쥐채바퀴돌듯하는일상이지만괴롭거나지겹지않다.더중요한것은이런농촌의생활을나보다아내가더즐기는것이다.아마도이런걸두고부창부수라고하지않을까?

이아침일어나메일을점검하니쌍둥이사진이와있다.

갑자기얘기의핀트가빗나갔지만,설령이곳에없는사이작물들이몽땅어찌되어도어쩔수없고또그렇게되지않기위해‘이반장형님’에게특별한부탁까지해두었는데작물을핑계로뉴욕을캐나다를다음으로미루자고아내가제안해오는것이었다.그래도아쉬워하는판에뜻하지않은빚진바없는‘채권양도통지서’가날아들었으니“내가처음부터보증까지서가며전세줄일있느냐며반대하지않았느냐”며큰소리치는아내에게할말이없는것이다.어쨌든그일은당장어찌할수없는일이고,며칠지난뒤(6월15일이후)아내를다시설득하여티케팅을하려했더니…아뿔싸!이젠성수기에접어들어8월말까지는웃돈을얹어주어도표가없다는것이다.

이놈들할애비의노심초사와는달리그곳생활이썩나쁘지않은모양이다.마음이놓인다.

이번썰을시작하며제일첫머리에“이것도천생팔자인가보다.경제적으로나시간적으로나약간은여유가생긴터라,일에찌든젊은시절해보지못한나만의세상바깥을섭렵하려했었는데그것이마음대로되지않는다.사실어쩌면그반대일수도있다.마음대로되지않는게아니라그렇게되지않기를바라는….”이라고시작을했었다.천등산자락무지렁이농투성이가팔자에없는‘나이아가라폭포와몬트리얼’여행을꿈꾸었던자체가과분했을까?이제이달만지나면웬만한작물들은착근을하게되고그리되면지금처럼바쁘진않을텐데,막상이제는표가없다니…이게천생팔자가아니고무어란말인가?그러나어찌되었건여행사에8월15일이후것이라도좋으니대기자명단에올려달라고간곡히부탁은해두었고운이따라준다면그때는반드시좋은일이있으리라자못기대가크다.

장황한썰을중언부언했지만결론은이런사연때문에’고생한당신떠나라!"고전을펴주었지만아직도못떠나고이러고있다.바라건대쌍둥이가돌아오기전제발티켓이남아있기를빌어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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