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은비(버르장머리 하나)
은비,눈에넣고다녀도아프거나무겁지않을내외손녀은비.은비는친.외를통털어내게첫번째손녀다.그만큼각별하고소중한아이다.내가소중하게한만큼은비역시그어떤식구보다날따르고좋아한다.제어미혼자캐나다에1년여가있는동안제아비나할미가아닌(은비의친조부모님이계시지만연세가높으셔서…)내가뒷바라지를했다.유아원보내고데려오기,끼니와간식챙기기,심지어대소변챙기기특히잠자리까지나와함께했다.어쩌다제할미침대에눕히고몰래빠져나오면자다가깨어깜짝놀라울면서내방으로달려오곤하던아이다.그런아이가벌써초등학교2년이되었고조금보태면처녀티까지난다.

자랑같지만모범생이다.공부는(최)상위그룹이려니와특활또한만만치않다.미술,음악,글짓기등등.상장이손.발가락스무개를합쳐세어도모자랄만큼많이타왔다.그렇다고무슨학원을보낸다거나사교육(다니는학교는사립이고,다만태권도도장이랑,영어학원은…)을시키는것도아니다.그리고언제나상장을타면“할아버지~!나오늘또상장탔어~!”라며깍듯이보고까지하는아이다.뭘바라거나강요하지않아도될그런모범생내손녀은비다.

취학하기전어느날제엄마아빠와공원에놀러갔다가某기획사의스카우트(?)의눈에노출되어두어달교육을받았지만,은비스스로흥미도없어하고힘들어하기에그만두었다.난처음부터그짓이마뜩치않아반대를해왔고“정말그쪽계통으로출세(?)시키고싶으면‘김태희’만큼한다면하되그렇지않으면애저녁그만두라”고주장해왔다.즉‘김태희’처럼공부를잘해서서울대학교다니면모르겠지만대갈빡에든것없이미모만가지고배우하면이놈저놈껄떡쇠만따라다니다아(애)버린다는게내주장이었던것이다.그런데요즘제2,제3의기획사가자꾸은비를유혹하는전화가온다는것이고그영향을받았는지요즘은은비의희망도‘탈랜트’로바뀌었다지만이할아비입장으로는아직어림반푼어치도없다.

며칠전볼일이있어서울집엘갔다.얼마간보지못한은비도보고싶고..하여저녁이나같이먹자며큰딸내외와은비에게소집령을내렸다.싱싱한천등산표유기농채소와사위가사온광어회한접시와소주를곁들여저녁을해먹고거실에서역시직접기른무공해천등산참외,수박,토마토를먹으며밀린얘기를오순도순나누고있는데은비와사위가무슨게임을하는지아니면내기를했는지또제아비의내락을받았는지모르지만은비가아비의뺨을찰싹찰싹때리는것이었다.물론아프게몹시때리는것은아니었지만그모습에나는분노하며눈이뒤집히고말았다.“애새끼버르장머리를저따위로키워서어따쓸려고..이것들이미쳤나!?으~응!?애새끼가아무리귀여워도그렇지저따위로키워~!?”그야말로천둥벼락이떨어지고집이흔들릴정도의호통을치고말았다.

너무도갑자기일어난일이라모두가얼이빠지고어안이벙벙하여입도벙긋하지못하는사이나의호통은계속된다.“난뺨한대회초리한차례안들었지만니들그따위로키우지않았어!애새끼가아무리사랑스러워도저따위로가정교육을시켜!?으~응!?”소리소리질러도화가안풀리는데“아유!그만해욧!아빠~!알았어요!그만하세요~!”절규반짜증반의마누라와딸아이의목소리가들린다.“뭐!?뭘알아!알긴.뭘그만둬!이것들이진짜…”나역시소리를지르지만어떻게무얼해야할지모르는그러는사이사위는울상이되어안절부절못한다.어쨌든한바탕의태풍이물러가고정신을차려보니은비가안보인다.은비에게직접호통을내린것은아니지만은비인들모를리없다.그사이은비는제할미의침대에엎드려온몸으로통곡을하고있었다.눈물과콧물이흥건할정도로어깨를들썩이며꺽꺽거리며울고있는은비에게“은비!일어나봐!할아버지좀봐!”,“싫어!할아버지미워!엄마!가자!나갈래~!꺽윽!꺼윽!흑흑..”,“갈테면가!다신할아버지집에오지마!”제어미의팔을잡고널어지며제집으로가겠다며고집을피우는모습에말은그렇게했지만가슴이미어지고억장이무너진다.저렇게그냥보내면백년한으로남을것이고정말내집엘다시는오지않을것같은조바심이들기까지한다.

사실은비와나는언제든어디서든작별을고할때상대의양쪽볼에진하게뽀뽀해주는것으로인사를나눈다.또전화로통화를하여도언제나마지막엔“은비!사랑해!,할아버지사랑해!쪼~옥(뽀뽀소리)”그리고끊는다.그렇게공식적으로되어있다.그런데작별인사는커녕평생척을질지도모를그때“빨리가~!나도너보기싫어!다시는오지마!그렇지만뽀뽀는해주고가~!”,“싫어!꺾~끅!안해!끅~꺽~”,“그래!?그럼!니맘대로해봐!니발로올때는맘대로왔지만뽀뽀하기전엔한발자국도못나가~!집에빨리가고싶으면뽀뽀하고빨리가던지,,”한참을승강이한연후에야은비는할수없다는듯내두뺨에뽀뽀를하고갔다.

엊저녁이것을보낸걸몰랐다.

썰을만드는사이에도은비는내게동영상을보내왔다.

큰내용은없고제아비앞에서장기자랑을하는모습이다.

딸네는차간거리로10여분남짓한곳에서살고있다.딱그만한시각이흘렀을것이다.핸폰이운다.‘은비’다.시간과공간을넘어“할~흑!아~꺽~끅버~지!잘못했어~!흑흑꺽끅~!”,“은비~이!그만!그만!할아버지가더잘못했어!할아버지가은비얼마나사랑하는지알지?”,“응~!흑흑..”,“그래!됐어!이제부터엄마아빠한테버릇없이안굴면되는거야!알았지!”,“으~응!흑~꺽”,“은비사랑해!쪽,,,할아~흑!버지~흑!사랑해!흐흑~!”,“어라!어라!뽀뽀소리안들린다.”,“쪽~훌쩍쪽~흑흑..”서비스로두번해준다.

그리고다음날은비로부터전화가왔다“할아버지~!나오늘또상탔어!”,“무슨상?”,“글짓기대회나가서장려상받았어~!그리고태권도파란띠도받았다”,“오~!우리은비최곤데…아!은비야!할아버지고추따야하거든…지금좀바쁘거든…할아버지가쫌있다전화할까?”,“으~응!할아버지!사랑해!쪽~”,“사랑해은비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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