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가을하늘 공활한데…(3부)
잡히면죽는사형수인줄알았는데,나무만하면무죄석방을해주실것같은느낌에이번엔죽을뚱살뚱모르고열심히나무를하기시작했다.정말허리한번펴지못하고열심히나무를했었다.그럴수밖에없었던것은아버지는나를따라다니시며허리좀펼만하면싸리가지회초리로등짝을후려갈기는것이었다.“이놈이어디서요령을피우느냐!?”시며.

아픈것은둘째치고나는살아야겠다는일념으로정말열심히나무를했고,드디어망태기에차곡차곡그것들을쌓고짊어지려했으나도저히혼자힘으로는일어설수가없었지만아버지는“밥은한그릇씩다처먹으며그것도못지느냐!?”또등짝을마구갈기시는것이었다.가끔기적이라는게우리인간사에일어나는것을보고듣고한다.아버지의혹독한고문과린치가그무거운나뭇짐을거뜬히지게만드는기적이일어난것이다.그리고5리길험한산길을따라내려오시며1분의휴식시간도주시않으시고회초리로담금질을해가며집마당까지온것이다.(그런종류의나무를해오면일단마당에널어말린다)내가해온나무를마당에풀어놓으니거짓말안보태고약200평의마당에한가득했다.그모습을본할아버지할머니는물론어머니마저“아(애)잡을짓이다”라며놀라워들하셨지만,아버지는조금도동요하지않으셨다.

잠시후아버지는나를부르시고계하(정확하게는슬하膝下)에꿇린채말씀을이어가셨다.“그래기분이어떠냐?”,“그걸말씀이라고하세요!?거지같지요.뭐!(속으로)….”솔직히분하고원통하고이억울한사정을어디다고하겠는가마는아버지의물음에아무대답이없자아버지는“이놈아!소풍도공부의연장인데김밥없고쥬스없다고학교를안가?학교안가고나무를하니좋으냐?그렇게나무하기가좋으면내일부터나무만하도록하자!그리고지금가서책보와책몽땅가져오너라이자리에서불태워없애고농사나짓도록하자!”추상같은아버지의말씀에나는닭똥같은눈물을흘리며“아버지잘못했어요!다신안그럴께요!”

닭똥같은눈물의내용은이랬다.내일부터농사를지어야될지도모른다?나무를해야할지도모른다?그런게아니고그렇게독(?)하게죽일듯자식놈을다그치던아버지로부터살아났다는감격의뜨거운눈물이었던것이다.그러나그런속에서정말크게대오각성한것은세상에서제일쉬운일은,나무도,농사도,효도도아니고‘공부가제일쉽다는사실’을난그날알았던것이다.그일이있고난뒤나는학업에만정진하는모범수(생)로그리고형설지공(螢雪之功)의학문을닦아나갔고명문은아니지만근동에선그래도꽤괜찮은중학교를12등(420명모집)으로입학하는영광(?)을누린것이다.

덧붙임,

625사변으로불구가되신나보다일곱살많은형님은정말수재셨다.몸이그러하셨으니아마공부밖에할게없었을것이다.내가12등으로입학한그곳을형님은수석으로입학을하셨고,내가중학교입시를치를그때개인가정교사처럼나를담금질하셨다.그나마도형님의담금질에학업에약간의취미를가졌던게아닐까?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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