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혼자서는 못 살아요.(3부)
아내와처음이곳에왔을때제일먼저접촉한사람은‘이반장’이었다.나보다는여섯살더먹은관계로형님이라고호칭을하고있지만,산골일기의초장에보면그와의첫대면은한바탕의싸움이었다.애들이싸우면서큰다지만어른이라고다를게없다.쌍방간에주고받은그한바탕의고함소리가우리둘사이를돈독하게했던것이다.또작년봄농사철에의뢰한영농방법과자금관계를두고그를해고했다는썰을푼적도있었지만,그것은어디까지나업무(농사)에관한것이고,비록해고는했지만‘이반장’과의인간적관계는계속이어나가고있다.또당연히그래야하고.(사람들은누군가와다투면영영안볼듯하는것도문제다.화해라는수단이있음에도…)

그다음인연이된사람이바로이PD네였다.이PD는나와비교해서어마어마한거구에다술을좋아하고사람이호방해보였다.몇차례인가술잔을나누어보았는데말이길어지고술판을자꾸키우려는습관이있어서그렇지술이대취해도깐족이거나주사를부리지않는게마음에들었다.또평소에나누는대화에말이통했다.뿐아니라이런저런취미그리고농담따먹기등등정서가많이비슷해서쉽게어울렸고,가끔씩하는외식에초대를하면단한번도그냥넘어가지않고반드시반대급부로우리부부를초대하거나하다못해직접요리를해서먹이곤했다.그리고술이얼마큼취하면예의자랑아닌자랑을하는데,그의자랑은이곳에13년전에왔다는것과이정도면거의터줏대감반열에오를수있다는자부심이었다.또하나는마을가가호호집안사정에너무정통하여그런정보(?)를내게거침없이알려주었던것이다.(솔직히어떤것은참고가되었고어떤것은듣고그냥흘려버렸다.그래야하고…)

아직은某방송국에근무(금년2월말이정년이라아주이곳으로이주를한단다.이썰1부의맨첫머리에그의화물차에장롱이실린것도,그는한꺼번에돈을들여이사를하는게아니고가구를하나하나자신의화물차에적당량만나르고있는중이다.)하기에그도나처럼농사일을직접하지못하고언제나옆집‘이반장’의손을빌려(직장때문에일주일에사나흘은서울에서또사나흘은이곳에서보내기에어쩔수없는…)텃밭을일궈나갔던것인데재작년부터인가‘이반장’의손을빌리지않고직접농사를짓게되면서그동안이반장에게부당한영농자금을지불했다는결론을얻었는지그와는소원해지기시작한것이다.

여기서얘기의핀트를약간돌려야겠다.혹시라도이썰을읽으며귀농이나귀촌을도모하시는분은반드시지켜야할것이있다.이웃간에떠도는풍문에절대부화뇌동하지말라는것이다.쉽게얘기해서누구얘기든지나치게귀담아듣지도다시그얘기를옮기지도말라는것이다.물론도시생활이라고다르지않겠지만,구조상산골마을은몇가구안되기때문에,그런일에자칫말려들었다가는쉽게척이지고앙앙불락하고마는것이다.

작년봄인가그랬다.농협단위조합에서싸게공급하는유기거름(정확하지않다)대금6만원인가를두고‘이반장’과이PD네가다투는것을보았다.당시그거름을이반장이통합적으로구매하여몇몇이웃에게분배를해준적이있었다.물론나도그중의한사람이었고.어쨌든그렇게나누언준거름값6만원을이반장은받지않았다고이PD네는주었다고옥신각신하다가결국두사람은등을돌리고말았다.(나중안일이지만이반장이포기를했단다.)그사실을이PD는나에게고자질(?)을했고나는들은척도안했지만두이웃이서로앙앙불락하는모양이내겐오히려불편하여언젠가막걸리두어병을사서이반장형님의손목을콱움켜지고이PD네상수리나무밑에서화해를시켰던것이다.그화해가있은후속으로는어떤지모르지만역시겉보기로둘사이는예전과같은이웃으로돌아갔었다.솔직히내입장으로는다같은이웃인데누가옳고그르고를판단하기쉽지않고또누구편을들수도없었기에둘사이에끼어들어중재를자처했던것이다.(이런것도어쩌면산골생활의지혜이다.)

한여름의이곳은정말시원한곳이다.이곳에서지난여름막걸리한병으로이반장과이PD를화해시켰는데….요즘또쌍방이앙앙불락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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