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수아가 날 살리네.(1부)
썰을풀기전근간우리마을풍경을잠시소개한다.이즈음의산골은노인들의천국이다.물론이런천국현상은우리마을만이아닌모든산골마을의전국현상일것이다.농사는끝나고크게할일이없다.(물론특용작물을하거나겨울철농사를짓는곳은예외이겠지만…)아무리작은산촌이라도이젠마을회관이나노인정은다있다.그곳에한가한노인들이삼삼오오로모여앉아고스톱도치고한담도나누고때론이웃집흉도보고….이럴수있는모든경비는나라에서제공해준다.한해동안바쁘게굴렸던심신을풀고재충전하라는의미일게다.

눈이몹시내리던그날마을노인들을모시고아내는30분거리의온천으로출발했다.목사리가풀린’희숙(사냥개인데어릴때짙은회색암놈이라회숙이로불렀다가혀가잘안돌아가는것같아희숙이로…)’이가신이났다.

우리마을만해도그렇다.매년1월초부터2월말까지모든가구(독거노인또는불우이웃은제외라지만우리마을엔불우이웃은없다.그만큼먹고살만한마을이다.서너달전어디선가의지가지할데가없다는아주머니두분이빈집에서기거했지만,그분들도지금은마을맨골짜기에자리한요양원으로면에서보내주었단다.또그분들이잠시있는동안이라도매월쌀20k를지급했단다.이사실은마누라가부녀회장이라알려주었다.)가당번을정해마을회관에서식사를대접한다.따지고보면매일잔치다.쌀은넘쳐나고술은회관창고에얼마든지있다.약간의반찬거리만준비해오면마을주민모두가매일잔치를벌일수있고또넉넉하게그리하고있다.(약올리려고그러는게아니라이런천국을두고도시의쪽방에서나라와이웃의도움만기다리는노인들이정말불쌍해서하는소리다.산골일수록노인복지가그만큼잘되있다는뜻이다.)아이고!쓸데없는소리가너무길었다.

눈온날의마을전경.

전화를두차례나걸었지만‘전화가연결안된단다.’그런멘트를두번씩이나들었다면아주짧은시각은아닐것이다.“이거어떡하지?잠들었을때전화오는거아냐?”이런걱정(?)을하며낮잠을청했다.

산골에와서눈이싫지않은것은이렇게다닐수있는길만가래로치운다고손가락질하는사람이없다.도시같으면우선나부터도이웃에서눈을안치우면눈을홀기고비맞은중처럼욕을했을것이다.실제그랬고…

그날은마을부녀회에서마을노인들을모시고근처온천으로목욕을가는날이다.목욕을마치고근처의송어양식장에들려회와회덮밥을먹고노래방에들려노래도한가락씩부르고돌아오는것으로계획되어있단다.물론마을부녀회장인마누라의“같이가요!”라는권고가있었지만,“에에이~무슨~…모시고들갔다와~!”원래이런자리잘안끼는것을아는마누라는두번을권유않는다.쌍둥이를조금이르게유아원에데려다주고마누라는마을의노인(사실나도내일모레글피엔칠순을바라보는노인이기는하지만아직은그런대열(?)에합류하는게어쩐지마뜩치가않아빠진다.)들을모시고대절한관광버스에몸을싣고떠났던것이다.

마당도역시다니기좋을만큼만눈을치웠다.아마도저렇게쌓인것들은봄이되어야녹아없어질것이다.

늘새벽4시경일어나기때문에낮잠을꼭1시간씩자는버릇이생긴것은약10년전위암수술을하고난뒤부터다.그날이라고다를건없다.오후1시가좀넘어일상적으로낮잠을자려고소파에누우려는찰나거실의창너머로前노인회총무님아주머니가대문을들어서시는것같다.잠을포기하고아래채마당까지마중을나가서“아이고!형수님(나보다나이가두세살많으면무조건형님이고형수님이다.이거자존심상한다고생각하면안된다.나보다나이많으니당연한것아닌가?그렇게한다고해서그분들이반말을탕탕한다거나아래로내려다보지않는다.그분들도꼬박꼬박공대를해준다.이또한귀농.귀촌을위한지혜의일부다.)께서어인일로이누추한곳을오셨습니까?근데형수님은온천에왜안가셨습니까?”,“다리도아프고차타면멀미가심해안가씸니다.”,“아!네에~…아무튼안으로드시지요”그런데들어오실때부터갖고있던커다란비닐봉지를내게넘기며“이것좀잡숴봐요!”란다.

아무튼이렇게미끄러운길을약속이되어있다며마을노인네들을모시고떠난마누라가걱정스러워전화를두차례했던게그만사단이나고말았으니….마을입구에들어서는대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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