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여행기(3부)
여행을마치고산골짜기로돌아와보니말이아니다.아니한말로신선놀음에빠져세월가는줄몰랐다.바다건너그쪽은이제봄이파릇파릇하는데봄이익는시기에출발한이곳은이미연두색을넘어심록(深綠)에가깝고앞뒤마당에잡초만무성하다.저놈들을어느세월에다처리하누….없는동안개울건너‘이반장형님’에게여러잡다한일을부탁하고갔지만그중에잡초제거는없었다.하루종일쏟아지는졸음을참고참으며제초작업에힘쓰고저녁엔허벅지를꼬집어가며토요연속극까지보고눈꺼풀을손으로뒤집어가며‘개콘’까지보고잠자리에들었는데…실컷잤다고생각하고깨어보니새벽1시가안됐다.아무래도며칠은더고생해야될것같다.

이곳은이미신록은짙고완연한여름에접어든듯하다.

아뿔싸!그때야뒤늦은나의머리가돌아가기시작했다.‘그린칼과씨리즌’이바로그거였구나…하는.즉미국내의영주권자들에게발급되는‘그린칼’이아닌녹색의사회보장카드소유자냐?아니면‘씨리즌’이아닌시티즌(CITIZEN)즉,정식미국여권을소지한시민권자냐?‘그린칼과씨리즌’이면이쪽칸으로진입하라는싸인을잘못알고기내의그인간의뒤만쫒다가그지경에이르고만것이다.아!그후회.그막막함.철석같이나만믿고따르는아내에대한미안감.그것을무엇으로감당하리오.

본격적인미주여행이시작되기전’은택형님’의조카분이웨스트포인트를다녀오며’존스비치’를데려다준다.그곳은말이봄이지아직봄과는거리가있다.늘이랬던것은아니고올겨울이유난히눈도많고추웠단다.존스비치의둘레길(?)이정말잘정비되어깨끗하다.

이제‘이미그레이션’은불과몇미터앞,어쩌지?아내에게이실직고하고‘그린칼과씨리즌’들이서있는이줄을벗어나저뱀들의꽁무니에붙어?여기까지생각을하니기가딱막히고질려온다.그러나어쩌겠는가.만약에무슨일이발생하면도움을청할‘은택형님’의전화번호를고이간직한지갑속에서꺼내며시험삼아살짝눌러본다.

그런데이럴수가?내전화는서비스가안되는전화기란다.아이들말로는요즘전화기는현지에도착하면자동으로‘로밍’이된다고했는데(사실나는중국엘자주다니기때문에중국전용전화기가따로있어‘로밍’을해보지않았다.)내전화는그것마저도허용이안된다니…아내의실망스런얼굴표정이갑자기눈앞에떠오른다.“저~!자기전화기좀조바!”,“왜?무슨일로..?”하늘같은남편이달라면줄것이지이유까지묻는데그만짜증이왕창솟는다.“말이많아!달라면좀주지.내꺼는써비스가안된데…형님께전화좀드리려고그래!”,아내는속도모르고“나가면기다리시겠지..”란다.“아이!씨~이차~암!”,“아!왜?짜증은내고그래요!”아내의눈꼬리도올라가기시작한다.그리고마지못해가방에서부스럭거리며전화기를꺼내주었다.여행을한다며뉴욕까지와서입국도하기전초장부터부부싸움만하게됐다.(뒷날그예우리는진짜한바탕의기싸움을하고만다.)

기내에서꺼둔전화기를켜자‘잠시만기다리란다.’자동로밍이라는문자가뜨고동그라미가빙빙돌지만시간은자꾸가고.그사이줄은줄어들어서너사람뒤면우리차례다.할수없다.아내에게이실직고할수밖에…“저~사실은우리가줄을잘못선모양이야우리가저쪽으로가야하는데어쩌다이쪽으로오고만거야!”,“어쩐지…너무한가하기에자기가최곤줄알았는데….”내얼굴은순식간홍당무가된다.“그래서말이야!만약퇴짜를맞으면저줄맨끝으로가야하니까두시간은족히걸릴것같으니형님께미리전화를해야겠어!”그러나동그라미만빙빙(로밍되는과정…)돌뿐아내의전화기도터지지않는다.

그러나그런급박함을모른채야속하게도우리차례가되었다.뒤에서있는양코쟁이일행에게양보도할수없고,결국무슨큰죄를저지르고심판관앞에서있는죄인이되어우리부부의여권을‘heresir!’라며최대한경칭을붙여가며내밀자그는한참을나와아내의얼굴을번갈아째려보며(사실그가째려보지는않았을것이다.주눅이든나의느낌일뿐이지…)먼저아내를보며자신의앞에서란다.(요즘대한민국국민이미국갈때는국내에서사전서류만으로전자비자를받을수있다.아내는수년전라스베가스와LA를다녀오며10년짜리미국비자를받아둔게있었고,나는최근여권을갱신했기때문에만료된미국비자를새롭게내지않아서이번엔전자비자를받았다.또이젠굳이단순방문이나여행시에는비자가필요없다)

덧붙임,

뭐지?이런!젠장할!뭐가잘못됐을까?

사진올리기가영안된다.

답답하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