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부모님전상서(3부)
아버지어머니!다시한번말씀올립니다마는추석명일보셨지요?얼마나썰렁한명일이었습니까?나름상다리가부러지게제수를올린차례상앞에겨우현섭이와둘이서제주따르고옮길손이부족하여이리로한차례또저리로….좌우옮겨다니지않던가요?예솔이는또어땠습니까.아직은증손자가없어그고사리손을합쳐예를드리게하지않든가요?소자와아들손녀셋이차례상앞에부복을하며그런생각을했습니다.“이거아니다.차라리제사를형님께넘겨드리든지아니면제사를폐해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그래야만형제자매들이보다쉽게조상님과두분을기리는자리에함께할것이라는생각을했답니다.그러나달리생각하면장가도안간형님이제사를맡는다는것은어불성설이고막내동생준이에게맡아달라고하는것또한연목구어나다름아니니차라리종교를빙자하여제사를지내지않는종교에귀의라도할까?생각을해보았으나그어느것도할짓은아니며어찌되었든소자살아생전까지는조상님전에물한그릇이라도올릴것을다짐하고있습니다.

아버지어머니!문득그런생각도해보았습니다.대저모든집안의장자가똑똑하고카리스마가있는집안은부모님아니계시더라도확실히그가문은영(令)이서고응집력도강하며형제간의우애가돈독하고부모님사후에라도그장자가구심점이되어가문의대소사를잘처리해나가는경향이있는것같습니다.주위를둘러보며생각해본즉모다그러했습니다.형님을원망하고자함이아닙니다.형님을모해하고자함이아닙니다.칠순을훌쩍넘긴형님이이제와장자로서의역할을바라는것또한어불성설이아니겠는지요.마냥답답하기만해서드리는말씀입니다.

아버지어머니!이제시골도살만합니다.보릿고개를넘기기힘들던쌍8년도농사짓던때와는사뭇다릅니다.자신만바지런하면얼마든지행복을추구하며넉넉하게살수있는곳이시골입니다.작은누나도그렇습니다.40이넘은아이를시집도가지못하게,마치아버지어머니가형님과막내를주려끼고사시던것처럼저러고있기에시골로내려오라며얘기를해보지만‘시골’이라는단어에진저리를칩니다.시골이어때서요?작은누나도벌써칠순이다되갑니다.매형과별거를한지벌써20년가깝습니다.젊은시절알뜰살뜰직장다니며모은돈으로잘살고있습니다마는딸년혼사길을막고있는격이아닙니까?아참!유서방이지난7월에위암수술을받았다고말씀드렸지요?지금조용히정양중입니다.어차피직장은정년퇴직을했고某법무법인에서잔심부름을하며지내는중병이났습니다.역시산골로내려와여생을보내라고종용을했답니다.그러나아직은모르겠습니다.마음이약간움직이는듯합니다마는….두고볼일이지요.그런데모두가왜어째서산골이싫다고하는지모르겠습니다.정신이바로박힌많은이들이귀농과귀촌을하고있습니다.작년엔물경3만여가구가산골로어촌으로귀향을했답니다.살기좋은산골을왜마다하는지골백번을고쳐생각해보아도도무지이해가가지를않습니다.

아버지어머니!두분께드리는하소연끝을맺어야겠습니다.생색을내고자함이아닙니다.그래서도아니되고.어떻게든형제들과우의를다지려고노력은해왔고지금도하고있습니다.그러나언제까지이런노력을계속할지불초소자는장담이나약속을드릴수없습니다.두분께서그들이가여우시다면현몽이라도하셔서그뜻을전달해주시면아니되겠습니까?두분도생각을해보십시오.불빛을찾아다니는불나방처럼화려한도시속의삶이좋다며그곳에서안주를하다가어느날갑자기돌보는이없이숨을거둔다면,그누가그들의죽음을알겠습니까?결국백골이되어아무죄없는또다른형제나자매를개망나니나패륜아로치부되는,그런곤혹스러운상황은벌어지지말아야하는것아닌가요?

아버지어머니!거듭간청을드립니다.또한외람된말씀이나소자와진이어미는이제할만큼했습니다.저희가할수있는방법은모다동원했습니다.마지막남은길은두분께서현몽하시와형제들을설득해주시는길밖엔없습니다.그마저도아니된다면저와진이어미는더이상형제들의용단(?)을기대않겠습니다.아래채는오래전부터월세를달라는사람이줄을섰습니다.더이상은복덕방의청을거절않으려합니다.며칠을두고드린이곳소식에노엽지는않으셨는지모르겠습니다.무소식이희소식이라고차라리안듣느니만못하셨겠지만소자오죽답답하고우울했으면그랬을까?하시며용서하십시오.드릴말씀은태산과여해이오나다음을기약하오며이만총총.

불초병규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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