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설같은비과학적인썰은안믿지만,나는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말은비교적믿는다.아니어쩌면믿고싶어한다.굳이이렇게표현하는것은내일모레글피가70이니,그동안살아오며죽을위기에봉착했던적이다섯손가락가지고는모자라는경험을했던것이다.그때마다의기억을되돌리면몸서리쳐질만큼아찔한장면이있었지만지금까지용케살아왔으니결국내목숨이하늘에있는게아니고무엇이란말인가.(참고로나는무신론자다.)
어릴적우물에세번씩이나빠졌지만그때마다조기발견되어구명(救命)되었던것,초등때저수지로수영을갔다가수영미숙으로빠졌는데동네어른이건져주었던것,중등때뚝섬유원지로놀러갔다가무슨객기가생겼는지봉은사쪽으로순전히개헤엄으로도강을했는데돌아오는길에는기진하여카페리원조인나룻배(60년대중반까지뚝섬(성수동)-봉은사(삼성동)는시내버스를나룻배에싣고도강을했음.)꽁무니를붙잡고돌아왔던적이있었다.
그런데그날밤집으로돌아와대오각성을했다.내가무엇에홀려그런짓을했을까?를고민한끝에그런무모한짓을하고도살아있는것은하늘이물가에가지말라는어떤계시라는걸깨닫고그후부터는목욕탕빼고는물속에잘들어가지않았다.또거짓말안보태고지금도나는저수지근처에가면뇨의(尿意)를느낄만큼물을무서워한다.
난지금도분명히기억한다.그날이후피난지의닷새장이서던날,할아버지께서는장터에서한잔하셨는지불콰하신모습으로염장된‘아지(솔직히이런고기가있었는지모르겠다.고등어비슷한….)’까지두어손을사가지고오셨던것과그리고저녁진지를잡수시며하신말씀“내가오늘장터에서병규저놈사주를보니수명이78살까지는산다는구나.”마을저수지에빠져허우적거리다익사직전동네어르신께구조된이야기를들으신할아버지는천방지축날뛰는어린손자놈이많이걱정스러우셨던모양이다.그날이후란,그저수지사건을두고하는얘기다.
아무튼78살이라는수명연장(?)의예고를할아버님께들었지만,오히려그예언을전해주신할아버지께서일흔여덟에돌아가신건오히려당신스스로에게하신예언이아니었나싶은게신기하기만하다.또한동학란이일어나기10년전에세상에나셨다돌아가셨으니그당시로는장수하신게틀림없고,정작나는78이라는운명적(?)숫자는까맣게잊어버렸다.
40대중반이든가?고속도로를달리는데앞에서달리던화물차의적재함에서무엇인가떨어진다.나는급히피하여가던길을갔는데그날저녁뉴스에뒤따라오던차량들이추돌사고가나고인명피해가많이났다는것이다.지금생각해도아찔한순간이었다.생각해보며거의죽을수도있었는데나대신다른사람이불귀의객이된뉴스를보고수십년간까맣게잊었던78이라는운명적숫자가기억이났던것이다.그리고그정도는아니지만유사한교통사고를몇차례겪거나목격을했어도나는피해를입지않았다.
어제는우리의영원한공주‘김자옥’이영면했다는뉴스에가슴이좀먹먹했다.그녀가대장암에걸려투병을하면서‘암에걸린것이인생을정리할시간을벌어준것’이라며긍정적으로세인에게다가갔던그녀.그런데내가그랬다.바로위암선고를받던날이상하게도78이란숫자가갑자기뇌리를스쳤다.농담같지만내겐할아버지께서예언해주신78이란숫자가있기에전혀겁이나지않았고담담히수술을받고11년째살아있으며앞으로11년이라는시간이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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