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함박눈(1부)
“쌀은충분하지?”라며….가끔아내와농담을주고받는다.

겨우살이김장을담그고,난방용화목과비상용난방유를확보한뒤부수적으로자동차스노타이어를장착하면그해의월동준비는끝이난다.이곳에정착하기전까지는정작눈을몹시싫어했다.하긴도시생활을하며눈을반기는사람이청춘남녀아니고누가있을까마는….

금년엔원목을사지않고이렇게재단한화목을15t샀다.원목은t/100,000원이지만,재단한화목은

t/160,000원이다.기름3드럼.올겨울어떤동장군이쳐들어와도충분히방어할준비가되어있다.

창고엔무청시래기와배추우거지도확보해두었다.

625동란때부모님등에업혀갔던피난지에서소위쌍8년도인단기4288년초등학교입학을했다.학교는시오리길떨어져있었다.그때….해방(광복)된지10년이지났지만일제의잔재가남아있었다.교무실에죽도를비치해두고D지게패든샘님도그땐계셨고,정신력을고취시킨다며동절기상하의호주머니를몽땅꿰매게했던기억도새롭다.

어제함박눈이라기보다는폭설이내렸다.그래도걱정은없다.

아무튼다른계절이야그런대로견딜만했지만,한갑자가까운당시의겨울추위는요즘의추위와는달랐다.우리고유말중에‘에다’라는타동사가있다.칼로도려낸다는의미다.오죽했으면‘살을에는듯한추위’라는표현을했을까.그땐정말그랬다.칼바람이었다.그칼바람이사정없이온몸을쑤셔대면비명이절로나왔다.고문도그런고문이없었고,그고문끝에비명뿐아니라정제되지않은누런콧물도함께나오면어찌할방법을몰라소매끝으로훔쳐내면소매끝이늘하얗거나누렇게변색되든그런시절.그렇게저밀듯쑤셔대는칼바람에속수무책이었다.어떻게든방어좀해보겠다며호주머니를찾지만호주머니는정신력앙양이라는교육당국의방침때문에꿰매져있고,종종걸음을재촉해보지만귓불이아려오고,아린귀불을감싸면터지고갈라진손등과손가락이시리다못해통증으로변하면다시입으로가져가고…그런악순환(?)을계속하며등하교를했었다.그러나여기까지는그래도참을만했고,함께등하교하는동무라도있으면웃고떠들며무리지어그시절을보냈다.

전인미답의눈밭을보니예전과달리흐뭇한생각이든다.

금년들어이곳에눈이자주온다.횟수로는벌써5-6회온듯하다.한번인가꽤많은적설량을보였지만크게신경을쓰지않았는데어제는정말제대로눈이왔다.워낙조용한산골이지만정강이까지빠질정도의적설량때문인지사람은커녕차량한대오가지않는글자그대로적막강산이다.거실의통창을통해쌓인눈을바라보노라니어릴적그시절이주마등처럼펼쳐진다.

아!그러고보니전인미답은아니다.길(산)고양이가먼저지나간모양이다.

눈이오면어린애와강아지가제일좋아한다던데….내겐오히려어린시절눈에대한트라우마가있다.지금처럼따뜻한방한복이나방한화가있었던것도아닌그시절의옷이라곤무명에검정물감을들인홋바지거나고무신이었다.양말인들온전했겠는가?구멍난양말을전구다마를끼워넣어깁고또기워백결선생의누더기만큼어지럽게기운양말에고무신을신고정강이까지빠지는산골길을가다보면신발과양말은금방젖고역시통증이오는것은차치하고,왜그리도신발은자꾸벗겨지던지….새끼를주워동여매보지만몇발작못가또벗겨지고….칼바람과눈보라에흠씬맞아절로눈물이나오기도했지만때론그고통이아프고서러워눈물을흘렸던시간이얼마였던가.

정말눈이그리도싫었는데….이제환상으로보이는것은내가그만큼연륜도쌓이고낭만들즐길만큼여유가생긴탓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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