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작업과이웃그리고NLL.
눈이오는걸끔찍이싫어한다.뭐이런소리하면눈좋아하는강아지한테물릴소리고또어린애들에게손가락질받을소린인줄안다.왜?눈이오면강아지와애들이제일좋아한다고하지않든가.
눈을싫어하게된동기를가만히생각해보니…아마도전방에서근무했던것이원인인듯하다.군대를다녀오신분들은기억나시겠지만,눈만오면끝도없이내리는눈속에서밤을꼴깍새면서제설작업을했던기억들이있으실것이다.솔직히그건무슨추억이고환상이고없다.그냥지긋지긋한상황일뿐이다.특히전방골짜기에근무한경험이있는경우엔더더욱.
지금사는곳은북한산줄기의산중턱이다.이를테면고지에산다.눈만오면운신을하기힘들다.제설작업을한다고열심히해도이웃이돕지를않으면아무짝에쓸데가없다.나는한다고열심히하는데이웃이꼼짝않으면한계가있는것이다.이곳으로이사오고첫겨울을맞았고또첫눈이내렸을때멋모르고하산을(물론내집근처는제설을깨끗하게했기에안심하고…)했다가올라오는길에얼마나고생을했는지,그이후로는눈만오면절대하산을않는다.이러한즉눈오는게어찌환상이고즐거움이겠는가.
그러나무엇보다이웃을잘만나야한다.지금사는집이골목의모퉁이에자리잡고있는관계로집은크지않은데담이무척길다.대충100m좌우된다.이길을이웃한인간들이하나도안나오고나와내식구들만눈을쓸다보면괜히부아가치민다.어떤놈은땀을빨빨흘리며제설작업해놓으면,길닦아놓으니똥장군이먼저지나간다는식으로차를끌고다니는걸보면약이오른다.최소한제집앞은좀쓸어야하는거아닌가?
오늘만해도그렇다.이제나저제나눈쓸기미가보이지않는다.늘목마른놈이샘파고성질급한놈이먼저삽질하는법이라결국먼저나서고말았다.시간반을그렇게쓸고퍼내고하면소리를듣고나올줄알았는데….아니다.
안되겠다.경계선을분명히하자!그래서내집대문과내집경계만칼로두부자르듯경계를그었다.그렇게경계를긋고나니안심이되고흐뭇해진다.이제야속이좀풀린다.그러고보니NLL이생각난다.가가호호일반가정집에도담이있고경계가있는데국경이없다는게말이되는가.고로NLL이있음으로속이풀리고흐뭇하지않을수없다.더욱이우리의주적임에랴…….아!그리고제발!내집앞은내가좀씁시다!!!!
그냥보기엔환상적이긴하다.제설작업하기전한방찍고…..
자!제설작업을시작해볼까.우선집안부터길을내고…
저꼬라지봐라!빗자루한번안대고벌써차가다녔다.무슨대학교교수라는작자의찬데…그래도이친구는교육자적양심이쪼끔은있는지,아주가끔씩은나오던데…작년부턴통보이질않고,
대신마누라가나오긴하던데요즘은그것도아예볼수가없다.
근데정말얄미운것은바로앞집작자들이다.차고가버젓이있음에도차고를창고로쓰고…..
저기아래보다시피골목에댄다.며칠전까지저자리가아비차자리였는데아비차가요즘안보인다.차가썩었던데…폐차를시켰나?그런데이놈의집구석사람들정말때려죽이고싶도록얄밉다.이곳으로이사온게6년이넘었는데한번도눈쓸때나오는걸못봤다.무슨무역회사사장집이라나뭐라나…씨~이바~저나나나나보따리장사하긴마찬가지면서…조따우로저러니아들놈40이넘었는데장가도못가고집구석에처박혀있지…오늘은너무얄미워서아주경계를만들어눈을쓸었다.
얄밉긴뺑덕이어멈네도마찬가지다.한7-8M되는지네집만싹쓸고들어간다.요렇게경계를만들기시작한건뺑덕네가먼저다.나는한번시작하면저기아래차한대있는곳까지쓸고내려가는대뺑덕네는꼭지네집앞만….하긴생전안나오는놈들도있는데,그기보다야그래도좀낫긴하다.암튼나도오늘경계를분명히했다.그래도가운데사람다닐수있도록저기아래까지계속약150M길은만들었다.내가…..
솔직히비록골목길이기는하지만100여M를혼자쓸려고하면정말약오르고힘든다.투덜거리는내입장십분이해좀해주시기를….
이상은매년겨울서울에서겪는실제상황이다.내가거짓말인가이곳에드나드시는’막일꾼(오렌지)’님께여쭤보면안다.원래이집은그분의것이었다.(이골목인심이그렇다는의미다.)아무튼그곳을벗어나이곳천등산박달재로이주했으니그후의상황은잘모르겠다.우리가그곳을떠난후아들며느리가지금대물림으로그렇게하고있을것이다.다른이에게싫은소리한마디않는착한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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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중학교입학시험을계기로환도했을때,서울의추위는아무리춥다고해도견딜만했다.우선많은건물들이칼바람을막아주었고정히급하면큰빌딩으로들어가잠시몸을녹였으며설령눈이와도제설차도있었고또버스를이용하여등하교를했으니크게추위를몰랐다.오히려그때의겨울엔한강이얼어붙으면중지도나밤섬쪽에서동계경기가열리는낭만(?)의시절이었기에눈에대한트라우마를치유하는계기가되었었다.
폭설이두렵지않으니이런여유도생긴다.
다치유된듯한트라우마가다시발작(?)을한것은군대에서였다.전방의겨울은주적인민군보다더악랄하고얄미운게바로눈이다.소시적의눈은칼바람과함께살을에는고문을했다면군대에서의눈은밤잠을재우지않는고문을했던것이다.요즘이야웬만한군용도로도잘포장정비가되어있어폭설이내리더라도이런저런장비가오가며제설작업을하고어지간하면염화칼슘을뿌리고하지만,나군복무시절엔그런게없었다.100%노동력에만의존했기때문이다.쓸고뒤돌아서면쌓이고다시쓸면또쌓이고제설작업(作業)이아니라작전(作戰)이었다.그어마어마하고지겨운작전이때론24시간아니며칠을계속하는경우가있었으니그러고도눈좋아할사람있으면,군대와는전혀무관한병역미필국회의원놈들일것이다.
이런날이올줄어찌알았겠는가?내가눈을두려워않다니…오래살고볼일이다.지붕위로군불때는연기가모락모락오르고…도원경이별걸까?
그러구러군대에서당한고문을잊고살아갈즈음,아이러니하게도가정적이나사회적으로나름안정기에접어들었다고생각할때또눈이경멸스러워지는것이다.아마운전을하고부터일것이다.내게철칙이있다면눈이내리면절대운전하지말자이다.그래도혹시모르니까동절기엔양쪽타이어에체인을걸수있는장치를하고스노체인을싣고다니지만30년이훨씬넘는운전경력에한번도장착해본적이없을뿐아니라당장폭설이내려비상상황이라도한번도해본경험이없으니어찌할바를모른다.그러나이보다더정신적외상증후군이발작하는계기가바로’제설작업과이웃그리고NLL.’과같은상황이벌어질때이다.징글징글했던도시의눈….’따뜻한남쪽나라’를위해사선을넘었던양반처럼,눈만내리면눈없는따뜻한남쪽으로도망치고싶었던그런때가있었다.
멀리천등산주봉도오늘따라더의연(?)해보인다.
그랬던내가이제눈에대한트라우마를완전히극복했을뿐아니라,그원수같았던눈을즐기고있는것이다.내집앞을쓸지않는다고누가뭐랄사람도없고,함박눈아니라그보다더한경우에라도쌀독에쌀만있다면…그래서"쌀은충분하지?"라며….가끔아내와농담을주고받는다.
나다니는길만쓸었다고누가뭐랄사람도없다.
서재창을통해서바라본천등산.환상이라고표현하기엔왠지모자람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