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귀빠진 날.
BY ss8000 ON 12. 22, 2014
어머님아버지왜나를버렸나요한도많은세상길에눈물만흘립니다
동서남북방방곡곡구름은흘러가도
생일없는어린넋은어디메가고향이요
어머님아버지왜말이없습니까
모진것이목숨이라그러나살겠어요
그리워라우리부모어디메계시온지
꿈에라도다시한번그얼굴을비춰주오~
이상은원로가수김용만선생의‘생일없는소년’이라는노래가사다.꼼꼼히따져보지않아도소년의입장이어떤것인지충분히안다.
매년음력으로11월1일은내가세상을향해고고지성을지른날이다.생일,솔직히생일이라는단어에둔감하다.굳이이날을기억해야할일은이런저런서류나룸펜생활할때이곳저곳이력서낼때그날을꼭기입해야하기때문일뿐.사실어릴적생일상을받은기억이없다.정말아주가끔우리어머니기분좋은날,다른군더더기없이오로지미역국을얻어먹은기억은있다.그런즉생일날에대한애틋함(?)이나존경심(?)같은게있을리가없다.다만그날이그날이라는기억할수있는것만으로다행으로알고‘생일없는소년’에비해내가얼마나행복한삶을영위하고있는지자긍심까지느끼는것이다.그런즉누군가가‘오늘이네생일이다’라고하기전엔아예염두조차도두지않고살았다.
아내는나와달리‘생일잘차려먹는사람이윤택한(?)한삶을산다.’는주장이다.뭐,윤택함이라는게꼭물질적인것만은아니다.그래서그랬던지생일상(?)을장가갔던첫해,그날아침아내로부터미역국을얻어먹고출근을했는데(사실미역국은먹었지만그후로는생일날이라는걸잊어먹은…)저녁퇴근을해보니,선물용넥타이(지금도보관하고있음)와소위생일케익이라는걸난생처음받아보고감동의눈물까지찔끔거렸던추억이있다.감동의맛을본그이후로뻑적찌근하지는않지만그래도꼭기념하는버릇이그때부터들었던건사실이지만,나는지금도이런걸꼭해야하나?하는회의론자다.수년전회갑때도조촐하게잔치를하자커니자식들이해외여행을다녀오라커니했지만‘이거뜰이누굴노인네취급하냐?’며호통으로잠재우고간단한외식으로대신했었다.그런즉생일날이라고호들갑을떨거나특별날게없는것이다.그런데요즘젊은애들은다른가보다.하긴우리때는보릿고개넘어가는것도큰행사요행운인데뭐…언감생심생일씩이나?
삼남매시집장가보내고또그아래식솔들이딸리니매년귀찮을정도로생일날을저희들이들고나온다.그러지말래도…‘생일이별거냐?’고…‘쓸데없는짓하지마라!’고하지만저희들이더난리를친다.정말허튼소리가아니라아침아내가끓여주는미역국이면,그것도고기따위는넣지않은순전한미역국이면족하고저녁에맥주한깡통씩따서‘건배!’그것으로족하다.정말로….진짜로…
금년에도그렇다.지난주말을기하여삼남매가저희식솔을데리고몽땅이곳으로오겠다는계획이서있는모양이다.아내와공개적으로전화를주고받는걸보고‘절대오지마라!너희들오면나성질낼꺼다’며엄포를놓았다.진심으로.그게통했는지아들과며느리는지난주말에저희끼리만내려와그래도그런게아니라고뵈러왔다며온김에봉투까지두고갔다.(오호!그아이들가고난뒤확인해보니조금보태면동남아정도는다녀올금액이다.금년콩농사지어200여만원적자났는데반은채울…)
아들며느리다녀가고딸아이둘과사위들은저희들도주말에내려오겠다는걸이곳에‘폭설이내렸으니절대오지마라!’다짐을받고대신‘우리가올라가마!’라고극구말렸는데,어제새벽깨어보니설상가상이아니라폭설위에또눈이잔뜩내렸다.“전화해!오늘이곳에또눈이많이내려못올라간다고…”아내는딸아이들에게이곳실상을얘기하며전화를한다.
그리고생일이고뭐고….그런데아침식사가끝나자마전화가울린다.‘오잉!며느리다.’,“그래!숙영아!어쩐일이냐?”하는데,며느리의목소리는들리지않고‘생일축하합니다.생일축하…’생일song이들려온다.친손녀‘예솔’이다.그리고발음도부정확한축하노래를다부르자마“하야버지!생신축하드려요!”장가간첫해에아내가차려준생일상이후가장감동을먹은생일날이다.“예솔아!엄마바꿔라!”그리고며느리에게고맙다는인사를진심을담아했다.그런데잠시후아들과큰사위가또전화가온다.물론….
“진이엄마!볼펜이랑종이좀가져와!”,“뭣하게요?”,“아~!그냥가져와봐!”엉뚱한나의요구에아내는그것들을준비해온다.“명단적어!”,“웬명단?”,“아!잔말말고적으라니까,오진이,오선이,박종관(둘째사위),강은비(제일큰외손녀),박수아그리고박주아(쌍둥이외손녀)”그렇게명단이작성되자“맨아래생일축하전화안한애들…”이라고적어.순간아내는뒤집어진다.
10분쯤지났나?작은딸아이가전화온다.“아빠!죄송해요!전화막드리려했는데…”,“알았다.뭐,그럴수도있는거지…그런데숙영이는지난번에와서뭔봉투를주고가더라!”,“아이고!아빠!저희도많은건아니지만준비해뒀슈!”,“오!그래!?”그리고작은사위의인사와보너스로쌍둥이의축하song도….얼마지않아큰딸아이가또….큰딸아이역시현금봉투는잘보관하고있겠다며사랑하는‘은비’의축하노래까지.
엊저녁잠자리들기전“진이엄마!그명단다지워!”
고하노니,귀농.귀촌을두려워말라!
농사를짓다가적자가나면이렇게메우는방법도있나니…..
귀빠진날을기억하고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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