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대동 곗날의 풍경(1부)
아마도초등학교2-3학년쯤일것이다.당시는비단우리집만그런것은아니었을것이다.소위보릿고개를쳐다보면,어린나이에도까마득했던그런시절이다.한양샌님(남산골딸깍발이)이신아버지는전쟁이끝났지만아직환도를못하시고,내가다니든학교와담을같이하는피난지의읍사무소임시직으로계셨는데,당시월급이900환(두분을포함슬하의4남매와(내아래세동생은환도한뒤그래도형편이좀나아진후에만들어내셨다)여섯식구가단간방에살든어느날새벽,돈때문에어머니와두분이다투는소리에깨어숨죽이고들었고,그900환이라는금액이어느정도인지도모르고지금이시각까지머릿속에각인되어있다.)이라는걸정확히기억하고있다.

설상가설(雪上加雪)내린눈위에또눈이내린….며칠전의사진이다.금년은눈이좀심하다싶을만치내린다.그래도싫지않다.

625동란의폭격으로다리한쪽을잃은나보다일곱살많은형님은제하고,위로광복의기념으로세상에태어난큰누나두살터울의작은누나가있었지만,비록어려도사나이라는이름아래문밖의잔심부름은내가도맡아했었다.그런즉쌀독(정확하게는쌀이라기보다는그냥곡식이다)에거미줄이처질쯤이면어머니는내게,맡겨놓은것없건만흥부가놀부집으로양식얻으러가듯5리는족히될단골(?)싸전으로외상쌀(봉지)을구해오라며심부름을보내곤했었다.

산골엔아무리눈이쌓여도크게걱정을않는다.과속하지도…끼어들기도없으니교통사고같은건없다.세월아!네월아!미끄러지듯천천히다니면되니까.그래서산골의겨울눈이싫거나지겹지않다.

아무리천방지축철없는나이지만얼마나쪽이팔리는지싸전에도착하기전골목길코너에서마치도둑질하러온놈처럼가게안의동정을살피고주인양반혼자(다른손님이나누군가가있으면더쪽팔리는게두려워…)있는것을확인한연후에야게걸음으로주춤거리며엉덩이부터들이밀고“저~어!아저씨!(사장님이라는단어를모를때…)….엄마가쌀(또는보리)한봉지가져오라는데요~!”지금생각해보면맡겨놓은것인양터무니없이‘가져오라는데요!’라고하면,떨떠름한얼굴을하고쌀(보리)봉지를건네주시던싸전가게주인양반이생각난다.(주:그래도우리아버지어머니계산이정확했기에떨떠름했지만외상양식을줄때거절한번안당했을것이다.예나지금이나신용만있으면살아갈수있다.신용꼭지키자!)

마을회관공터에서있는등산로안내판.아주언덕배기에사시는양반들차가못올라가면공터에주차하고….

아무튼900환사태(?)가벌어진얼마뒤,우리는읍내에서십여리떨어진산골마을로이주를하였고(물론아버지는900환짜리임시직을과감히때려치우셨다),꽃피고새우는봄날그곳에서벌어진‘구장선거(지금은이장으로호칭하지만그때는‘구장’이라고했다)’에출마를하셨는데,지금생각해도그것은이란격석(以卵擊石)이나진배없었다.피란을하신양반이정치적동지가있었겠는가아니면계파가있었겠는가?결과론이지만한마디로무모한도전이셨던것이다.

지난해지은콩농사.그런데콩값이너무똥값이라도저히팔수가없다.

그런데생각해보면아버지의무모함은단순한오기나욕심이아닌900환으로는식솔을먹여살릴방법이없었기에어찌할수없는용기이자과감한도전이셨던것이다.당시기억으로구장의1년세비(?)가나락(벼)대여섯섬으로,그정도면여섯식구1년식량은되었을것이라는추측을해보며,정치기반이라고는전혀없는곳에서비록임시직일지언정읍사무소직원경력의프리미엄을안고다섯표이내로선전하며낙선되셨던걸기억한다.각설하고…

그래서궁여지책으로마누라와둘이서메주를만들기로했다.콩다섯가마말이그렇지…이놈들모두를메주를쑤느라정말죽는줄알았다.녹초가되었다.지금도온삭신이쑤시고…아직도한가마의콩이남았는데다음주월요일부터마저하자고…마누라는이늙은놈을빡세게돌린다.아!우리마누라저리독한줄요즘알았네.사실일주일여이곳에못나온것도순전히메주탓이다.

“뭐라고?그말도안되는소리…그건안돼!”(솔직히마을부녀회장직도그다지반기는입장이아닌데…)

“꼭반대한다면안하지뭐…”

“됐어!이번에마을부녀회장도그만둬!”

“알았어!그렇지않아도임기가끝이고그만두려고했어!”

우리마누라월요일부터메주쑤려면체력을단련해야한다고눈내린천등산을단련장으로….나보다열심히오르는마누라.

삼각대바쳐놓고여심히찍었건만….우리마누라주특기사진찍을때눈감기.발목까지빠지는산길을4k오르니더는못가겠다.중턱에서기념하고하산.(어제찍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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