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성공한 인생(2부)
어머니는10여년간치매를앓다가돌아가셨다.치매로인한어머니의정신줄이거의달아난6-7년차에아버지는폐암말기선고를받으셨는데,반년을넘기기힘들다는의사의판정은정확했다.일종의선고가있은5개월뒤아버지는돌아가셨다.무엇을예감하셨을까?걱정.연민.회한아니면속죄(?)같은게뒤섞인것일까?눈감으시기수일전까지"내가먼저가면안되는데….니어미보내고가야하는데…."노래를부르셨다.어쩌면자식들을믿을수없다는(혹시라도고려장이나학대같은..)생각이드셨는지도모를일이다.아니한말로제대로눈도못감고돌아가실뻔했지만그나마패륜아버금가는나의기지(?)로그런불행한일은일어나지않았다.

비록치매이라도낭군님누워계신장례식장에어머니를모셨지만그죽음이누군지?아버지라고설명을해드려도알턱도알려고도않고식장에드나드는음식에더관심을쏟고욕심을부리신다.그런즉서방님을위해울고말고조차도없었다.그후햇수로5년을더사셨지만어머니역시아내의죽음을슬퍼할낭군이없기는마찬가지였다.어쩌면두분의불행이자운명같은것이다.60여년을해로(?)하다가마지막이별할때서로를위해울어줄수없다니…..

참,이상도하지.아버지어머니돌아가시며두분의장례를치르는동안눈물한방울나오지않았다.오죽했으면당숙어른“상주들곡이라도좀해라!”며짜증을다내시드만.(당숙어른아마도속으로천하의불상놈들이라고욕을하셨을게다.)그런데나만그런게아니었다.7남매누구도눈물흘리는걸보지못했다.거짓말같지만유일하게눈물을흘린사람은내아내뿐이었다.심지어많진않았지만전유산을상속해간막내동생놈도그배필되는여자(계수씨)조차도눈물흘리는걸못보았다.(혹시독자분들의오해가있으실것같아사족을답니다.막내가유산을몽땅상속한것은약간의질환이있어그아이의장래를위해형제들의합의하에한것이지절대아버지의일방적행사는아니었음.)

도대체뭐지?그렇다고자식들에게패악을부린못된폭력가장이나부모님도아니신데,또고등학교를다섯군데옮겨다닐만큼불량청소년이었던나를제하고는부모님께고분고분했던자식들이었던것같은데어떻게울지를않지?너무슬퍼속으로울었을까?아니야!그랬다면그건새빨간거짓말이다.

사실아버지는오래전부터숨겨둔여인이있었다.뭐대놓고바람을피우고두집살림(그럴능력도없으심)을하고그런사이는아닌듯했다.글쎄?플라토닉러브?그렇게까지순수하거나차원(?)높았던것도아닌듯했다.가끔씩터지는어머니의질투(?)와악다구니에“그런게아니래도…니엄마왜저러니?(그런걸자식들한테물어보면어쩝니까?아버지가더잘아시면서…라고속으로항명까지했다)참내가미치고팔짝뛰겠다.”라는아버지의변명이있었지만,아무튼정신이있는동안의어머니는그녀때문에쓰트레스(스트레스보다한급높은…)도받고신경을많이쓰신것같았다.치매속에도가끔그녀가생각이났는지“빌어처먹을년어디붙어먹을데가없어서….찢어죽일년!”고통의세월을보내는듯했다.그래서그랬던지아버지의절대그런게아니라는변명과다르게엄마의치매는일정부분아버지의숨겨둔여인에기인한것이라고지금도가끔우리자식들은입을놀리긴한다.

아버지돌아가시기두주전이든가?내가참힘이많이들었다.간병인은싫다고자식들중에누군가가간병을해달라는마지막말씀을거역할수없어7남매가의논을했지만영광스럽게도결국나와아내가당첨될수밖에없었다.그러나아내가하루에몇차례씩거두어야하는기저귀와특히뒤처리로닦아드려야하는과정은더더욱힘이든다고하소연해올때모른척할수없어잠시귀국을했던것이다.결국명색해외에사업체를차려놓고노심초사하는내가사업은뒷전으로하고달포를간병을해드리는수밖에없을때나는오히려아버지의만수무강을빌기보다는‘아버지!저좀도와주세요!제발요!’라고마음으로기도했던것을다시한번솔직히고백해본다.그러든어느날문득아버지의숨겨둔여인이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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