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빡세게일을하고있는데웬차가한대대문앞에서드니한참을나의서툰경작솜씨를한심한듯바라본다.그리고얼마후멀끔하게생긴중년의사나이가내리더니거침없이나의문전옥답으로들어온다.“뉘시온지..?”,“아!네~!신임면장입니다.”얼마전면장님이취임이있었다는소문은들었지만…“아이고!고을사또님께서어인일로….행차하셨습니까?”(진짜그렇게표현했다.)농번기라면장이나름민정시찰을나온것인가보다.“아이고!초면이지만반갑습니다.”뭐,어쩌구저쩌구….수인사를닦은뒤아니드시겠다는양반을차한잔하자며집으로모셨다.제천시농촌진흥연구소에서이번우리면의면장님으로부임했는데영농에대해해박한지식을가지고있다.약한시간가까이할애를해주며많은조언을아끼지않고하고돌아갔다.대저보통의공무원들이탁상행정만하는데그양반그래도직접홀로민정(농정)시찰을나왔으니저런목민관만있으면얼마나좋을까.우리면장님의앞길에행운과함께고속승진을하여보다큰일하기를진심으로기원해본다.우리면장님만세다!!!!각설하고….
브로클리
우리마누라일을잘했는지…암튼뒷짐지고검열까지한다.이런즉요령은아예못핀다.
무엇보다안방마님이저렇게솔선수범을하시니마당쇠가아니따라할수가없다.
어제도잠시언급했지만요즘온몸이쑤시도록일을하고있다.그게100%자의(自意)에의한것이면불만이있을턱이없지만타의(他意)가반섞여있으니더고통스럽고힘이드는것이다.즉마누라의시위앞에어쩔수없이노력동원을당하는꼴에뿔이돋는것이다.
나는봄만되면그리고배꽃만피면이조년선생이생각난다.
이화(梨花)에월백(月白)하고은한이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자규야알랴마는
다정도병인양하여잠못들어하노라.
순백의배꽃처럼화사하면서수줍은꽃이있을까?배꽃을보면지고지순이라는단어가떠오른다.
복사꽃은왠지농염한기분이든다.남심을유혹하는아리따운여자라고나할까?
싸리꽃?뭐,꽃이름이중요한건아니잖아?암튼이놈도시나브로화사하게피었다.
꽃잔디사이로올라오는머위다.산골에사는혜택중하나는저런천연(자연)식품이널려있다는사실이다.
마누라는강제로‘님아!이거하오,님아!저거하오.’하지않는다.먼저새벽밥먹여놓고설거지도하는둥마는둥실기메니없어져버린다.창밖을내다보면밭에꼼지락거리고있다.지난주만하더라도‘인간극장’은보여주더니만이번주일은그것마저도없이그냥없어져버린다.혼자서그거라도보고나가려생각해보지만그만좌불안석이다.결국눈치없이혼자서볼염치나강단이내게는없다.또그런인간적인휴먼다큐를혼자서보면재미도없다.양볼에까지도않는밤알을물고뒤꼭지로는보이지않는도깨비뿔을달고어쩔수없이대열(?)에합류해야한다.
이게모두안방마님의지시로끝낸어제의노력동원이다.
이런고난의행군을할때면차라리봄이안왔으면….염원할때도있다.그러나아무리손가락의지문이없어지고장심의손금이문드러지도록빌어도이런소원을들어줄그분이아니시기에고분고분따라나갈수밖에없는것이다.
황무지로몇년썩히던곳을이봄에개간했다.무억을심을지는마님의생각에달렸다.
어제도도라지와더덕만심는줄알았고,그것만끝나면자유시간을줄줄알았다.그러나웬걸…일거리가줄줄이알사탕이다.솔직하게자의가되었든타의가되었든또그게반반이섞여있든….어차피앞으로자급자족을위한고행의길인데크게불만은없고오히려몇개월어떤것은몇년뒤의수확을생각하면즐겁기까지하다.그러나정말안타까운것은…….
마누라는이미어느밭에무엇을심을지계획을세웠다.그리고흐뭇한마음으로우리면면장님처럼농토를순시하고있다.저모습에나는벌써치(?)를떨고있다.오!주여!이가을까지무사케하소서!
어쨌든금년에정말농사가잘되어북구크루즈여행을가야하는데…내가마누라의명령에도꼼짝없이협조하는게다그거때문인데….
하루종일육체의고통속에일을마치고들어오면만사가귀찮다.사실지난3월부터산골의적적함을달래보겠다고시작한‘색소폰교습’이이번달엔한번도못나갔다.월초에교습비10여만원을내고이달엔한번도못나갔으니이런원통하고안타까운일이또있을까.선생님을뵙지못하는대신집에서연습을좀해보려해도그것마저힘들다.파킨스씨병이라도걸린것처럼도대체손발이떨려악기잡을힘도없다.누가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말을만들었는지모르지만글마그거제대로일은않고요령만피운놈이틀림없다.아니면게으른마누라와살고있던지…..
요즘우리집의식탁은그야말로자연식이다.돈주고산것이없다.모두공짜로…아니노력의댓가다.힘은들지만조금만움직이면이런천연식재료가넘친다.이또한산골에사는보람찬혜택이다.이것들로밥한그릇을싹비웠다.
좀과장된표현이지만천등산자락의봄날은이렇게가고있다.
색소폰배울시간이없다.우리선생님내사정을아시고다음주이틀간개인교습을해주시겠단다.
고마운우리선생님!
덧붙임,
현재시각5:52분.
이미동창이밝았다.
또노고지리우는소리도들리는듯하다.
벌써마누라는아침식사준비를하고있는모양이다.
막일꾼선배님말씀대로재너머사래긴밭갈생각을하니….
기분이좋다.허~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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