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아내의 힘(1부)
무심코달력을본다.아무리세월이유수라지만농사일에여념이없다보니계절의여왕5월의끝이내일모레다.뭔가하느라고열심히했지만몸만고달플뿐뚜렷한결실이안보인다.하루가지나면‘다음날은뭘해야하나?’걱정이앞선다.짓지도못하는농사괜히마누라앞에서‘금년부턴농사제대로한번지어볼테야!’라고호언했던게후회도되고,이게원인인지괜히짜증비스무리한게돋는다.이런게스트레슨가?그러고보니입안도깔깔한게밥맛도없다.

그동안나름참많은일을했다.뼈빠지게….

월전어떤산골일기를올렸는데존경하는필명‘막일꾼’선배님께서댓글을달아주신게있다.그댓글을잠시소개해드려야겠다.

(그러니까10년전쯤내블로그에올린글이생각나여기로옮겨봅니다.
재미로읽어보시라고.ㅎㅎ)

제목:<힘쓰는아내>
시골서살때이층에서아랫층으로내려와보면
어느새소파며티테이블이위치가바뀌어져있곤했다.
나를부르지도않고집사람이혼자서힘을쓴것이다.

그티테이블은원목통나무로된것으로꽤무겁고
소파도몇십년은된것으로혼자서옮기기에는벅찬것인데도
집사람은혼자서그것들을거뜬히옮긴것이다.

그때부터다.
집사람은툭하면힘을쓴다.
가구며장농이며를뚝하면자리를이리저리옮겨놓기일쑤다.
"와날부르지않앗노?"하면
"혼자서도할수잇는데뭐"이런다.

여기대처로이사와서도마찬가지다.
거실이며안방이며뭘걸기위해망치들고공구리못치는건예사다.
어제는내가집을비운새우편주문한책장이오자혼자서터억조립해놓앗다.

오늘도조금전아침부터내방에서망치를찾아들고나간다.
-봐라봐라또뭘할라꼬?!
-뭐걸게있어서.
-내가해줄께.
-괜찮소,혼자서할수잇는데뭐.
-손다친다아.
-하이고오,차암.못하나치는건데…

마누라가힘을쓰기시작하면냄편은기가죽기시작하는벱이다.
뇨자가나이들면남성호르몬인지뭔지요상한물질이펑펑나와서
그렇게라도가끔힘을소진하지않으면대신냄편을두들겨팬다는말도오데서듣기는들엇다.
이거갈수록태산이다.ㅋㅋ

어쩌면….어쩌면저리도똑같을까?‘막일꾼’선배님글내용을찬찬히훑어보면대한민국의낭자군아니아짐씨들이모다이렇지않을까?왈,아줌마의힘.

언제부터아내로부터그런힘이생겼는지또언제부터그런식의힘을쓰고대형냉장고나소파그리고이런저런가구가옮겨다녔는지기억은없다.가끔외출이나볼일을보고귀가해보면집안이가구들의위치가바뀌어있다.

힘들게영농(?)을하다가구슬땀을식히며그늘아래서마시는맥주맛은또별미다.

이맛에농사짓는다니까.

놀랍기도하고경이롭기도(그말이그말인가?)했지만,회를거듭할수록은근히불편하다.그도그럴것이아무리역발산의기개세라지만그래도여자의힘이란게한계는있는법.그한계를벗어나는것은나의조력이필요하다.그런데나자신은아내의힘씀에부화뇌동하고싶지않은게기본태도이다.‘이것좀..저것좀..도와주오!’하면‘아~씨~~!제발좀그냥두고살자!’뭐,한마디로귀차니즘의표본이다.나의이런귀차니즘의발로(發露)때문에티격태격국지전(?)이벌어지기도때론그국지전이완전히‘사랑과전쟁’으로번지는경우도왕왕있다.

이른봄에심었던불루베리도제법많은열매도맺었고….

백철쭉과황철쭉도5월의끝자락을구가하고있다.

그날도뙤약볕아래구슬땀을흘리며영농(?)을하다가들어와보니내가도와주어도힘들대형김치냉장고와식탁이보조주방(하절기에는이곳에서식생활을주로한다)으로옮겨져있고아직도아내는그뒤처리를하며나를보며회심의미소를짓는다.마치‘당신아니라도내혼자얼마든지할수있어…’하는표정으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