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아내의 힘(3부)
정말아무생각없이입에맞지않아해본소린대,아내는온갖인상을구겨서마치반찬투정하는자식에게소리지르듯“그냥좀먹으면안돼요?”란다.그런아내의반응에나역시그러려니했으면좋을걸,구겨진아내의표정이결코곱지않았고그만폭발한다.“뭬야!?그냥먹으면안되냐고?그냥먹지데쳐먹고볶아먹나?그리고내가분명히얘기했지?내입맛이달라졌을수도있을거라고.나는입맛달라진거도얘기못하나?너(사실‘너’라는호칭은웬만큼화가안나면잘써먹지않는다.따라서이런경우주체할수없을만큼뚜껑이활짝열린때다.)도아침에봤지?어떤X(괜히애꿎은분에게화풀이했다.죄송하다.)은제서방암에걸리자지극정성으로온갖식이요법으로간호하여살려놓고그시절을생각하며눈물까지흘리던데,내가고기를좋아하나생선을좋아하나즐기는건오로지풀종류밖에없는데그거하나도간을못맞추나?”이미모든뚜껑이완전히열려김정은이가현영철을쏴죽였다는무슨속사포처럼쏘아댔는데,,,,옴마!적반하장.거두절미.일언지하“아이고!고기랑생선안먹는걸무슨자랑이라고…그게난더어렵다고!”암에걸린남편과자상한부인의미담은송두리채빠지고나의가장큰약점을파고든다.

주방의대형냉장고도,,,

아침TV에서보았던일편단심.일부종사.낙화유수같았던부부애를상기시켜이참에호되게몰아붙여기를좀꺾어놓겠다고시작한게이쯤하면할말이없다.솔직히생각같아선식탁이라도번쩍들어패대기를치고싶지만이젠그럴힘도내겐없다.그리고뭐,자랑은아니지만지금껏살아오며자식을포함해가정폭력을행사해본적은없다.거두절미“아이고!고기랑생선안먹는걸무슨자랑이라고…”이한마디가폐부를찌르며나는깊은내상을입고만다.자칫더버티면버틸수록내상이깊어짐을나는안다.애꿎은젓가락만개수통으로날리고상처치료를위한운기조식에들어간다.

보조주방의김치냉장고도식탁(식탁이건정말한꺼번에옮길수없어해체를해야한다.그리고판의무게가둘이들어도버겁다.그럼에도아내는어떡하든옮긴다.)도…

서재로돌아와상처만큼이나깊은생각에잠긴다.사실그랬다.나역시위암판정을받고당장수술을해야한다는연락을받았을때,아내는냉정할정도로당당했고무심할정도로침착했었다.그때나는속으로‘저여편네가저리냉정하고무심한걸보니나죽으면내무덤의봉분에잔디돋기전아니면뼈가루가진토도되기전,딴놈이랑…???’하며눈길을보낼만큼의심스러운부분이있었다.그래서나는악착같이살아야된다고어떻게든위암을극복해야한다고다짐에다짐을했었고또그렇게처절한투쟁끝에암을극복을했던것이다.

이소파의무게야말로힘좀쓰는남정네둘이도버겁다.이놈도가로로놓였다가다시세로로놓여지기도한다.그탓에거실바닥에스크레치가많이났다.

솔직히가방끈이짧은탓에이런부분을좀더아름답게아니면적절한미사여구가생각나지않지만아내는내게항상충격요법을쓰며보다강인한나를만들었던것같다.내가슬퍼할때눈물을흘리지도않았고,내가나자신을억제치못하고소란할때오히려냉정을요구했고,정말힘들어할때위로보다는‘사나이가그까짓걸…’하는식으로지청구를해대며강해지기를요구했던것이다.생각해보면대형냉장고가,소파가,식탁등이런저런혼자서는도저히들수없는가구들이가뿐히또는거침없이제갈길(?)을오가는그근저(根底)에는사나이대장부의마음을쥐락펴락하는여장부의또다른힘이아니고무엇이겠는가.

정작‘아내의힘’은바퀴달린요놈과홋이불이나대형타올한장이면삼손의머리카락같은힘이된단다.

누군가는‘여우와는살아도곰하고는못산다.’고한다.때론미련곰탱이같은아내지만어쩌면아니확실히이나마나와내가정이존속하는건우락부락하지않으면서도힘이장사인아내덕이다.그런아내가제마음에들도록가구를이리저리재배치하는것을,그것때문에점심이좀늦었다고괜히심술을부린내가쪼잔한놈이지….계절의여왕5월이너무뜨겁다.정성을다해심어둔농작물이타들어갈듯한다.비가좀와야할텐데…..기우제를대신한푸닥거리가되었다.나만꼬리내리면만사가형통한다니까.

결혼생활40년되도록‘여보’라는호칭을써보지못했다.이자리를빌어쑥스럽게해본다.‘천하장사우리여보~!사랑해!^,^;;;’(사실아내는인터넷도블로그도취미가없어내썰을보지도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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