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효자 또는 개차반은 만들어지는 것.(1부)
BY ss8000 ON 6. 23, 2015
언제부터완전한(?)잡곡밥을먹기시작했는지모르겠다.3년?4년?뭐,그이전이라도가끔씩무슨특별식이라도먹는것처럼아주가끔잡곡밥을해먹기는했다.그런데기억은잘안나지만언제부터인지현미에이런저런잡곡을섞은100%잡곡밥을먹고있는것이다.잡곡밥에대한거부감이전혀없었던것은아니다.어릴적소원이하얀이밥좀먹어보는것이었다.남들은시커먼보리밥도못먹어보릿고개넘는것조차도힘들다고하지만그건그쪽사정이고….오죽했으면하얀쌀밥먹는게소원이었을까.
잡곡밥을먹게된동기는필시몸에좋다거나건강에유익하다는영양학자나무슨전문가들이라는사람들의입에서나온것일게고그래서몇년씩이나아무불평과불만없이잘먹어온것인데근간들어그놈의밥알이입안에서까끌거리거나오돌거리는느낌을준다.3년?4년?동안먹어온잡곡밥덕분에얼마나건강이좋아졌는지모르지만,입안과목구멍으로넘어가는촉감이별로인것을보면하얀쌀밥이무슨독약도아니고정작내입에땅기는것을먹어야건강도유지할것아닐까,하여그젠가?아내더러무심결에“아!하얀쌀밥이그립다”라고했더니만,과연어제아침엔오랜만에고슬고슬하고윤기가자르르흐르는하얀쌀밥이올라왔다.
한술떠서입안에넣고음미하는데,,,사실그동안수십어쩌면기백번은외식을했을터인데그외식을통하여먹었던쌀밥과는확연히다른,어떤광고멘트처럼‘어떻게말로표현할방뻡이없는…’달착지근하고향긋한맛이나며‘음~!그래이맛이야!’라는감탄사가절로난다.두어술떴나?정말…갑자기어릴적기억이스멀스멀기어나온다.
대개의초가집이그러하듯부엌으로통하는여닫이문이하나씩은있고,그문을열면대소가마솥이걸려있는부엌의전경을볼수있다.시커먼보리밥외에는주전부리가귀하던시절이니밥때만되면배꼽시계가정확히작동을한다.기왕삶아놓은보리쌀을한소끔끓이고다시뜸을들일때의그냄새가오장육부를자극한다.잠시후무쇠솥뚜껑열리는소리가귀에거슬릴때면나는그여닫이를열고엄마의밥푸는모습을참관한다.
김이무럭무럭피어오르는시커먼보리밥한가운데엔언제나꿈에도소원인하얀이밥이자리하고있었다.엄마는그쌀밥을딱두그릇푼다.물론할아버지와아버지몫이다.그기까진늘그렇게해온터이라불만이없는데두그릇의밥을푸고남은…그래도쌀알이얼마라도붙은밥쪽을내몫으로퍼주셨으면좋으련만,야속하게도엄마는훌섞어버리는것이었다.온전한이밥도아닌쌀알몇개라도먹고싶었던어린마음이야속함을넘어원망스럽기조차했던것이다.
그런데더기가막하는것은,짠지나장물(간장)또는장아찌뿐인개다리상을3대가이마를맞대고식사를하는데할아버지와아버지의주발(사발)엔하얀쌀밥이고어린손자(아들)밥그릇은시커먼보리밥이담겨있으니끼니때마다차라리내겐고역이나다름없었다.그런데두양반그하얀쌀밥을남기는적이없었다.참,죄받을소리지만그때할아버지와아버지가배탈이나나셨으면….하고빌었던적도있었지만두분이배탈나셔서쌀밥을대신먹었던기억은전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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