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제안(1부)
3:26,3:31,2:54,3:18,2:48…

더있지만여기까지만기억해내기로했습니다.

“내…이..씨…오늘은꼭따질거야!!!”

지난주는어린이집방학이라며쌍둥이가한열흘묵고갔었답니다.늘그러하지만쌍둥이가출현하면저는침실을내주고서재에서간이침대를이용합니다

요즘은아시다시피염천지절입니다.아무리뜨거워도이런산골의새벽은한기가들어홑이불한장은있어야하지만,한낮의열기때문에창문을몽땅열어놓고자야합니다.참고로제가생긴것은우락부락우렁쇙이닮았어도바스락소리에도잠을깰정도로촉이좀예민합니다.쌍둥이가이곳에내려오던첫날이었습니다.한참을자는데새벽공기를가르는비명소리가…..

비명소리에놀라깨긴했는데도대체그소리는뭘까?산골이다보니이런저런짐승의울부짖음이가끔들려오긴하지만,저의잠을깨운비명(?)은딱히무슨짐승소리라기보다는기계음같기도.그런데이한밤에기계음이들릴리만무하고…찰라적으로온갖공상과유추를하는순간바로그때‘으~악,아~악$%^*#@’아무튼알아들을수없는단말마의비명이간헐적이아닌거의주기적으로들려오는것이었습니다.

분명한것은모르겠지만월하의공동묘지에서들려오는귀신의울음소리같기도,사람이금방숨넘어가는것같기도…그기까지생각하자갑자기제스스로숨이턱막혀오는것이었습니다.아이고!이거일났네….그리고저는반사적으로잠자리에서용수철처럼튀어올라급히옷을걸치고머리에헤드램프를두르고손전등까지덤으로들고밖으로나왔습니다.

사실저는겁이정말많은놈입니다.낼모레70이다되가는놈이아직도귀신이니도깨비니하는생각을하면머리끝이주뼛거립니다.그럼에도제가월하의공동묘지에서나오는귀신의울음소리에도행장을차리고밖으로나온것은….

사실지난5월하순,비어있는아래채에형제누구나함께정붙이고살자며수년간노력끝에먼저큰누나내외가이주를해왔습니다.두양반다몹쓸암을안고불편한몸이되어서야이주를해온것입니다.저를밖으로내몬것은바로두양반의병세였습니다.‘아이고!이거일하나치르는구나!두양반중누군가때가된모양이다.’그생각을하니월하의공동묘지귀신도무섭지않았습니다.내친족하나가잘못되면,귀신이또하나생긴다면어쩌지?하는생각에두려움같은건이미없습니다.

농기구있는곳으로가자루가튼실한낫하나를잡아들었습니다.그리고조심스레아래채로향했습니다.과연가는동안에도귀신의울음소리같은정체불명의단말마는계속되었습니다.먼저매형방쪽을살폈습니다.아닙니다.좀더내려가누나방쪽으로귀를기울이는순간‘으~악,아~악$%^*#@’아무튼알아들을수없는단말마의비명이들려오는것이었습니다.동네가떠가갈정도로“누나!뭐야?괜찮아!?”를외쳤습니다.그러자누나의방에서아까의그런외마디보다훨씬작은소리로“응!?누구야!왜?”,“나병규야!도대체무슨일이야!?”,“으~응..기도하는중이야!”,이런염병할!(순전히속으로뇌인겁니다)“에이~씨…별스럽게….난또…누구죽는줄알았네..씨~!”안도의숨을내쉬었지만정말화가났습니다마는어쩌겠습니까.

저그렇게쪼잔한놈아닙니다.하루저녁잠못잤다고누나한테항의하고성질내고그런놈은아닙니다.

3:26,3:31,2:54,3:18,2:48…아침에이런암호같은숫자를표시했습니다.우리누나기도소리에매일잠을깬시간입니다.첫날은시간을체크하지못했습니다.아마위의그시간대일것입니다.“내…이..씨…오늘은꼭따질거야!!!”다짐(?)을했지만아침이밝아오고누나의얼굴을봐도차마따지거나항의를할수없었습니다.아니그런생각조차할수가없었습니다.기도는누나의신념이자믿음입니다.믿음깊은사람이기도속에서‘방언(아직도이해를못하지만)’을한답니다.

누나의병세에수술을하라는의사도있고좀더지켜보자는의사도있는모양입니다.그런데누구의말도듣지않고누나는기도의힘으로버티겠답니다.정말웃긴다고생각했는데그기도가통했는지석달째병원을다녀오며암부위가좋아졌다고합니다.본인이그러니믿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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