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보장기에 엉겨 붙는 천둥벌거숭이
BY ss8000 ON 11. 1, 2015
지금은바둑을둔지오래됐지만20대때막바둑을좀뒀었다.(실력이있다는게아니라시간을때웠다’killingtime’는얘기)체계적으로배운바둑이아니고가끔기보를보기도,종이신문에나왔던묘수풀이를해가며스스로익힌(익혔다고하기에도부끄러운)실력이다.어떤잡기든처음배우면심신이근질거리기마련….잠을자려고누우면천장이바둑판이되기도혼란(?)스런그런때실력이나와비슷한친구놈이있는데서로집안을오가며심취하다보면꼬박날밤을세는경우도여러날있었다.워낙실력이엇비슷하니각자의컨디션에따라승패가많이결정났다.문제는놈이나나나지면집에못가는거다.‘야!한판더…’지는놈이밤새도록외치는구호였다.눈알이토끼눈되고먼동이터서야다음을기약하고아쉬운판을접곤했었다.이제하는얘기지만판판이지면아무리친구라도바둑판으로대갈통을갈기고싶을때가있었다.어떨땐살살약까지올려가며(물론나도마찬가지이지만…)그럴땐디지게패고싶기까지.이런거여러분께서도경험있을껄요?????
역발산기개세항우가있었다면원조는따로있었다.춘추시대宋나라송민공(宋民公)아래남궁장만(南宮長萬)이라는장수가그였다.두사람은어릴때함께자라궁궐도무시로드나들고어깨동무를할정도로허물이없는사이였다.언젠가제나라와노나라가전쟁이났을때제나라의원조요청으로송민공은제일가는장수인남국장만을파병했지만운수가사나웠던지남궁장만은노나라에포로가되고말았다.그후제나라와노나라는평화협정을체결하고남궁장만역시자신의나라인송나라로송환이된것이다.
남궁장만이송환된다음송민공은남궁장만을놀려대기시작했다.말끝마다‘포로된자가부끄럽지도않느냐?’는식으로….사실송민공의이놀림은악의는없었던것이다.그러나매번듣는남궁장만은부끄럽고쪽팔리며몸둘바를몰라했는데,송민공은이런남궁장만의모습이더재미있었던것이다.송민공은박보장기급에속할만치장기에일가견이있었다.남궁장만역시장기라면누구에게지지않을실력의소유자였지만송민공의그것에는한수아래였다.두사람이하루는대궐에서지는사람이벌주를큰말술로한잔씩하는조건을달고장기시합을벌이기로했다.내리세판을송민공이이겼고남궁장만은약속에따라벌주를세말이나마신터이다.이미취기도오르고몸도가누기힘들었지만,오기가발동하여한판만더두자고송민공에게졸랐다.그러자송민공은‘포로되었던자가감히또덤비겠느뇨?’라며놀려대기시작한다.술도취하고이성도잃어버린남국장만은일순간분기탱천하며수십근나가는장기판을들어송민공의면상을향해집어던짐과동시송민공의얼굴에무쇠같은주먹을두어차례날리자송민공은허연뇌수를쏟아내며뻗고말았던것이다.
며칠전某지상파TV에한때이나라반상의제왕으로군림했던조훈현의얼굴이비친다.참대단했었다.그후로계보가많이바뀌긴했지만그래도바둑하면그가먼저떠오를정도로…..그런국수(國手)급내공의소유자에게이제바둑을막배운어린놈이엉겨붙는다면어떨까?상상이가기는하는가?
일반적으로박보장기를두는사람은고수급으로알고있다.그러나박보장기고수중에도朴보장기는타의추종을불허하는최고수급이다.오죽했으면‘선거의여왕’이라는수식이따라다닐까.그런朴보장기최고수에게겨우말이다니는길정도나익힌애송이가덤비는것이다.그것도그냥덤비는게아니라판판이지면서말이다.이건마치조남철이나조훈현에게16급짜리천둥벌거숭이가엉겨붙는것이나진배없다.
실력이엇비슷해야서로주고받으며날밤이라도세겠지만,눈감고발가락으로두어도상대가되지않는놈들이덤비는것이다.하다하다안되니나름고수급훈수꾼까지동원해보지만어림반푼어치도없다.
좀지난(至難)한예를들었지만,불가항력이라는게있다.인간의의지.오기.힘으로안되는일들은얼마든지있다.천둥벌거숭이들의의지.오기.힘이닿지않는다면보다빨리포기하고다른일에매진하는게좋다.정치.선거아무나하는게아니다.그래야만너희도좋고朴보장기최고수님에게도이로운것이다.그게대한민국이사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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