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저도 본격적인 영농인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귀농 6년차입니다. 혹자는 산 좋고 물 맑은 산골은 인심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어떤 면에선 도시인들 보다 더 각박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나름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고 늙은이들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농사를 지으려면 늙은이들이 힘에 부침으로 놉(알바)을 사야합니다. 즉 과다한 인건비가 영농에 막대한 지장을 줍니다.
농촌에 생산되는 모든 작물을 통칭 오곡백과라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오곡(五穀)을 생산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특수작물이나 유실수를 영농하는데 늙은이들은 이런 특작물이나 유실수는 더욱 힘에 부칩니다.
귀농(사실 전문 귀농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6년 차 되도록 누구도 따뜻하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하긴 본인들도 농번기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친절을 베풀기가 어렵겠지요. 또 가르쳐 준다고 해도 건성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며 얘기를 하지만 그 또한 체계화 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고 중구난방입니다.
재미난 사실은 농촌 슈퍼에 가서 채소를 사먹으려면 굉장히 비쌉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웬만한 것은 자급자족이고 진열된 채소들은 대처에서 경매에 붙여 진 것들이 적당한 이문과 함께 다시 물류비가 보태져 본향으로 내려오는 것이라 비쌀 수밖에 없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가령 내가 짓지 않는 다른 작물, 예를 들자면 마늘이나 고추 하다못해 배추나 무만 해도 그렇습니다. 서로 형님이야 아우야 지내며 좋은 이웃이라 시세보다 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웃이라도 그날의 경매시세를 기준으로 값을 따집니다. 오늘 농협경매가가 얼만데…하며. 그런데 여기까지도 좋습니다. 어떤 경우 이웃마을 농협의 높은 경매가 가격을 얘기하면 취소할 수도 없고 참 난처합니다. 시쳇말로 돈맛을 안 농촌 양반들이 그래서 더 각박하다는 것이지요.
처음 한두 해는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로 삼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즉 제대로 된 농사법을 가르쳐 주겠습니까? 어쩔 수없이 지난 5년을 곁눈질 해가며 농사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세월동안 저의 영농은 단 한 번도 상품화 한다거나 출하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영농을 하려며‘농업경영체등록’이라는 걸해야 합니다. 일종의 사업자등록인 셈이지요. 그게 있어야 비료나 기타 영농에 필요한 주. 부재료를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거든요. 또 그게 있어야 작물생산 후 내다 팔수가 있는 것입니다. 제 말은 사업자등록을 하고도 지난 5년간 실적이 전무했던 것입니다. 영농 인으로서 자격미달이고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심하고 금년 저는 고추농사에 전력을 다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세월 눈치코치 봐가며 배운 것을 접목 시켜 보았습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뭐 그런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금년엔 정말 아주 귀한 것을 체득했습니다. 위의 얘기도 다 좋습니다마는 정말 좋은 경험은‘땅은 흘린 땀만큼 결실을 맺어 준다.’는 소중한 결론을 얻은 것입니다.
제가 어제 드디어 고추 두 상자를 농협경매장에 보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눈치코치로 배워 익힌 농사법으로 금년 들어 우리 마을 최초의 경매 상품이 됐다는 겁니다. 선배님들 것은 아직 딸 엄두도 못 내나 봅니다. 이거 축하 받을 일 아닙니까?
“아이고! 벌써 경매를 하시게요?”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홍고추 두 상자를 가지고 온 나와 마누라를 보고 깜짝 놀라는 농협직원에게“대충 시세가 어떻습니까?”문의했더니 너무 일찍 나와도 시세가 별로 좋지 않다며 20k에 4만 원 좌우 할 거랍니다. 두 박스 4만원 x 2 =8만원 좌우.
난생처음 우리부부가 농사를 짓고 상품화한 금액입니다.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기야! 이거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냥 넘기면 천지시명께서 노하실 거다. 우리 오늘 잔치 벌이자”
어제는 삼겹살 7곱 근 x 18,600=130, 200원 막걸리 5통 x 1,500 =7,500원 Grand total:137,700을 들여서 이웃들과 진짜 영농인 기념파티를 열었습니다. 어쨌거나 두 박스 보낸 경매 금액이 기다려집니다.
데레사
2016년 7월 30일 at 5:38 오전
드디어 위블에 오셨녜요.
반갑습니다.
이제 마른고추나 고추가루를 상품화 하시면
저도 고객명단에 넣어 주십시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최 수니
2016년 7월 30일 at 7:51 오전
안녕하십니까.
귀농 귀농 하지만 정착이 쉽지 않군요.
애쓰셨습니다.
조블 귀향을 환영합니다.^^
여기서도 파티를 열어드리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바위
2016년 7월 30일 at 1:23 오후
오 선생님 글을 위블로그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고진감래’란 말이 있듯이 이제부턴 좋은 결실들만 생기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 자주 만나길 기대합니다.
ss8000
2016년 7월 31일 at 5:16 오전
세 분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달려 오셔서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무슨 일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납니다.
무슨 단추를 누르고 어떻게 그림이 올라갔는지?
싸이즈는 생각 보다 왜 저렇게 작아 졌는지? 아! 어렵습니다.
이거(메뉴얼) 어디다 문의 하지요? 좀 알려 주십시오.
enjel02
2016년 8월 1일 at 12:01 오전
반갑습니다 조 블 때문에 무던히도 애를 많이 쓰셨던 선생님께서
그간 영농에 여러 가지로 힘드셨군요 이해가 갑니다
농촌도 옛 인심은 아니로다 인가요
그래도 노력하신 만큼 제일 먼저 상품을
내실 수 있었다 하시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축하 파티도 고추 값보다 넘치도록 푸짐하게
차리시고 점점 더 기쁨의 보람된 날들 있으시리라 기대하며
축하드립니다 힘내세요
ss8000
2016년 8월 2일 at 4:41 오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모든 분의 노력으로 아나마 조블의 잔해가
존재함에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축하를 받지만
내일은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답니다. ㅎㅎㅎ…
또 다른 썰로 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