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정착하던 다음해였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누라가 밭 마늘을(사실 별도로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몰랐지만…)먹어야 한다며 이웃에 부탁을 했던 모양이다. 울 건너 이 반장의 소개로 아랫마을 某씨네의 것을 한 접에 5만 원을 주고 15접(처가와 함께 먹을…)을 산 적이 있었다. 워낙 귀촌한 지도 일천하고 마을 사정도 잘 모르는 때였기에 다른 물건과 비교도 않고 그러려니 하고 샀다. 특히 이 반장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일만큼 가까워진 터였기에 그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면소재지에 있는 농협마트에 이런저런 물건을 좀 사고 나오는데 들어 갈 때는 보지 못했던, 벽면에 붙은 큼지막한 벽보(광고)가 보인다. ‘단양(이웃 고을로 이곳 마늘을 전국적으로 알아준다는….) 밭 마늘 한 접에 3만5천원’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에 견본품이 걸려있는데 한 치의 거짓말도 보태지 않고 5만원을 주고 산 마늘의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굵고 실했다.
그 배신감.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크기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이유인 즉, 사실 마늘 까는 작업을 마누라는 내게 가끔 시킨다. 마나님께서 안 시켜도 해야 할 형편인데 어찌 감히 거절 또는 반항을 하겠는가. 나의 배신감은 바로 그 점에 있었던 것이다. 마늘은 작을수록 까기가 힘들고 손끝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해의 그 작은 마늘이 어찌나 손끝이 맵고 아프던지 아직도 그 당시를 몸으로 머리로 기억이 생생하다.(이거 안 해 본 놈은 모른다.-..-;;;)
그 다음해 내게 마늘을 판 아랫마을 某씨는 늘 하던 경작을 포기하고 마늘농사를 지었던 모양이다. 수확을 한 후 내게 자동적으로 문의가 왔다.‘마늘 사지 않겠느냐’며.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면 그 마늘 사시겠는가?
나름 마을에 한다고 하고 있다. 이장 선거에 나갈 일도 아니며, 무슨 때가 되면 찬조금(부녀회, 대동계, 노인회, 척사대회, 마을 야유회 등등)에 마을주민 경조사를 합치면 웬만한 알바생 한 달 월급은 족히 될 만치 쾌척(?)을 한다. 물론 덕분에 인심도 얻고 정착 다음해 마누라는 마을 부녀회장이라는 중임을 맡아 마을을 위해 봉사를 4년하고 금년에 물러났던 것인데…..
아무리 산골이고 내게 수천 평의 땅이 있어도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원주민 것을 가끔 팔아 주는 게 있다. 가령 꿀, 고추, 감자, 고구마, 쌀, 배추 등등….그런데 알고 보면 항상 타 지역보다 비싸게 판 것이다. 이웃들이 땀 흘리고 고생하며 지은 수확물을 헐값에 팔라는 게 아니다. 마누라 임기 중이나 또 인심도 제법 얻었다고 자부하는 지금이나 마을인심이 예사롭지 않음에 은근짜로 불만이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선 5만 원짜리 꿀이 이곳에선 6만원이어야 하고 다른 곳의 10만 원 고추(빻은 고추10k단위)가 왜 이곳 우리에게는 12만 원이어야 하는지?(사실 금년에 고추농사를 직접 지으려 했던 원인 중 하나)감자도 고구마도 쌀도…. 왜?! 내게는…..
그제는 여동생과 매제가 마을 입구에 있는 큰 개천에 다슬기를 잡으러 왔다. 나는 그런 쪽에 취미도 없고 즐기지도 않고,… 그런데 선물할 데가 있다며 귀가하기 전 옥수수 서너(30개 단위, 옥수수 농사가 잘 되었으면 까짓 내가 그냥 주어도 될 양이지만…..) 자루를 수배해 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울 건너 某씨네 옥수수가 그 중 실하게 익은 것을 기억하고 120개(4자루)를 주문하였는데 7만 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동생이 깜짝 놀란다.“아니 국도나 지방도로 변에서는 한 자루에 만원에서 만2천원밖에 않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이만치 떨어져서 동생에게 눈짓으로 싸인을 보냈다‘그냥 돈 주고 긴 얘기 하지 말어…’다행히 동생은 이 오빠의 절박한 염원을 알아차리고 7만원을 지불하고 비싼 옥수수를 사갔다.
내게도 불찰은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늘 가격을 묻지 않은 것이다. 원래 직업이 장사꾼이라 남의 물건 값을 제대로 깎지를 못한다. 일종의 관습이고 버릇이다. 장사꾼의 노고를 알기 때문인데… 그래도 그렇지…. 내가 호갱인가? 아니면 오늘날 산골인심이 각박한 것인가? 어쨌든 유독 우리 마을만 이런 건 아니겠지?
데레사
2016년 8월 2일 at 10:18 오전
도시도 마찬기지에요.
언제나 아는 사람에게 사면 더 비싸거든요.
제일 좋은게 가게에서 흥정해서 사는것이라는걸
저도 깨우쳤거든요.
외할아비 콩죽도 싸야 사먹는다는 옛말처럼
아무리 정다운 이웃이라도 비싸면 마음이 안
내키죠.
ss8000
2016년 8월 2일 at 12:05 오후
누님!이제 좀 그만 하신지 그리고 퇴원은 하셨는지?
하셨으면 전화는 가능 하신지?
제가 위블에 대해 좀 여쭤 볼 게 있어서요.
데레사
2016년 8월 3일 at 9:06 오후
집에 있어요.
전화 해도 됩니다.
지금 전화 집으로 했드니 안 받으시네요.
언제든지 오케이 입니다.
힘들긴 하지만 하루 하루 좋아지는것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