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營農),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목축을 하며 농업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미 위에 밝혔지만 귀농6년차에 단 한 톨의 곡식이나 닭 한 마리 길러 팔아 본 적 없으니 영농의 경험이 전무 합니다. 결국 어깨너머로 배운 농법으로 고추농사를 지어 첫 소출을 농협공판장에 맡기고 그 기념비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 잔치를 벌였던 게 지지난 주 일요일이었습니다. 이젠 나도 당당한 영농인 이라는 자긍심도 갖게 되었고요.
그 후로 홍고추를 두 상자 다시 네 상자 그제 또 여섯 상자를 출하를 했답니다. 그러니까 도합 14상자 280kg을 수확한 것이지요.
280kg, 제대로 영농을 하는 사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인 양입니다. 그러나 그 양마저도 마누라와 둘이서 먼동이 트자마자 고추밭으로 달려가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 가까이 온 몸이 땀에 절어야 수확할 수 있는 양이랍니다.
요즘 날씨가 보통 날씨입니까? 해가 떴다하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문자 그대로의 염천지절입니다. 아침식사도 거른 채 두세 상자의 물고추를 수확 하고나면 거의 파김치가 되고 맙니다. 비록 다른 이들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적은 양이지만 몸소 지은 농사라 뿌듯한 마음으로 집하장에 납품을 하고나면 세상에 할 일은 고추농사밖에 없다는 착각까지 들었답니다.
보통 납품을 하면 그 다음날 경매에 붙여지고 즉시 금액이 출하인의 통장으로 자동입금 되는 모양입니다. 첫째 날 경매 금액 알아보니 상자 당 44,000원, 둘째 날 것은 38,000원이라며 치부장에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세 번째 4 상자를 보내고 어제 다시 6상자를 보낸 뒤 은행 볼 일도 있고 하여 겸사겸사 단위 농협으로 가서 그동안 경매 붙인 고추에 대한 입금내역을 살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두 상자 금78,000원
두 번째 두 상자 금66,000원
세 번째 네 상자 금118,000원
통장을 바라보는 순간 눈에 불이 확 일었습니다. ‘세상에… 이게 뭐야!?’아침 밥도 굶고 모기에 뜯기고 흐르는 땀을 주체치 못해가며 수확한 내 고추 시세가 겨우 이 정도라니… 저 더런 놈의 돈을 만지자고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수하고 고추농사를 지었단 말인가? 그만 자괴감을 넘어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농협도 지나칩니다. 박스 당 수수료가 5천 원이면…이게 농민을 위한 농협이 맞습니까? 수수료가 10% 이상 상회 한다면 악덕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고리대금업자는 그래도 현금이라도 빌려 주지….
대상도 없이 허공에 성질을 벌컥 내는 나를 보고 마누라가 또 조용히 달랩니다. “아이고! 참,,,돈 벌자고 고추 농사지었어요?”, “이런! 염병할….그래도 수고비는 나와야지..”,“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그렇지만 여섯 상자만 더 합시다”
고추 박스를 20개 사왔거든요. 그러니까 14상자 내 보냈으니 상자가 아깝다고 여섯 상자만 더 하자는 겁니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난 죽어도 못해!!!! 아니 안 해!!!” 그리고 다시 큰소리로 마누라에게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내가 두 번 다시 영농을 하면 개xx다.”라고.
어쩌면 고추시세는 점점 더 내려 갈 것입니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출하를 할 때는 그나마(괜찮은 가격인지 아닌지도 모르고…)만족을 하고 마을잔치까지 벌였었는데 날이 갈수록 내려가는 고추시세를 어쩌겠습니까.
문득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원론이 생각납니다. 첫 출하 때보다는 공급이 원활 하다못해 이제는 과잉공급이 됐을 것이고 비례하여 그만큼 수요도 줄었다면 가격은 자연 떨어지겠지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농부(영농인)의 심정은 그런 것을 다 수용할 만큼 한가롭지 못 한가봅니다. 사드배치를 두고 폭동에 버금가는 난동을 부린 성주군민들의 심사가 그런 거 아닐까요? 즉 참외농사꾼이 너무 많은 탓입니다. 남들 장에 간다고 x장군지고 장에 가지 말고 먹고 살려면 대체작물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데레사
2016년 8월 3일 at 7:17 오전
속상하겠어요. 수고비도 안되니 의욕이
생길리가 없죠.
그래도 사모님 말씀처럼 여섯상자만
더 해보시죠.
오늘도 덥습니다.
김예철
2016년 8월 4일 at 3:45 오후
오선생님 오랫만입니다.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닉네임 비사벌로 연락한적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더운데 건강조심하십시오
ss8000
2016년 8월 5일 at 6:17 오전
아! 반갑습니다.
김 선생님.
혹시 카페엔 아직 계시는지요?
저는…. 아무튼 어디서든 계속 뵙기를 기원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