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생활 6년차. 그 세월(시간)을 지내오며 왠지 어설프고 어딘가 모자람이 있고, 아무튼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도대체 채워지지 않는 이 부분이 뭘까?
늙어갈수록 관리하기 특히 청소하기 힘들다며 집을 줄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70여 평의 2층 구조로 넓게 지었다. 까짓 그 딴 청소가 무에 그리 힘들 것이며 또한 늙어갈수록 동선이 짧아지고 움직이지 않게 되면 육체나 건강이 녹슬지 않을까?
그렇게 욕심(?)을 내 집을 짓고 나니 3남매가 저희 식솔을 데리고 가끔 내려오면 지정해 주지 않았건만 아예 저희들 방이 따로 된 것 인양 각자 찾아 올라가 짐을 풀곤 한다. 그 모습이 어찌 흐뭇하지 않을까.
새 집을 짓고 입주한 게 4년 전이다. 비록 새집이라고는 하지만 매년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또….철철이 손을 댈 데가 있기 마련이다. 보다 편리한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고치고 덧달고, 그리하여 4년을 보낸 지금에야 여생을 의탁할 보금자리가 나름 완벽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덧달고 고치고, 이게 도시 같으면 가능이나 할까? 이런 법 저런 법 따지다보면 골치 아파 시도도 못할 게 산골에선 어느 정도 묵인이 된다.
가끔 면소재지에 나가면 차를 어디에 세우든 주차비를 요구하거나 그나마도 만차 라며 진입불가의 팻말도 없고 좀 번잡한 시내에 나가서 하루 종일 주차를 해도 기천 원, 잠시 머물면 기백 원이면….어떨 땐 잔돈이 없어 관리원에게 팁(?)으로 남기기도 한다. 차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도시생활에 비하면 천국 같다.
어쩌다 면소재지 장터에서 마을 분들 만나면 막걸리 한두 잔 걸치고(솔직하게…절대 그래선 안 되지만…) 차량도 없는 산골길을 다닐 때도 있다. 이게 도시라면 가능할까?
작년 겨울을 보내고 몸이 무거워 체중계에 올라가 본즉 자그마치 5k 넘게 몸무게가 불었다. 겨우내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청소 열심히 하는 것으론 모자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집 앞엔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큰(약400평)밭이 있다. 매년 봄이 되면 그곳에 수십 종의 작물들을 파종하거나 모종한다. 우리 부부는 물론 3남매에게 넘치도록 공급하고도 남을 양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이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 놈들을 돌보며 땀을 흘리면 겨우내 살졌던 몸이 반 이상 회복된다.
산골생활에서 가장 만만찮은 부분이 풀과의 전쟁이다. 한두 해는 예초기를 들이대고 열심히 전쟁을 치루었지만 중과부적이라 포기하고 마당을 비롯한 마을길 진입로까지 몽땅 아스콘으로 도배를 했다.
포장된 그 부분을 한 바퀴 돌면 대충 700보가 된다. 그 700보를 15바퀴 돌기 시작한 것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야말로(요즘 날씨에..) 땀으로 목욕을 한다. 물 흐르듯 흘러내리는 땀을 흘리며 나는 행복감에 젖는다. 이 고통(?)이 끝나면 샤워를 한 뒤 냉장고 속의 맥주 한 깡통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고 행복해 지는 것이다.
마누라가 사정이 있어 서울 집으로 떠난 건 지난 월요일이다. 당분간 이 너른 집을 혼자 지키고 혼자 땀을 흘리며 주말부부가 되어야 한다. 반 년 어쩌면 1년을….하루 이틀 외롭고 쓸쓸하고 두렵기도 하여 나도 따라 올라가? 그러나 아니 될 말씀… 참고 견뎌야지.
얼래!? 사흘째 되는 날부터,,, 이상하다. 그놈의 행복감이 배가 되는 기분이다. 마누라가 없는 탓일까? 설마!?!?!? 하긴 우리 마누라 함께 있으면 너무 일을 빡세게 시키는 점은 있지…
아!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이거 빨리 올리고 고추 따러 가야지…. 내일 내려올 마누라에게 지청구 듣기 전에…. 이 짧은 순간 “이렇게 행복해도 돼?”라고 자문을 하고 있다. 뭐, 행복이 별건가?
데레사
2016년 8월 19일 at 10:16 오전
ㅎㅎ
그래도 하루 이틀이지 좀지나면 사모님이
그리워질걸요.
혼자계시는것 너무 행복해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