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堆肥)의 사전적 의미는 잡초를 비롯한 식물 또는 동물의 똥오줌을 혼합하고 썩혀 언덕처럼 쌓아 숙성시킨 비료를 이름이다. 또한 비료라 함은 농토를 기름지게 하고 그 농토에서 자라는 작물의 생육을 촉진시키는 유. 무기질을 총칭하는 것으로, 농사를 위해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을 금비(金肥) 일반 농가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을 퇴비 또는 두엄이나 거름이라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90년대 초 중국 칭따오에 상주할 때이다. 칭따오는 위도 상 한반도의 남쪽에 해당되는 곳이다. 계절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른 봄만 되면 인분냄새가 그렇게 날 수가 없었다. 비록 성도는 아니지만 산동성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인구6-700만의 대도시에서 인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그들은 그때 까지도 인분을 가지고 영농(營農)을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찬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엘 가보면 모든 채소가 아름답지 못했다. 광우병 걸린 소뼈를 뿌렸는지 구멍이 숭숭. 알고 봤더니 금비(金肥)살 돈이 없어 인분으로 농사를 지었고 농약 살 돈이 없어 벌레가 먹다 남은 남새를 시장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것밖에 없으니 깨끗하게 한다며 씻고 또 씻어 너덜거리는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이 거짓인가 확인들 해 보시라. 오래 전 중국산 김치에서 회충 알이 검출되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이런 걸 유기농이라 하지 않든가? 그러고 보면 유기농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김해공항 인분냄새’ 때문에 외국관광객들이 코를 막느니 인상을 찌푸리느니 하는 식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하긴 지방의 공항이라는 게 거의 농어촌 외곽지대에 있으니 인분을 비롯한 거름을 아니 뿌릴 수 없을 것이고 냄새 또한 당연히 났을 것이다. 하여 똥오줌으로 생육한 중국산 남새를 깔보고 욕할 수 없었다.
나 어릴 적 중농(中農)쯤 되어도 논밭 근처에 인분을 삭히는 두엄(거름)저장고(?)가 있었다. 농번기를 벗어난 때 똥장군으로 할아버지 아버지가 퍼다 나르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마당 한구석엔 소꼴을 넉넉히 베어와 소도 먹이고 나머지는 썩혀서 거름을 만드는 이른바 퇴비 야적장이 집집마다 있었다. 응가가 마려우면 빠지기 쉬운 똥 뒷간(화장실이라는 고급용어도 쓰기 민망한…)으로 가지 않고 아빠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볼일을 보고 나면 삽으로 떠서 퇴비야적장에 던져 썩히는 것이다. 또 부엌에서 불 때고 남는 재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뒷간으로 모두 모였고, 남녀노소의 오줌 또한 요소나 질소비료 대용으로, 글자 그대로 영농(營農)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똥독이라는 게 있었다? 요즘처럼 좋은 신발이나 장화 또는 작업화가 있을 리 만무한 그때 똥오줌을 밟아 독이 올라 다리가 퉁퉁 붓고 진물이 흐르고 심하면 썩어 들어가는 똥독을 아는가? 회충과 산토닌은? 학교에서 합동으로 구충제를 먹던 시절을 기억 하는가? 하늘이 노래지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가?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인이 두엄 저장고에 빠져 똥독이 오르기도 심지어 외가나 친가에 놀러온 어린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 따라 밭에 나왔다가 두엄 통에 빠져 익사하는 일도 왕왕 있었던 것이다.
정작은 지금 거주하는 이곳 산골이 그렇다. 이른 봄이나 농번기가 시작되면 두통이 날 정도로 거름 냄새가 난다. 이곳으로 내려온 첫해는 그 냄새 때문에 할 수 없이 서울 집으로 피취(避臭)를 2-3일 다녀오기도 했지만 농사꾼들과 거름의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고 다음 해부턴 참고 견뎠을 뿐 아니라 나 스스로 그 거름을 내 경작지에 뿌려야만 가족들이 먹을 만치의 남새나 작물이 자라는 것이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해찬이 인근 밭에서 악취를 풍기는 퇴비제거 민원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세종시 행정부시장에게 전화를 하자 세종시의 부시장이라는 자까지 퇴비를 뿌린 현장에 출동하여 전량 수거(?)를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퇴비 성분까지 분석하는 과잉 충성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민원을 제기 한 놈이나 그 민원을 받고 현장까지 출동하여 수거를 한 놈들이나 개/새/끼들이다. 왜 개/새/끼들인가 하니, 이 나라의 농민이 무엇으로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더불어 농민의 고충을 촌치도 모르는 놈들이 밥을 아가리에 처넣는 행위자체가 개/새/끼들다운 것이다. 그것도 농촌출신 전직 일국의 국무총리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자 그리고 세종시가 아무리 행정수도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비가 덜 된 농촌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일 뿐인데 그곳을 살피는 공무원이라는 놈들이 부당한 민원제기를 직권으로 설득시킬 생각은 않고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수거에 참여 한다는 게 말이 될 소린가?
내년 봄에도 또 인분냄새가 날 것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좋은 공기마시며 오래 살겠다고 산골에 내려 왔는데 농사철만 되면 악취를 맡아야하는 신세(?)지만 절대 지켜야할 금기(禁忌)가 있다. ‘똥내 또는 악취난다’는 개소리 했다간 맞아 죽을 것이다. 세종시 농사꾼들 참 착하고 마음 좋은가 보다. 전직 총리 아니라 총리 할애비라도 다른 데라면 맞아 죽었을 것이다. 아니 밥 처먹지 말고 굶어 DG야 하는 게 맞다.
경험상 똥냄새가 아무리 지독해도 3-4일 이상 가지 않는다. 똥냄새가 아무리 지독해도 비만 오면 그 냄새 싹 씻어간다. 농민인들 똥내가 구수할 리 없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고충을 3-4일 못 참고 민원을 제기한 개/새/끼들을 국회의원으로 공무원으로 뽑은 그 곳 주민들의 업보가 이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3-4일만 참으면 1년이 편하고 무사할 텐데….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곳엔 비도 안 왔나? 그 또한 하늘의 노여움 아니겠는가? 자격도 없는 놈을 저희들 대표로 뽑았으니 말이다.
데레사
2016년 9월 3일 at 11:24 오전
그 냄새가 싫으면 그곳을 떠나면 되는데 자기가 논밭 속에다
전원주택을 지어놓고는….. 참 할말 없습니다.
쥐꼬리만큼이라도 권력을 가져다하면 모두가 갑질 대장이
되어 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