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기와 귤.

‘사쿠라(櫻)’라는 말이 있다. ‘사쿠라’는 앵화(櫻花) 즉, 벚꽃이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 전국 어디를 가나 그 화려함을 뽐낸다. 벚꽃은 일본 국화(國花)다. 제주산 왕 벚꽃을 일본강점기 때 가져가 자신들의 국화로 삼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썰 일 뿐이고 그래서 그런지 그 유래가 일본에서부터 온 것이다.

‘사쿠라’라는 말이 우리에게 회자된 것은 5·16혁명 후 정계에서 유행한 말로 변절자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는데, 원래 이 말의 어원은 일본 말의‘사쿠라니쿠(櫻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말고기와 벚꽃 색깔이 비슷한 모양이다. 연분홍색 말고기를 쇠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였다는 것이다. 즉, 겉모습만 비슷할 뿐 내용은 다른 것이라는 뜻으로 어쩌면 우리가 항용(恒用)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과 비슷한 단어가 아닐까? 따라서 정치적으로 어떤 조직이나 당의 이념을 무시하거나 이탈하는 양상을 보일 때 변절자로 낙인찍어 비꼬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농번기를 피해 손녀가 유학 가있는 뉴질랜드에 보름 다녀왔었다. 지구촌 살기 좋은 나라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정말 티 하나 없을 것 같은 청정 국이었다. 집 뒤로 큼직한 야산이 있고 그 야산을 중심으로 마을들이 산재해 있는데 사통발달로 마을길(둘레길이라고 해야 하나?)을 조성해 놓아 산책하기에 그저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 산책길에 난초 같기도 아니면 특이한 갈대 같기도 한 식물이 마을길의 가로수처럼 서있는 것이었다. 당시 그곳은 계절이 겨울의 초입이라 이미 꽃은 다 졌는데 꽃이 있었다면 굉장히 크고 소담했을 것 같아 은근히 욕심이 나기로 이미 진 꽃봉오리에 매달려있는 씨앗을 채취하여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반입해 하듯(사실 신고를 해야 하지만…)해 와 포트를 뜨고 발아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발아는커녕 문자 그대로 싹수가 노랗기에 엎어 버리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개 중에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딱 한 곳에서 뾰족이 올라오는 놈이 있었다. 워낙 귀한 것이라 발아도 늦는 모양이다. 아무튼 어찌나 기쁘고 신기하던지 그 놈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물과 거름을 주며 애지중지 살핀 결과 우뚝하게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보살핌 덕분으로 성체(成體)의 모양을 갖추었기에 화분에 옮겨 심고 더욱 더 정성을 쏟은 결과 부쩍 자라기 시작한다.

염천의 뜨거운 햇볕에 타 죽기라도 할까봐 지극정성으로 또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놈을 보살피는데 자라는 모습이 점점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서 많이 본 놈 같기도…아니겠지? 설마? 며칠을 의심했다가 안도 했다가 관망을 해보는데 아무리 보아도 문제가 있어 보이기에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놈이 바로 옆에 풀 섶에 잔뜩 모가지를 내민 그냥 잡초였던 것이다. 그런 놈을 몇 달(계절적으로 잡초가 이젠 소멸할 시기이니..)아니 평생을 보살폈으니 그 당혹감 배신감을 필설로 어찌 표현 할까?

20대 국회에서 참으로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라도 출신 여당대표와 경상도 출신 제1야당 대표가 그렇다. 정치 문외한인 나 같은 놈은 그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 또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은 서로 간 말고기 즉, ‘사쿠라니쿠(櫻肉)’와 사이비 정당 대표는 되지 말아야 겠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성어가 있다. 다 아시는 얘기라 길게 쓸 필요는 없고, 강남의 귤이 회수만 넘어가면 탱자가 된다는 얘기다. 내가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그 꽃씨도 어쩌면 뉴질랜드에서는 귤과 같은 것이었으나 토질과 기후가 바뀐 관계로 잡초로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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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놈이다. 앞의  섶에 자라고 있는 잡초와 같은 것이다.

이 놈에게 속아 온갖 정성을 다 했는데…… 정치나 나라 꼴이 이래선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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