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2부)

미수(米壽)이신 장모님과는 나이 차이가 19살이다. 스물일곱에 아내를 맞았으니 당시 장모님의 연세는 마흔여섯. 즉, 요즘으로 치면 젊디젊은 아낙이셨다. 나 보다 두 살 연상인 큰처남이 이미 장가를 가 딸 둘을 낳았고 큰 아이가 서너 살 됐으니 40대 초반에 며느리를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첫 직장인 본사에서 천안 공장으로 얼마간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경리 겸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던 아내를 만났으니 결론은 사내 결혼을 했던 것이다. 옆에서 지켜 본 아내는 늘 궁핍해 보였다. 많든 적든 월급을 타가면 얼마간 그 효과(?)를 볼 텐데 그런 기미마저도 없었다.

어느 날인가 데이터를 하는 가운데 배가 아프다며 가다 쉬다 하더니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고 주저앉는 것이었다. 데이터고 뭐고 택시를 집어타고 병원으로 달려간 즉 급성맹장염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주저할 사이도 없이 수술을 했는데 문제는 병원비였다. 기억으로 수술비가 12-3만원 이었는데 당시로는 큰돈이었고,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3만5천원의 월급 쟁이었던 나는 통 크게 회사에 석 달 치의 가불을 요청했고 약간의 비자금과 함께 병원비를 내 주는 흑기사가 된 후 아내와 부쩍 더 가까워지며 결혼에 골인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자그마치 넉 달 치의 월급을 통 크게 쓰지 않았다면 아내와의 결혼은 불가 했을 것이다. 왜냐? 아내는 미스 천안삼거리(요즘도 있는지 모르지만…)선(善)에 뽑힐 만큼 예뻤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내와 맺어진 후 얼마 뒤 사정상 전직을 했고 직장을 옮기며 천안의 처가를 김포공항 근처 방화동으로 이주하게 했으며 아직도 처가의 뿌리(작은처남)는 방화동에 두고 있다. 무슨 얘긴 고 하니, 내가 전직한 회사에 처가 3남매(큰처남, 작은처남, 처제)를 몽땅 취업시키며 이주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내게도 첫 아이(큰딸)가 생겼는데 장모님은 두 친손녀가 있음에도 그 아이들은 돌보지 않으며 우리 집에 살다시피 하시며 큰 아이를 끔찍이도 보살펴 주셨다. 솔직히 저간의 사정으로 본다면 그렇게 해 주실 만도 했다. 돈을 보태거나 하진 않았지만 처가 식구를 서울사람들로 변신하게 한 공로는 있지 않든가?

수 년 뒤 작은처남도 처제도 결혼을 했고 그런대로 처가는 안정이 되며 큰처남은 개인택시운전사로 작은처남은 조그만 가구점(지금은 일대에서 제일 큰 가구점으로,,,)그리고 처제는 나의 보따리장사와 연관 지어 남대문에서 악세사리 가게를 하며 제법 돈도 벌어 내가 거주하는 이곳에 전원 주택지를 마련할 만큼 안정적이다.

처가 식솔 중 말썽 많은 큰처남과 처형 얘기는 혹시 얘기를 이어가기 위해 따로 할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날 처가 식구는 모두 걱정 없을 정도 먹고 살만한데…. 문제는 처가에 딱 하나 고민꺼리가 바로 장모님인 것이다.

가끔 처가에 들리거나 그 반대로 장모님이 우리 집에 오시거나 장모님의 폐단은 자식들 욕 특히 며느리들 욕을 그렇게 해 대는 것이었다. ‘대가리에 똥밖에 안 든 것들이…’로 시작되는 며느리들 욕은 수천 번도 더 들어 장모님 무슨 넋두리를 하려고 입을 여시면 내가‘대가리 똥밖에 안든 것들…’하고 추임새를 먼저 넣고 시작이 된다. 또 여기까진 괜찮은데(?하도 들어 감흥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는..들어나 마나한 얘기), 그런데 더 큰 문제는‘너희 엄마란 년이 대가리에 똥…’,으로 시작되는 며느리 욕을 당사자 아들딸의 손부(孫婦)와 손서(孫壻)를 앉혀 놓고 집안 망신을 시키는 것이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9월 21일 at 7:58 오전

    세상에 할매가 그렇게 욕을 잘하면 우짜능기요?
    한번 입에 붙어버린 욕이라 고쳐지지도 않을걸요. ㅎ

    날씨가 참 좋지요?
    지진을 여기서도 느꼈다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둔해서인지
    못 느꼈습니다.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 ss8000

      2016년 9월 21일 at 9:05 오전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까짓 욕이야 제게 하시는 게 아니니 그냥 한 쪽 귀로 듣고 흘려 보내면 되는데… 이제 봣더니 제겐 근본 없는 놈이라고 욕을 하고 있다네요. 다 늙은 할암구와 싸울 수도 없고… 따지지도 못 하겠고…마누라만 가운데 낑기가 곤란해 합니다. 그래도 어짭니까? 마누라 친정 엄마를… 회가 거듭할 수록 기가 막히는 얘기는 더 해 집니다.

      이곳은 요즘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누님도 환절기 건강 유념 하십시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