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9부)

어제는 뉴질랜드에 있는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웬일이냐?”, “아빠! 외할머니 얘기 너무 사실적으로 올리는 거 아녜요?”, 아마도 페이스 북을 통해 내가 올리는 썰을 보고 있는 모양이다.“사실적? 단어 하나 토씨 하나 틀리거나 왜곡 된 거 없다. 차라리 외할머니가 볼 수만 있다면,,,,아니지 너희 외삼촌들 이모들도 함께 봤으면 더 좋겠다. 요즘 이 아빠가 너무 힘이 든다. 이렇게라도 하소연 아닌 하소연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라는 대화를 나누었다. 오래전 어떤 독자(?)로부터 가족 일상사를 무엇 하러 그렇게 적나라하게 올리느냐며 비아냥조로 댓글을 단적이 있지만 나는 다만 나의 일상에 벌어지는 얘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특별히 이번 ‘장모님’을 주제로 삼은 것은 나중에 별도의‘에필로그’로 그 이유를 달아 볼까 한다. 각설하고….

솔직히 얘기하면 나 역시도 비록 매형이 마을 사람들 앞이나 사돈내외분 앞에서 망신을 주긴 했지만, 사람의 그릇이 그 정도뿐인 걸 어쩌랴 싶고 또 불쌍하고 가련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글세 얻을 보증금 기백 만 원도 없는 처지의 사람이 쫓겨나다시피 하는데 마음이 아프긴 마찬가지였던 차인데, 아내가 그런 얘기를 하며 수습 론을 내 놓기를“아래채를 반으로 가르자”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매형이 집을 비워야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먹장구름 같은 것이 깔려 있었는데 아내의 그 제안은 천상의 나팔소리 같은 구원의 복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로 업자를 부르고 견적을 받고 칸을 치고 매형의 공간에 새롭게 수도도 끌어들이고 주방도 만들고…아무튼 불편함 없이 매형의 공간을 만든 뒤 매형은 약간의 짐만 반으로 가른 아래채 뒤쪽으로 옮기고, 처제의 원룸에서 장모님을 아래채로 온전하게 모시고 이사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장모님이 아래채로 오시고 열흘이 채 가지 않았을 즈음 하루는 조용히 나를 부르신다.“나 좀 서울 작은놈(처남)에게 데려다 주게…”뭐, 들어보나 마나한 말씀은 언제나 작은 처남에게 돈을 받을 게 있다는 얘기를 주야장천으로 했기에 더 듣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런 얘기시라면 더 듣지 않겠습니다.”라고 나오면 어떨 땐(거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위채로 올라오셔서 좌정을 하고 어린애처럼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여전히‘대가리에 똥 밖에 안 찬 년 놈들…’을 외치는 것이었다. 이젠 그 얘기만 들으면 노이로제에 가까운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여 갔다.

장모님이 작은처남에게 받아야 할 돈이라는 것도 그렇다. 두 번째 결혼을 한 처형이 남편 되는 자의 사업자금으로 장모님 명의의 집을 은행에 저당 잡혔고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자 결국 그 가옥이 경매에 넘어 갔는데 워낙 아까운 생각이 든 작은처남이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고 한동안 내 준 이자와 원금을 공제하고 5천여 만 원을 장모님께 넘겨주었는데 그 돈의 행방이 묘연해 진 것이다. 그럼에도 장모님은 경매 당시의 이런저런 과정은 무시하고 작은처남이 자신에게 집값을 제대로 쳐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 돈의 행방에 대해 처가의 모든 식솔은 처형을 의심하고 있지만 워낙 엉뚱한 여자라 의심만 품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호호백발 노인네가 서방질을 한 것도 또 정선의 카지노에서 배팅을 한 것도 아닌데 어디로 갔겠는가. 결국 작은처남은 제 어미에게 좋은 일 한다고 해 놓고 오히려 빚쟁이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장모님의 엉뚱한 속셈을 익히 아는 나였지만 지척에서 마주 바라보고 채근을 하거나 보채는 모습에 하루하루 힘이 들어가는데…..그 때까지 전해만 들었지 설마? 하는 의구심만 가졌을 뿐, 떨어져 있을 땐 몰랐던 장모님의 행동이 서서히 들어나기 시작하며 저 노인네가 과연 내 장모님이 확실한가? 정말 저런 양반이었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9월 30일 at 1:22 오후

    장모님께서도 우리 고모만큼 욕을 잘하시나 봅니다.
    지금 91세의 우리고모, 아침에 “야 이 가스나야” 로 시작하면
    하루종일 레파토리가 다르거든요. 어쩌면 세상에 욕이란 욕은
    다 꿰고 있는것 같은 양반이지만 또 인정도 욕만큼 많이
    베풀거든요.

    어느새 날씨가 서늘해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 ss8000

      2016년 9월 30일 at 5:48 오후

      욕만 하면 괜찮습니다.
      사람을 아주 달달 볶아 대니 정말 죽을 맛입니다.
      시월드라더니만 고부 간의 갈등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하긴 서양은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이 많다던데
      제가 그 짝입니다. 하지만 뭐…제가 자초한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누님도 환절기 조심 하이소.
      얼마 전 말씀 드렸지만 이곳은 조석으로 군불을 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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