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이었으니 한 30년 됐지요? 보따리장사를 하며 외화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겠다고 노력을 했던 적이 있었지요. 외화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는 게 나와 내 가족 가정을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애국적 행위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저같이 불학무식한 촌로도 국가를 위해 노력했는데….. 이 며칠 평균 연봉이 억! 소리 나는 某자동차 황제노조들의 개GR하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망해 봐야 망한 맛을 알고 언제고 저 놈들이 천벌을 받지….하는 생각.
암튼 당시 미국에 글자 그대로‘빅 바이어’가 있었습니다. 세계 도처에 지사가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지사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 회장이 본사 직원20여명을 데리고 봄가을 두 차례 순방(상품 구매 차)을 하면 수십 개가 넘는 우리의 업체들이 상담을 하러 갑니다. 그 회사가 어찌나 크고 오더를 많이 하는지, 일단 vender(판매자)자격을 얻으면 꽤 명망 있는 업체로 소문이 날 정도입니다. 당시 저도 어찌 연이 닿아 영광스럽게 vender로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이 한국에 오면 꼭 조선호텔에 묵었는데…. 한국지사에서 벤더들에게 모월모일 모시까지 몇 층 스위트룸으로 오라고 통보를 해 줍니다. 70년대 들어서 박정희 대통령께서‘수출입국’이라는 국가적 모토를 세울 때만 하더라도 바이어가 오면 샘플을 싸들고 바이어가 묵는 호텔로 찾아가 상담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당시 촌놈인 제가 특급호텔을 꼴방구리 쥐 드나들 듯 해서 호텔의 구조를 잘 아는데‘스위트룸’이라고는 처음 들어 봤지 뭡니까.
스위트룸? 무슨 방이 달콤한(sweet) 방이 다 있을까? 달콤한 생각이 들 정도로 장식을 하고 잘 꾸며진 방일까? 암튼 무식한 생각을 하며 처음 스위트룸이라는 곳엘 들어가 보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방의 구조가 달랐습니다. 조그만 단칸방 정도는 비교가 불가한 큰 거실부터 먼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책상도 탁자도 소파도…. 침실까지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같은 밴드 일행에게 물어 봤더니 침실은 저 안쪽에 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조그만 집 한 채를 꾸며 놓은 곳이 스위트룸(suite room: 나중에 사전을 찾고 의미를 알게 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에 호텔 안에 집이 있고 집무실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었지요. 더 놀라운 것은 그곳의 하루 밤 숙박료가 $2000 이 훨씬 넘고 약$3000 가까이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것도 30년 전에….정말 대단했었지요.
재미 난 것은,,,, 상담이라는 게 시간을 정한 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두고 밀당을 하다 보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떨 땐 시간에 쫓겨 다음 날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그렇게 멍청하게 앉아 있지 말고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이든 바(bar)든 몇 충 스위트룸에서 왔다고 하고 벤드(상호)싸인 만 해주면 무엇이든 얼마든지 먹고 마실 수 있었답니다. 그만큼 통 큰 바이어였지요. 그 후 그 회사와는 거래가 끊어지고 스위트룸이 아직도 있는지 없는지 나와는 무관한 단어가 되었는데…..
10여 년 전 중국에 상주할 때 모처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지요. 한참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날이었습니다. 묵고 있던 호텔의 에어컨이 고장이 났습니다. 상상이 갑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밤새도록 수십 차례 들락거렸지 뭡니까.
그게 또 그렇습니다. 중국식이지요. 사과 같은 거도 없이 에어컨을 수리하려면 며칠 걸린다는 겁니다. 어마 뜨거워라 하고 방을 빼서 무조건 다른 호텔로 갔습니다. 당시 그 지방에 무역박람회가 열려 있어 오늘날 중국의 국경절 같이 방값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뛰었고 그나마 방이 없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제일 비싼 호텔(비싸면 혹시 방이 있을까? 하고…)을 찾아가 보니 그곳에도 역시 방이 없는 겁니다. 이거 남의 나라 길거리에서 잘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한 정도가 아니라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인데,,,,, 프런트 아가씨 왈“스위트룸이 딱 하나 남아 있다”는 겁니다. 오늘도 여기 까지만…..
덧붙임,
제가 이 썰을 풀게 된 동기가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 보다 훨씬 호화로운 방에서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주인 양반은 다음부턴 절대 호텔에 가지 말고 이런 식으로 묵으라며(조금도 가식 없는….아주인도 함께…)권유를 합니다마는, 그래선 안되겠습니다. 저녁 식사 때마다 주지육림을 펼치고 술을 강권 하다시피 하는데, 솔직히 다른 건 참을성 있고 인내를 잘 하지만 제가 권주(勸酒)의 유혹에 약합니다. 어제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업무가 너무 늦게 끝나는 통에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오늘 오후에 퇴근(?)후 찍어야겠습니다.
데레사
2016년 10월 4일 at 8:04 오전
매일 과음하시면 안됩니다요.
몸조심 하셔야지….
중국은 비행기가 딜레이 되어도 시간도 잘 말 안해주고 사과같은건
있을수도 없더라구요.
그래도 또 그럭저럭 적응하면 덜 불편하시죠?
옛날얘기,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