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엄밀하게 따지면 아내를 위한다는 거 보단 나를 위한 거다. 이런 표현을 돌려 얘기하면 아내를 위한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어차피 김치는 먹고 싶고 아내가 와야 김치를 담근다면 내가 직접 담그리라.
아침에 카페에‘아내를 사랑하라!!’라는 글을 올린 뒤 잠시 돌아보니 나를 공처가라고들 하시지만 그건 좀 거시기하고… 나도 사내라고 아직 호통을 즐기(?)는 가부장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내가 주장하는 아내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난 비교적 어차피 할 일이라면 아내의 간섭을 받기 보단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이다.
사실 오늘의 과제는 고추수확을 마치고 밑뿌리를 베어내면 약이 올라있던 청 고추가 빨갛게 익는다. 이걸 농부들은 희나리(원래는 채 마르지 아니한 장작을 의미하지만 암튼 농부들은 이것도 그렇게 지칭한다)라고 하는데 매년 이것으로 집에서 먹는 고추장을 담아먹는 재료로 삼았기로 그것을 수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안개가 걷히지 않고 이슬이 너무 많이 내렸다. 어쩌지…???
앞에 보이는 고추밭이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망설이다가 옆의 배추밭을 살피니 세상에…! 꽤 여러 포기의 배추가 벌레가 먹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처음 심을 때 농약을 한 번 살포 하고 한 번도 농약을 주지 않은 탓일 게다. 농약을 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게으르기 때문이다.(가끔 주장하지만 유기농은 게으른 농부가 짓는 농사다.) 그냥 두었다간 배추농사 작살이 날 것 같아 벌레 먹은 배추를 뽑아 내기로 했는데,…
옴마!생각보단 단단하고 알이 고갱이가 실하게 찼다. 그래! 오늘은 희나리를 딸 게 아니라 저 놈을 가지고 김치를 담궈 야지…. 그래서 시작된 김치다.
이렇게 벌레 먹은 게 10여 포기
버릴 거 버리고 뜯어 낼 거 뜯어 내고, 농촌엔 이게 좋다 밭둑 아무데나
부산물을 버려도 나중 거름이 되고….
배추밭에서 대충 정리해서…
뭉텅뭉텅 잘라서(포기 김치는 못한다) 소금을 뿌려 주고….
3시간 정도 지난 후 한 번 뒤집었다. 좀 있다 서너 시 쯤 다시
한 번 뒤집고 씻어서 작업에 들어 갈 계획.
그 사이 쪽파와 대파도 좀 뽑아 올려 다듬었다.
이렇게 깨끗이 씻어 준비하고 있다. 생강도 까 놓고… 좌측의 비닐에 담긴 것은
나는 마늘을 저런 식으로 다져 놓고 얼려서 먹을만치만 떼어 양념에 쓴다.
김치 만드는 과정은 2부에 올려야 겠다. 이따가 저녁이나 내일 아침….
내가 굳이 이걸 올리는 건…삼식이들이 이 걸 보고 뭔가 좀 깨닫고 느끼라는 거다.
마누라 치맛자락만 붙잡고 널어지지 말고., 아이고! 참 답답한 인사들! 왜? 쪼잔하게 삼식이 소리를 듣나?
손이 없어 발이 없어? 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