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김치.(2부)

정말 우연히도 벌레 먹은 장미가 아닌 벌레 먹은 배추를 발견하고 김치를 하게 됐지만, 사실 작년의 묵은 김치는 아직도 김치냉장고에 몇 통인가 남아 있다. 워낙 신 것을 잘못 먹는 탓에 손을 안 댔으니 그동안 신선한 김치가 먹고 싶기도 했다. 추석 전에 김치나 담글까 하고 배추를 살피다가 1통에 7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기암을 하고 내려놓고 도망치듯 나온 경험이 있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신선한 김치가 당길 때도 됐다.

지금 채마밭엔 배추를 비롯한 무 등 김장 재료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지만 금년엔 턱없이 모자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장모님이 벌레 먹은 배추를 오가시며 어제 나처럼 정리한 게 꽤 여러 포기 뽑아 버리거나 국 끓여 잡수 신게 또 얼마이든가. 더하여 매년 치르는 행사로 삼남매와 우리부부 꺼 이젠 장모님 것까지….금년엔 아무래도 절인 배추를 얼마간 사들여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그건 나중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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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채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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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차례 깨끗이 씻고 행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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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반에 올려 놓고 물을 뺀 뒤 달아 보니 자그마치 17k가 넘는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자~! 본격적으로 김치 만들기에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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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을 갈아 넣고 배도 하나 갈아 넣을 참이다. 아! 흑미와 찹쌀 죽을 좀 쑤었다. 그리고 밤꿀도 몇 술 넣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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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갖은 재료를 아낌없이 부어 넣고 막 버무리려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우리의 데레사 누님이다. 전화를 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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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골고루 비비고 치대고…..중간에 한 조각 시식을 해 보니 약간 싱겁다. 고운 소금 큰 술 세 숟가락 첨가하고 완성 시킨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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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의 작은 것은 오늘 아침 반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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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놈  두 통은 냉장고로 들어 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은 우리 집 김치에는 젓갈은 물론 새우젓 한 마리도 들어가면 안 된다. 더하여 MSG도 절대 넣지 않는다. 만약 한 마리라도 집어 넣어면 이렇게 착한 남편인 내가 그 땐 헐크로 변한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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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파김치다. 사흘 전에 만든 거다. 파김치는 최대한 시어 꼬부라지는 게 맛있다. 그래서 아직도 냉장고에 못 들어가고 있다.

 

여러분! 저 어때요?

우리 막 선배님 공처가라느니 경처가라느니 놀리며 킥킥 거리지만 난 아내를 위한 길이라면 뭐든지 할래요. 그랬잖아요? 아내를 위하는 일이 나를 위하는 일이라고….

김치 끄~ㅌ!!!!! 아~!! 저 글 제목 바꾸렵니다. “삼식이를 위한 김치 담그기 꿀 팁”이라고…..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0월 21일 at 7:56 오전

    솜씨가 훌륭한데요.
    삼식이들 모아놓고 요리강습 하셔도
    되겠어요.

    • ss8000

      2016년 10월 21일 at 11:39 오전

      부끄럽습니다. 누님!
      근데 저게요 자꾸하다 보면 실력이 넙니다.
      삼식이들이 태산만 높다하고 아니 올라서 그렇지….
      간단한 걸 사내들이 가부장적 지위를 이직도 누리려다가
      오히려 독박을 쓰고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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